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작대기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어간다. 꼬부랑 소나무에 앉아 꼬부랑 똥을 누니까 꼬부랑 강아지가 주워 먹는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막대기로 꼬부랑 강아지를 때리니까 꼬부랑 캥캥 하며 도망간다.
한국 민속 문학 사전, 설화 편에 나오는 꼬부랑 할머니이다. 꼬부랑이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해학적인 느낌을 준다. 설화이기도 하지만 누가 읽어도 운율이 느껴지니 동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살짝 할머니를 할아버지로 바꿔보면 어떨까? 어색해진다. 꼬부랑이라는 3음절과 할머니의 3음절이 잘 어울렸는데, 할아버지는 4음절이라서 그럴까? 이도 그렇지만 사실 우리는 꼬부랑 할아버지보다 꼬부랑 할머니를 훨씬 더 많이 본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여자는 남자보다 허리가 더 잘 구부려지는 걸까? 의학적으로 접근해보자. 남녀의 구분은 2차 성징이 오기 전인 청소년기까지는 외부생식기를 제외하면 뚜렷한 차이점은 없다. 첫 변화라면 가슴이 발육하는 여자아이들의 사춘기가 오면서부터다. 갑작스런 체형의 변화는 정신적인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젖가슴이 나오면서 이를 당당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수줍게 여기고 감추려고 하는 것이 어린 여자아이들의 마음이기도 해서 자꾸만 어깨를 움츠려 들고 허리를 굽히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렇게 하면 젖가슴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으니까. 게다가 상대적으로 야외활동이나 운동은 남자아이들에게 비해 여자아이들은 적은 편이니 허리를 곧바로 세우지 않고 구부정하게 있는 모습은 더 흔하게 관찰된다. 이 여자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만삭에 다다른 여성의 배는 굉장히 커진다. 본래 크기의 1000배 이상 팽창하는 자궁은 심장에도 무리를 주기도 해서 산모는 가끔 호흡 곤란을 느낀다. 만삭의 산모가 똑바로 눕는 것은 심폐에도 무리를 줄 수 있어, 이 시기에는 되도록 옆으로 눕기를 권한다. 옆으로 누으면 아무래도 허리는 더 굽게 된다. 그리고 임신은 한번만 하지 않는다.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허리는 똑바로 펴지기 보다는 굽힌 채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똑바로 누워서 자는 사람보다 옆으로 누워야 잠이 잘 온다는 사람은 참 많다. 특히나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심한 이유가 젊은 시절의 임신 기간 때문이라는 이유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좀더 지나 폐경을 맞이한 여성들은 골다공증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골다공증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유병률이 훨씬 더 높다.) 뼈에 구멍이 숭숭 나서 골밀도가 심각하게 약해지는 질환이니 할머니들의 허리는 둥그렇게 굽힌채 경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할머니들이 젊어서부터 옆으로 자는 습관이 평생 이어진데 비해, 이를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본인마저 옆으로 누워서 자기는 힘들었을 거다. 팔 베게라도 해주려면 본인은 똑바로 누워야 하니까.
우리의 일상생활을 한번 돌이켜보자. 허리는 보통 언제 펴고 있는 걸까? 사실 책상에 앉아있는 자세는 허리를 굽히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허리는 걷고 있을 때나 똑바로 누워서 잠잘 때 비로소 펴진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습관이 되면 어떨까? 사실상 24시간 허리를 굽히고 있는 거나 별 다를 바 없다. 현대인들은 그다지 걸을 일도 없는 편이니까. 되도록 똑바로 누워서 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척추건강에도 이롭다. 부부는 마주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이라는 말은 수면 중에도 적용되는 듯하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