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 학생으로서 인터뷰에 응하는 겁니다” 같은 반 급우들과는 44년 차이가 나는 경주여자정보고등학교 사회복지학과 2년에 재학중인 61세 여고생이면서 4명 손주의 재롱을 보며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명희 씨. 예순에 학교에 입학한 이 씨는 개인 ‘이명희’보다는 주위 이웃들과 학교와 급우들을 살뜰하게 배려했다. 지적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는 이 씨는 영락없는 순수한 여고생의 눈빛을 가졌다. 그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늘 공부하고 싶었던 이 씨는 2014년 한림야간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과정 검정고시를 거쳐 예순이 되면서 집 인근 학교인 경주여자정보고에 문의를 했고 지난해 3월 입학허가를 받았다. 안경을 끼고 교복을 입은 이 씨를 지난 7일, 마동 자택에서 만났다. “입학해서 상상과 말로만 듣던 학생시절을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는 다소 힘들었습니다. 반 아이들이 도와주고 잘 대해줬음에도 아침에 등교해 하루 종일 똑같이 수업을 해야 하니까 주부로서는 너무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그럴때마다 이 학교 교사들의 조언과 위로는 큰 힘이 됐고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점차 중간고사를 치르고 기말고사도 치면서 고비를 넘겼지요(웃음). 한 학기를 마치고 나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기도 생기고요” 라며 이제는 학교에 가고 싶어서 겨울 방학 두 달이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숙제도 열심히 해가요. 숙제를 안해가면 선생님도 혼내기 곤란하시잖아요. 그래서 더 철저히 하고 시험공부도 열심히 해요. 만학도인만큼 제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 허물이 되지 않아야 하잖아요” “비가 오면 이웃의 80대 할아버지가 학교까지 태워주시기도 해요.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하교 할때도 문자를 하시고 기다리고 계시기도 해요. 이웃 주민들도 제가 집에 없으니 마당 설거지도 해주셔요”하며 이웃의 배려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한다. “제 친구들이 저를 굉장히 부러워해요. 마음은 있어도 현실적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처럼 배움의 시기를 놓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이 있다면 진학을 권하고 싶어요. 단, 곁가지를 정리하지 않고는 힘이 들겁니다” 이씨는 앞으로 복지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이웃들에게 정보를 나누고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시골의 어르신들에게 제가 아는 만큼 재능도 기부하고 봉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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