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보물 중에 보물입니다”, “제가 가진 것들을 다 풀어 낼 테니까 뿜어낼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신임 예술총감독 윤범모(65). 그를 수식하는 수사는 현란하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에 윤범모 가천대 예술대학 교수가 위촉된 지 한 달 보름여다. 경주시만의 저력과 내공을 경주엑스포에서 윤 감독이 어떻게 이끌어내는지 주목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경주의 상설문화콘텐츠로 역할하자는 기치 아래, 지난 5일부터 상시개장에 들어간 경주엑스포에서 윤 감독을 만나 21세기형 경주의 문화 담론에 대해 들었다. 윤 감독은 경주솔거미술관의 운영 및 경주엑스포 공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함께 2017년 차기 국제행사를 위한 전시,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 분야 전문가인 것. 경주엑스포에서 다양한 볼거리 제공의 중요성과 경주에도 문화 특구나 장치가 필요하다며 경주에 대한 애정어린 의견을 제시하는 윤 감독은 이미 경주 사람이었다.
-윤 감독은 어떤 사람?, ‘막중한 소임으로서 경주와 인연 맺게 되니 행운’
그는 (사)한국큐레이터협회 회장, (사)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창립회장, 미 사우스 플로리다대 객원교수, 광주비엔날레 특별 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 등을 역임했다.
특히 윤 총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알려져 있으며, (재)가나문화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행정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예술의전당 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인사이트센터 등에서 전시기획을 맡는 등 현장 활동가로도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윤 총감독은 또, 한국현대미술 백년 등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시인으로도 활동하며 지난해 장편서사시집 ‘토함산 석굴암’을 펴내는 등 신라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왔다.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비중있게 공부한 도시를 고르라면 단연코 경주다. 그간 경주를 수 백번 찾았다. 미술사의 현장이 경주에 있으므로 경주 자체가 교과서였다. 이런 경주에 막중한 소임으로 인연을 맺게 되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전통과 현대와 미래의 접점을 경주에서 구현해 보라는 과제를 받은 듯한 생각이 든다”
그는 제안을 받고 총감독직을 수락하면서 ‘경주가 남의 도시가 아니라 나의 도시가 된다는 것에, 이게 무슨 복인가 했다’며 웃었다.
-“총감독 자리는 감동까지 안겨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기능하고 역할해야”
윤 신임 총감독은 ‘경주는 실크로드의 종점이자 국제문화를 받아들이고 신라화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첫 일성을 건넸다.
“총감독 자리는 엑스포라는 큰 그릇에 내용물을 담아 채우는 자리인 것 같다. 내용물을 채우는 것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안겨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기능하고 역할해야 한다고 본다. 엑스포 공간이라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을 바탕으로 그 공간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구체적인 역할이라 하겠다. 또 국내외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기틀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는 매우 종합적이고 폭 넓은 기구가 엑스포 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좀 더 전문성이 강조되고 그것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엑스포 공원이나 프로그램이었으면 한다. 살아남는 콘텐츠의 축적 또한 필요하다. 제가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해 문화적 자긍심 넘치는 장을 경주엑스포 공원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골몰하겠다”며 각오를 피력했다.
윤 감독은 그간 크고 작은 수 십 개의 전시를 기획해왔다. 예술행정분야에 있어 서울, 경기도를 비롯해 제주부터 광주, 대전, 부산 등 많은 지역에서 프로젝트부터 자문까지 참여한 바 있다. 이런 경험들이 경주에서 일하게 된 연장선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특히 경주는 가장 많이 방문해서 제게는 친숙한 도시다. 경주는 과거 국제무대에서 세계를 상대로 화려한 문화의 꽃을 피운 도시였으므로 바야흐로 경주문예부흥의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낙관한다. 그래야 경주가 살고 우리나라도 살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역동적인 창의력 총응집할 수 있는 구조마련 시급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인 안은 서로 논의해서 수립할 예정이지만 신라의 7~8세기 화려한 문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히, 창의성이 중요한데 고도들을 보면 과거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단순 관광 자원으로서 과거를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과거를 바탕으로 한 현재와 미래가 곁들여져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좋은 전통 아닌가. 과거에만 매몰된 전통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가 함께 해야 더욱 과거가 빛난다. 역동적인 창의력, 즉, 그 창의력을 구현할 수 있는, 뒷받침 할 수 있는 의지와 여건들이 필요하고 이런 원론들을 바탕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총응집할 수 있는 구조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보적인 걸작으로서 동서문화 교류의 화려한 정점이 석굴암에 연결된 것으로 보았다.
“당시 신라는 장점들을 응집해 내고 구조적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그것이 가시화된 것이 석굴암이다. 오늘날 경주가 필요한 것은 석굴암을 조성 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그것을 가시화할 수 있는 여러 능력을 갖추고 신라를 부흥했던 저력을 21세기형으로 바꾼다면 당시 신라의 문화가 과거형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아리랑난장’은 행정이나 관 주도라기보다는 일반 민간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 ‘경주’라는 주제를 던지면서 과거와 미래를 접합하는 경주의 문화를 다루는 토대나 지향점을 엑스포 현장에서 실현하고 반영시킬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내용들이 축적이 된다면 두툼한 문화적 층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며 이런 맥락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리랑난장’도 엑스포라는 장(場)에서 행정이나 관 주도라기보다는 일반 민간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이라 그러한 기능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는 또 미래 지향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경주엑스포였으면 하는 바람을 기본적으로 가지면서 그러한 기본 토대를 잘 다지는 구축이 급선무고, 그 토대는 하루아침에 가시적일 수는 없음도 간과하지 않았다.
“가시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놓치기 쉬운 토대 구축을 염두에 둬야 장기적이고 항구적인 문화 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솔거미술관 전시 기획, 한국 대표할 수 있는 수묵 대가와 동행하는 것 ‘행운’
4월, 솔거미술관에서의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 윤 감독은 “솔거미술관은 옥동자같은 역할을 한 보물단지다. 기대가 큰 만큼 솔거미술관을 더 알찬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올해는 소산선생의 등단 50주년이기도 하므로 그것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것이 소산이다’를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소산’ 다운 작품을 뽑아서 전시를 구성하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수묵의 대가가 전시기획의 대가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 전시 자체로 관광콘텐츠화 할 수 있는 자원으로 보고 있다는 그는 제2, 제3의 결합으로 새로운 장(場)이 열리는 것을 희망사항으로 꼽았다.
또,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창작이면서 경주엑스포를 대표하는 문화적 자산으로서 백남준 전시를 들었다. 비디오 아트 창시자인 백남준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이해 특별전시도 기획하고 있는 것. 현재, 백남준 아트센터와 교섭 중이며 매체를 활용하는(설치미술) 작가도 섭외 중이라고 했다.
그는 시종 경주시민의 적극적인 관심을 호소하며 “경주엑스포 공원은 경주시민이 주인이다. 누구보다 시민이 가꾸고 사랑해줘야 한다. 엑스포라는 큰 탑에 작은 주춧돌 하나 올려놓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