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탄생한 첫 공립미술관으로 지역의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주역으로 발돋움한 경주솔거미술관은 통일신라시대의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땄다. 경주솔거미술관이 경주문화엑스포 상시개장에 즈음해 2016년 첫 기획전시로 ‘솔거(率居)’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시대 솔거의 후예라 일컬을만한 역량있는 작가들의 소나무 그림을 경주솔거미술관 제 1·2 전시실에서 오는 7월 3일까지 선보이는 것이다.
이 전시는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의 주관으로, 지난해 개관전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人’에 이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소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주시의 시목이기도 한 소나무는 삼국시대부터 우리 선조들의 친근한 나무로 여겨져 우리민족의 정기와 기개를 상징하며 사랑받아왔다. 이번 기획전에는 6명의 작가가 3부 전시로 나눠 참여하는데 그 중 오는 4월 10일까지는 1부 전시로서 장이규·구명본 작가가 참여한다.
2부 전시는 4월 13일~5월 22일까지로 류명렬 ·윤상천 작가가, 3부 전시는 5월 25일~7월 3일까지 백범영 ·송승호 작가가 함께 한다. 황룡사 ‘노송도’의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솔거는 삼국사기 열전에 올라 있는 유일한 화가다. 그가 그린 늙은 소나무 그림에 새들이 날아들어 부딪혀 떨어질 정도였다고 하니 매우 사실적인 채색화로 추정하고 있다.
그것은 솔거가 살았던 신라시대에서부터 지금의 21세기를 관통하며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기획전은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에 대한 놀라움에서, 작품을 통해 작가가 추구하고자하는 작품세계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으로 나아갈 수 있는 미술 감상법을 소개해준다. 또한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예술을 향유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관람객의 지평을 넓히는데 일조할 것이다.
장이규 작가… 소나무 있는 풍경 재구성해 성찰 분명한 존재가치 담아
서양화가 장이규 작가는 경주 출생이다. 문화고를 졸업했으며 학창시절 미술반 활동을 했다고. 계림숲에서 손일봉 선생 그림을 보며 꿈을 키웠다는 장 작가는 고향 경주에서 큰 전시에 참여해 기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위의 언어를 찾고자 고뇌한 작가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명징한 작가만의 다양한 형태의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것.
작가는 마치 정물화에서 각각의 정물을 원하는 위치에 옮겨 새롭게 구성하듯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재구성한다. 작가는 10년이 넘도록 소나무를 그리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녹색’을 탐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작가는 소나무 작가라는 지칭에 대해 “소나무를 고집하게 된 것은 색 구현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 녹색연구에 치중하다보니 다양한 녹색에 대해 연구했고 독특하고 중후한 소나무 녹색에 심취하게 됐다. 소나무는 우리민족 정서와도 잘 어울려 소나무 작가로 각인된 것 같다”고 했다. 작가는 이상과 현실의 근거를 소나무에 화두를 설정하고 시각적 작용으로 관념의 상(像)을 형성하고 있다.
작가가 확보한 공간은 분명하고 명쾌해 논쟁의 여지를 없애고 집요한 그의 성실성이 화면을 채운다. 냉정함과 이성적 자기성찰로서 소나무는 공간의 지역과 배타성을 정제하는 여과의 그늘을 만들고 있다.
작가는 소나무 작품 속에 다양한 계절의 모습을 담는다. 봄의 화사함, 무성한 여름, 가을의 스산함과 겨울 설경까지, 계절의 변화에도 변함없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언뜻 작가의 작업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소재나 형태의 급격한 변화가 없기 때문인데 그의 작업은 늘 변해왔으며 현재도 진화 중이다. 작가의 소나무는 녹록치 않은 무게감과 성찰이 분명한 존재가치를 담고 있으며 그런 작가의 산물로서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의연하다.
장이규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 대구, 부산 등지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구명본 작가… 세월의 디테일 다듬으며 소나무와 닮고 싶은 내면 발현
구명본 작가는 소나무와 닮고 싶은 내면을 발현하는 작가다. 구 작가는 진정성뿐만 아니라 세월을 이겨내야만 하는 필연의 조건을 갖춘 작가다. 중견 화력 구명본의 손끝 또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미세한 층위를 더듬는다.
정물화의 시기와 오브제의 시기를 거쳐 수 년 동안 진행된 소나무 연작을 매개한 그의 심미적 여행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듯하다. 감각은 더욱 정묘해지고 화면은 점진적으로 안정돼 진 것.
그가 소나무에 애착하는 것은 소나무가 가진 생태적인 조건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 수명 긴 나무는 노송이 되어서야 아름답다. 소나무가 간직하고 있는 디테일은 세월이고 그 세월의 디테일을 더듬고 있는 구 작가의 손끝은 소나무와 닮고 싶은 자기내면의 발현일 것이다. 구명본 작가의 이번 전람회는 작가적 면모의 확인이며 또다시 시작되는 여행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구명본 작가는 개인전 24회(서울, 대구, 부산,제주),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수상 등에 빛나며 300 여회 각 화랑 기획전 및 초대전에 출품했으며 현재 신작전, 구작회, 그룹상, 미협, 자관전, 전업작가회회원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