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주) 직원 일부가 지난달 26일 황성동 소재 아파트에 첫 입주를 시작했다. 이달 22일까지 1200여 명을 포함한 가족들이 천년고도 경주에 보금자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달 20일까지는 한수원 전 직원들이 양북면 장항리 신사옥에 입주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한수원 본사는 2005년 11월 2일 방폐장 경주확정에 의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 본사 이전부지선정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속에 2006년 12월 31일 양북면 장항리로 결정됐지만 지역간 대립과 지역지도자들의 이견으로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공사를 시작해 만 9년 만에 갈무리 되었다.
경주시민들은 그동안 한수원 본사 이전을 학수고대하면서 적잖은 기대감을 표했고 한수원 가족들이 하루속히 경주시민이 될 것을 바랐다.
경주시도 한수원이 경주사회에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이고 있다. 한수원 본사의 차질 없는 이전과 가족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부시장을 단장으로 한 ‘한수원 본사 이전 종합지원단’을 구성해 각종 기반시설과 생활·교육환경 등 정주여건을 점검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 이전이 진행 중인 혁신도시의 지원사례를 벤치마킹해 이전과 관련한 여러 가지 불편사항을 해결하고 소통하기 위한 협의 창구를 개설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경주시의 이 같은 의지가 차질 없이 실천돼 한수원 가족들의 피부에 닿아 안정된 경주정착이 되길 기대한다.
글로벌 에너지 리더를 지향하는 한수원의 경주시대는 그동안 중소도시에 불과한 경주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수원은 경주시민들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방폐장을 선택한 결과물이기에 항상 경주사회에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경주시민들은 한수원이 경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한수원의 위상과 영향력이 침체된 경주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수원이 경주시대를 열지만 직원들의 주거 선택권과 지금까지 공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규정하고 있는 여러 시스템은 아직 경주시민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부분이 적잖다고 본다. 한수원 직원들이 경주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가족들이 모두 내려와 생활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시스템 또한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경주시를 비롯한 시민들은 먼저 한수원이 경주사회에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한수원 가족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또 함께 머리를 맞대어 풀어나가는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 여겨진다. 아울러 한수원도 이제 경주사회와 상생하고 공존하려는 진솔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