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캐스라는 사람이 책을 냈는데, 그 제목이 《인기짱 되는 저글링 배우기Juggling for the complete Klutz》란다. 저글링은 2개 이상의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기술이나 재주를 부리는 놀이를 말한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본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책으로 저글링을 다 배운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면 큰일 난다. 뭐 큰일까지는 아니지만 배운다 하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임에 분명하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길래 그렇게 호언장담할까? 공을 하나로 할까 처음부터 두 개로 연습 할까를 고민했다면 그만 접도록 하자. 책에서 캐스(John Cass Cassidy)는 저글링을 처음 할 때는 보다 더 기본적인 것부터 하라고 제안한다. 그건 바로 ‘떨어뜨리기’다. 먼저 공 세 개를 그냥 허공에 던져 떨어뜨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반복한다. 저글링을 배울 때 불안은 실패에서 오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눈을 이리저리 이끄는 공을 바닥에 떨어뜨릴까봐 불안해하는 것이다. 저글링 배우기 그 첫 번째 단계에서 중요한 건, 저글링을 잘 하고 싶다면 공을 떨어뜨리는 실수에, 그 실패에 무감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원래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이 떨어뜨리지 않는 것보다 더 정상적이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우윳잔을 조심해서 옮기고 있으면 덩달아 가슴 조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비싼 유리잔이 깨지는 것도 원치 않지만, 혹여 바지에다 쏟은 우유를 보며 실패했다고 땅이 꺼져라 울어댈 아이들이 짠하기도 해서이다. 공 한두 개나 여러 개를 연거푸 떨어뜨리다 보면 점점 덤덤해지는 자신을 느낄 것이다. 일단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표면화시키고 나면 저글링이 훨씬 쉬워진다. 저글링이 만만해지는 순간은,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멋진 퍼포먼스를 수행할 때보다 아뿔싸! 하는 실수가 하찮게 느껴지는 때부터란다. 한편, 요즘은 개나 고양이를 많이 키우나 보다. 블로그에 이뻐요! 하는 댓글이나 엄지 척! 하게 하는 사진들은 죄다 개나 고양이 새끼 사진이다. 필자는 어릴 때 한번 깨물렸던 아픈 기억 때문인지 개가 그렇게 무섭다. 고양이도 무섭지만 개는 정말 무섭다. 뱀도 만만하지 않다. 뱀에 대한 공포가 심한 사람에게 옆방에 뱀이 있는데 거기를 가야한다면, 대뜸 튀어나오는 반응은 “거길 왜 가? 죽어도 못 가” 정도다. 이때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라면 이렇게 할 거다. 먼저 유리창 너머가 되었든 옆방이 되었든 뱀을 잡고 있는 남자가 분명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그래야 필자 같은 사람들이 일단 안심을 할 테니 말이다. 그런 다음 “이제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하고 물어본다. 왠지 뱀이 그 남자의 목을 감아 질식시킬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지만 이런 믿음과 달리 뱀은 그저 몸을 늘어뜨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뿐이다. 목조르기나 질식 같은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움에 대한 치료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 다음 뱀이 있는 방의 열린 문 앞에 서 보는 것이다. 너무 무리다 싶으면 문을 닫고 그 앞에 서라고 한다. 많은 단계들을 지나다 보면 어느덧 뱀 바로 옆에 서게 된단다. 수준을 조금씩 높여주면 공포증 환자도 뱀을 만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뱀은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밴두라는 이 방법을 ‘유도숙달(guided mastery)‘이라고 부른다. 유도숙달의 핵심은 잘못된 믿음을 근본부터 없애기 위해서 직접적인 경험의 힘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동남아시아 해변에 가면 흔히 패러세일링(para-sailing)들을 즐긴다. 보트 뒤에 기다란 줄을 매고 그 끝에 달린 낙하산을 타는 스포츠다. 보트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면 낙하산이 떠오른다. 그걸 탄 사람들은 경이로운 풍광을 즐기면 되는 그런 스포츠다. 문제는 유도숙달의 의무가 있는 현지인 보조자다. 고소공포증도 심한 필자가 마음의 각오도 채 다지기도 전에 그 도우미는 발로 내 엉덩이를 차버린다. 아름다운 해변은 누가 공룡이라도 봤는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두려움에 찬 고함소리로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두려움은 정말이지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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