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국수력원자력이 본사 직원 통근을 위한 출퇴근버스 임차용역업체로 대전의 한 업체를 선정함에 따라 지역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본지 1229호 2면 참조)
경주 전세버스협의회는 “이 업체가 출퇴근 시간 외 제2의 영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업체에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한수원과 경주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
특히 이번 입찰 결과로 인해 한수원과 경주시가 지역 업체와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전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22일 용역적격심사를 통해 출퇴근버스 임차용역업체로 대전의 엑스포관광전세버스협동조합을 최종 선정했다.
전세버스 24대에 1년간 예정계약금액은 12억3629만원으로, 이 업체는 12억3629만9000원에 응찰해 낙찰 받은 것.
이 업체는 경주에 영업소를 설치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시범운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서 한수원은 자격조건으로 45인승 이상 대형버스 24대 이상 보유한 업체로 제한했다.
영세한 경주지역 업체들은 자격조건을 갖추기 위해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가격경쟁력에 뒤쳐지면서 2순위로 밀려 결국 탈락했다.
경주 전세버스협의회는 대전의 업체가 경주로 오게 되면 향후 영세한 전세버스사업자들이 경영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주로 본사를 이전하고 있는 한수원이 지역 업체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주지역 업체에 가산점을 주거나, 출퇴근버스 노선 분리 발주 등이 가능했는데도 이를 외면했다는 것.
이에 대해 한수원은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액이 2억1000만원까지는 경북도내 업체, 5000만원까지는 경주시로 제한할 수 있지만 이번 계약 건은 이를 넘어서 지역제한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반복되는 지역 업체의 반발
이 같은 반발은 지역에서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3월 한수원이 양북면 봉길리에 조성하는 2634억원 규모의 방폐장 공사 입찰공고에서 입찰 참가자격 조건이 높아 지역 업체가 참가조차 하지 못해 반발했었다.
당시 일반건설협회 경주시지부 등이 컨소시엄을 통한 공사 참가를 요구했지만 이를 포함하지 않아 지역 업체는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
지난 2013년에는 한수원이 1280억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신축 공사에서도 경주지역 건설업체들이 지역 업체 외면을 주장하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지역 업체들이 반발하자 경주시와 한수원은 뒤늦게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방폐장 유치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업체들은 결국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주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지역발전을 기대해오던 지역 업체와 시민들까지의 반응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본사이전 준비와 상생관련 해당부서가 경주로 오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전세버스 임차용역과 같은 결과는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경주시·한수원 지역상생위한 협의체 구성 서둘러야
경주시민들은 본격적인 한수원 경주시대를 맞아 지역 경기 활성화에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
한수원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시민들은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주시와 한수원 간 지역 상생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서두르고, 발전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완료되고 있는 대구·김천과 전북 혁신도시 등에서 지역 중소기업 지원이 본격화되고 있는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전한 공공기관과 각 지자체마다 상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농촌진흥청, 전기안전공사, 국토정보공사 등 12개 이전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구성한 혁신도시 상생협의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방행정연수원은 지난해 7월 물품 및 용역 계약금액의 78%(33억8600만원)를 지역 업체와 계약했으며, 국토정보공사는 지역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또 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공단, 전기안전공사 등은 대규모 지역인재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김천혁신도시 역시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지난해 전체 구매금액의 90%이상을 중소기업제품과 여성기업 제품으로 구매했다. 또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공공구매 총액 190억원 중 178억원을 중소기업제품으로 구매하는 등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했고, 비록 성격은 다르지만 한수원도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며 “경주시가 한수원과 다방면으로 지역상생을 위해 협의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협의체를 서둘러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