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북한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후 남북뿐만 아니라 남남과 국제간 갈등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국제적 이해관계가 표출되고 있는가 하면 사드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사일 발사 이후 전격적으로 폐쇄된 개성공단 문제도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으로 갈라진 지가 70여 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분단극복은 커녕 고착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남북한이 경색되고 있고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우리 민족의 명운이 좌우되는 시점에서 문무대왕을 재조명하여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남북의 분단극복과 남남갈등을 해소하는데 있어서 문무대왕을 재조명하는 것은 삼국을 통일하여 오늘날 단일민족 국가체제를 이룩한 그 정신을 기리고 재해석하여 계승하자는데 있다.
혹자는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었다면 국토면적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는 가정을 간혹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을 계기로 단일민족 국가를 유지해 온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통일 이전에는 백제나 고구려 영토에 속했었지만, 통일신라 이후 한반도에 살아 온 우리 민족은 모두 신라 사람들이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의 업적을 왜곡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식민사관에서 출발하고 있다. 1915년 조선총독주 중추원에서 발간한 ‘조선반도사’에서는 신라가 한민족을 통일했지만, 고구려를 포함한 한반도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은 문무대왕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바로 잡아야하는 것이다.
삼국통일의 의미를 왜곡한 식민사관을 바로잡는 것은 미래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철학적 기반구축이라는 점에서 문무대왕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남북분단 이후 북한의 역사학계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을 부정하고 신라와 발해 병립의 남북국론과 후기 신라론을 주장하고 있어 문무대왕에 의해 완수된 삼국통일의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성이 높다고 하겠다.
오늘날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지역과 계층간 갈등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삼국을 통일하여 단일민족 국가체제를 마련한 문무대왕의 재조명은 분단극복과 국민통합의 철학적 기틀을 마련하는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문무대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백제와 고구려 유민에 대한 복속민 정책으로 관등을 수여한 것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재해석하여 전달하는 것은 국민화합과 분단극복을 위한 철학적 기반을 구축하는 한 사례라고 하겠다.
남북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고, 사분오열되고 있는 국론을 모으기 위해서는 문무대왕의 통일정신과 호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할 시점이다. 그러한 방안으로 문무대왕릉지구 성역화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
문무대왕릉지구 성역화사업은 이미 1971년에 수립된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 중 13개 사적지구 정비계획에서 문무대왕릉지구 2단계 사업으로 감은사 복원과 문무대왕전 신축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당초 추진되었던 사업과 더불어 문무대왕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 이야기, 전설 등과 같은 문화적 원형 발굴, 보존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시하는 라키비움(larchiveum) 조성을 모색할 수 있다.
그리고 감은사 금당 아래 석실이 마련되어 문무왕의 화신인 호국용이 드나들 수 있게 했다는 시설이 있었다는 기록을 토대로 물길을 복원하여 방문객들이 배를 타고 문무대왕릉을 참배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문무대왕을 재조명하기 위한 성역화 사업은 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데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정신을 계승하여 분단극복을 위한 철학적 토대와 대안을 찾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