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으로 뺨 때리는 눈보라 속 타는 십자가/ 빼꼼히 내다보는 무심토록 멍한 창문/ 숨죽여 엿보는 가로등, 저 엇갈린 로맨스// -김영주, ‘설야’ 전문 경주의 현대시조계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툭툭’ 치는 듯한 표현을 즐겨 쓰는 시조시인이 있다. 매혹적인 언어를 구사하며 상투적이지 않고 낯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조시인. ‘김영주(44)’ 시인은 주목해볼 만한 신인다운 신인이다. 그는 처음엔 ‘하이쿠(일본 고유의 단시(短詩)며 일본 시가문학의 커다란 장르)’ 모임에 나가며 일본의 하이쿠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하이쿠의 매력에 빠졌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짧은 단상이나 이미지를 표현하는 점이 매우 신선했다고 한다. 이후 우리나라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정형시인 시조가 떠올랐다는 그. 이후 그는 도서관 등에서 시조를 독학한다. “시조는 현재도 많은 시인들에 의해 창작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 시가로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유일한 국문시가 갈래가 시조라는 점에서, 시조는 한국의 시가 문학을 대표하는 갈래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시조라는 형식의 장르가 제게는 매력적이었습니다. 일정한 외형률이 없는 자유시에 비해 현대시조는 비교적 정형화된 형식에 핵심만을 시화하고 싶을때, 독자에게 상상의 여백을 주고 싶을때 적절한 형식의 장르였습니다. 지금의 현대시조의 경향은 기존 전통시조의 맥을 잇는데서 형식을 좀 더 자유롭게 구사합니다”면서 형식에서 다소간 파격을 주는 것에서 얼핏 자유시와 구별이 모호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근의 현대 시조의 경향으로는 주로 장황하게 쓰는 것이 트렌드며 현대시의 경향을 쫓는 경향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저는 시조가 현대인들에게도 감각적인 측면에서 부합하면서 자유시와 구별되는 것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즉, 시조의 원류는 망각하지 않고 시조의 형식을 지키면서 파격을 허용하는 것이죠”라며 단시조를 추구하고 찾아가는 것이 오히려 시조의 멋과 향기를 이어가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의 또 다른 한 편의 시조를 읽어보면 그가 말하는 시조의 멋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꽃이름이니 꽃말이니 알아 무엇하뇨/ 나지막한 풀꽃이든 화려한 꽃나무든/ 당신도 한통속으로 꽃피워 볼 일이지//’ -’봄2’, 전문 “시조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언어를 다 토해내기 보다는 절제하고 압축하는 정형률이 좋습니다. 여백의 미를 즐기며 독자들에게 상상의 공간을 드리는 것도 재밌구요. 이것이 시조가 살 길 이라고 봅니다” 경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4 ‘동리목월’ 여름호 시조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본격적 시업을 쌓게 됐다. 그러나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시조시인이다. 자유시에도 ‘외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시조에 전념한 것. “올해 첫 시집을 계획하고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골몰하는 글감으로는 장황한 심리나 거창한 세계관 보다는 일상에서 주로 소재를 찾는 편이지요. 제 일이 경주의 문화재 순찰(경주시 사적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문화재를 돌보는 순찰 일을 한다)이다 보니 거대담론보다는 경주의 문화재들과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꺼리들이 소재가 됩니다. 경주(현곡면 가정리)에서 살고 있는 일상, 경주의 사계 등 그 자체가 제겐 상상력의 모태가 되고 있는 것이죠” 한편,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김성춘 교수는 “김영주 신인은 사물을 보는 눈이 날카로운 시인이다. 시조에서 흔히 보이는 얌전하고 점잖은 시조보다 자신의 생각을 따라 눈치 보지 않고 발랄하고 대담하게 표현하는 배짱이 있다. 또, 매혹적인 문장을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 일상속에서 소재를 찾지만 소재의 폭이 신인치고는 다양한 편이다. 단시조 형식을 주로 취하지만 삶의 철학이 담겨있고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시조를 저만 즐기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같이 즐겼으면 합니다. 현대 자유시가 워낙 득세하는 지금, 우리의 정한이 녹아있는 매력적인 시조는 사실 명맥만 이어가는 현실이어서 안타깝습니다. 몇 몇 사람들만 창작하는 것에서 나아가 일반인들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조를 즐기는 저변이 더욱 확대되고 젊어졌으면 합니다”며 일본 하이쿠의 경우 역사가 길고 저변이 넓어 많은 이들이 향유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시조의 상황은 격차가 심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퇴조하고 있는 시조를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이쿠와 시조를 함께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시집을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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