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르면 20년 연기경력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로 에너지를 뿜어내며 열연을 펼치는 마성의 배우. ‘춥고 배고픈’ 직업의 대명사인 연극인으로 끼와 사명감 없이는 한 우물 파기가 힘들었을 터. 그간 30여 작품에 출연했고 10여 년간은 주연을 맡아 종횡무진 무대를 주름잡으며 탄탄한 내공으로 다져진 경주시립극단 단원이자 경주연극협회지부장인 최원봉 씨(47)는 배우가 천직인 듯하다. ‘이나마도 감사하다’, ‘욕심 없이 연극에 대한 소신과 열정으로 지나온 세월’을 들려 주었다. 그는 경주 토박이로 1988년 당시 스무살 때 극단 ‘두두리’ 창단 공연을 보고 한 순간에 ‘저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를 확신했다고 한다. 이후 무작정 극단 두두리를 찾아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물놀이, 탈춤, 민족극을 중심으로 출연하게 된다. 당시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도 3년여 활동했으나 미래가 불투명한 것에 고민을 한다. 연기를 계속 할 수 있는 방편으로 직업 군인인 공군부사관으로 지원해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지만 군내 불의를 보고는 상사 진급 1년여를 앞두고 전역한다. 다시 고향 경주로 돌아온 그는 그의 재능을 아끼고 알아본 경주시립극단에의 제의를 받아들이게 돼 1995년 입단하게 된다. 소위 ‘연극’에 입문하게 됐고 이듬해 상임단원이 된다. 당시 첫 월급 54만원은 결혼한 가장으로서 가정을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해 지금의 급여 체계로 바뀌어진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 눈 팔지 않고 20년을 한결같이 함께 한 몇몇 단원들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최 지부장은 “연극이라는게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천직이랄까. 매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힘든 상황이 많았음에도 관객이 보내는 박수갈채의 힘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면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일을 하는 아버지로, 대충 보여지긴 싫었죠. 열심히 사는 아버지의 모습, 그런 마음가짐들이 무대에서 더욱 열정적인 에너지를 발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프로답고 싶었지요”라고 했다. “대충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최근, ‘대사에 저렇게 정성을 들여 전달하는 배우는 처음이다. 작은 장면에서조차 최선을 다한다’는 평을 들었을때 내가 연극을 헛되게 하지는 않았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찬사는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단번에 녹여주는 격려죠” 배우 ‘최원봉’을 각인시킨 작품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스스로도 흡족한 대표작품이라면 이만희 원작의 ‘그것은 목탁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꼽았다. “주인공의 분신인 망령역을 맡았고 정말 힘들었던 작품이었지만 제게 맞는 매우 적합한 배역이었습니다”고 회고했다. 1시간 30분 공연에 1인 8역으로 해설자, ‘따개비’라는 악역, 손수건을 파는 지체장애인 역 등을 했던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총 30회 공연)’는 연기에 제대로 맛을 들인 작품이었다고. “철저히 배역을 분석하고 순식간에 완벽하게 분장했던 기억이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었죠” 수많은 에피소드 중 잊을 수 없는 헤프닝도 많다. ‘김치국씨 환장하다’라는 작품에서 그는 수사관 역으로 분했다. 혼자서 하는 대사 두 페이지 분량중 거의 한 페이지를 통째로 잊어버렸다는 그. “그러자 진실된 연기가 나왔어요. 절박한 상황에서 연기가 아닌 실제 모습이 연기로 표출되었고 살아있는 연기를 하게 됐죠. 궁하면 통한다는 말을 실감했었지요(웃음)” 이외에도 소품을 빠트려 애를 먹었던 상황, 공연 중 중요한 장면에서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그 원인을 찾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들통났던 순간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기지를 발휘해 모면했던 아찔했던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다. “지금의 경주예술의전당으로 오기 전 ‘예술극장’ 시절엔 상황이 열악하다보니 우리가 직접 무대디자인을 하고 조명설치,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저도 스텝 일도 하고 배우도 하던 시절이었죠. 단원들은 거의 만능이었어요. ‘경주시립극단에 3년 있으면 혼자서 집 한 채도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목소리 울림통이 크고 성량이 풍부해 배우로서는 유리한 조건일 거라는 견해에 대해선 “무대에서 목소리가 관객석 가장 뒷자리까지 전달될수 있도록 소리를 심어주는 연습을 많이 합니다”고 했다. 몸으로 전달하는 예술 장르이기 때문에 평소 체계적인 보이스 트레이닝을 통한 목소리 관리와 발성 연습을 하는 것. 또, 공연 임박시 술 담배 등을 비롯해 공연에 해로운 요소들에 대해 극도로 자제한다. 근력운동을 위주로 하는 체력관리도 평소 꾸준히 한다. 장기 공연과 순회 공연을 지속하려면 체력 관리는 필수라고. 그는 경주연극협회지부장을 맡은 지 3년차다. “다른 지자체도 그렇겠지만 경주도연극 인프라가 아주 열악한 상황입니다. 시립극단을 제외하고는 연극을 할 수 있는 인원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며 “경주에는 아동들을 위한 축제가 없는 것에 착안해, 올해는 아동들을 위한 축제의 일환으로 제대로된 볼거리로서 아동극 축제(작품)두 작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실현할 것입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청소년 연극 축제를 준비하는 중 경북도 예산은 편성됐는데 경주시에서는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예산 자체가 편성되질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정된 예산의 애로는 이해하지만 제대로 검토하고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고.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시민에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시민들도 많이 오셔서 경주 연극에 대해 격려해주시면 그 응원으로 배우들이 좀 더 향상된 모습으로 연기를 펼칠 것입니다. 박수 갈채로 먹고 사는 일이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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