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원회와 환경운동연합,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월성원전 주민 삼중수소 검사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번 월성원전 주민 방사성물질 검출 결과는 지난해 11월 이주대책위가 월성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에 주민 40명에 대해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소변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검사결과 시료 40개 전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과 이주대책위는 “이 검사는 그동안 역학조사에서 배제됐던 20세 미만 아이들이 처음 검사에 참여했으며 검사결과 100%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면서 “원전 인근 피해 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족해 방사성물질에 의한 건강피해 우려가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중수소는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로형 원전에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방사성물질이다”면서 “방사선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성인보다 어린아이로 갈수록 더 민감하다. 원전가동으로 건강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수원은 삼중수소 조사 결과 검출된 수치는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전 근무자를 제외하면 최고 농도가 28.1 베크렐로 이 농도가 1년간 지속 유지되더라도 정부 규제 방사선량의 0.06% 미만이며 1년 간 자연으로부터 받는 방사선량의 0.0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미니 인터뷰-삼중수소 방사능 검출 소녀 ‘가을이’-“내 몸에 방사능이 있대요!”
양남에 사는 가을(가명 11세)이는 또래 친구들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생겼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삼중수소 때문이다. 최근 월성원전민간감시기구에서 주민 40명을 대상으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검사를 한 결과 가을이 몸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제 몸에 삼중수소라는 방사능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그게 무엇인지 몰라서 아무렇지 않았어요.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자꾸 걱정하고 방사능이란 말에 나중에 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져요. 그리고 친구들에게는 말도 못해요. 저 혼자 방사능이 있는 건 아닐까? 친구들이 무서워하면 어떡해요”
가을이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5살 동생과 함께 양남 원전 인근에서 살고 있다. 가을이는 9년 전 양남으로 이사 왔다. 맞벌이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워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리고 5년 전 동생이 태어나면서 양남에서 여섯 식구가 모여 살고 있다.
이번 월성원전민간감시기구에서 실시한 삼중수소 검사에 가을이 식구가 모두 시료를 채취해 검사 받았다. 결과는 가족 모두 삼중수소 검출. 가을이는 삼중수소가 자신의 몸에 있다는 두려움보다 어린 동생의 몸에 더 많은 수치의 삼중수소가 검출돼 걱정이라 말한다.
“지금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생이 저보다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왔대요. 동생은 방사능이 무엇인지도 몰라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동생이랑 같이 물 많이 마시는 것 밖에 없어요”
가을이가 물을 많이 마시는 이유는 할머니가 물을 많이 마시면 방사능이 없어진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을이 할머니는 “삼중수소가 걱정돼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물을 많이 마시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원전 부근 물도 삼중수소가 검출될 수 있다고 말해 지하수 대신 물을 1년 전부터 사 먹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이 할머니는 자기들 때문에 손녀가 방사능에 검출됐다며 긴 한숨을 내뿜는다. “원전이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는 공장인 줄 알았지 방사성을 내뿜는 곳인지 알았다면 아이들을 못 오게 했을거야”며 가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삼중수소가 검출돼도 나야 이제 산다면 얼마나 살겠어. 하지만 우리 손녀는 살날이 얼마나 많은데···.”
가을이네 가족 6명 검사 결과, 삼중수소 수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장 높고 이어 가을이와 가을이 동생, 그리고 엄마, 아빠 순이었다.
가을이 할머니는 삼중수소 검출 수치가 생활 방식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원전 부근에 오래 머물수록 수치가 높다는 것. “저와 영감은 오랫동안 이곳에 살았으니 수치가 높게 나왔죠. 가을이 부모는 울산에서 사업하고 있어 늦은 시간 귀가하는 반면 아이들은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지내고 있죠. 가을이와 동생의 검출 수치가 높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