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르몬(sex hormone)이 있다. 남자를 남성스럽게 만들어주고 여자를 보다 여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들이다. 남자의 성호르몬은 테스토스테론, 여자의 성호르몬은 에스트로겐이라고 부른다.
이 호르몬들은 신기할 정도로 그 역할이 확실하다. 남자몸에 에스트로겐을 투입하면 여성스러워지고 여자몸에 테스토스테론을 투입하면 남성스러워진다. 가끔 나타나는 여성스런 남자나 남성스런 여성들은 틀림없이 이성의 성호르몬이 본인의 체내에도 약간은 분비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성호르몬들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남성호르몬은 고환에서 여성호르몬은 난소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일부는 부신피질에서도 미량 생산되기도 한다.) 이런 성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물질 중 하나로 콜레스테롤이 있다. 아주 익숙한 물질이다.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 몸속에 많아서 고지혈증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의 원흉이 되는, 그렇게 부정적인 느낌을 줘서 되도록이면 적을수록 좋은 물질, 그게 소위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콜레스테롤이다.
그렇지만 콜레스테롤의 순기능 역시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신경성 식욕부진(anorexia nervosa)이라는 정신질환이 있다. 본인이 스스로 뚱뚱하고 비만이라 인식하여 잘 먹지 않는 질환이다. 먹지를 않으니 당연히 완전히 깡마른 체형이다. 사춘기나 젊은 여자들에 유병률이 높은 질환인데, 중증인데다가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한다면 굶어서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심각한 질환이다.
가끔 신경성 식욕부진에 걸려 시간이 흘러 앙상한 모습만 보여주는 외국의 젊은 여자환자 사례를 접할 수 있는데, 그런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과연 저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 살이 전혀 없이 뼈만 앙상한 모습만으로 성별은 쉽게 구분할 수 없는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다.
성별이 헷갈리는 이유를 의학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음식 섭취량이 너무 부족해서 체내의 콜레스테롤이 모두 소진되었고 이에 따라 성호르몬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신경성 식욕부진 환자까지 거론할 필요없이 우리 생활 속에서도 그런 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가임기 여성이 다이어트 성공을 넘어서서 오히려 지나치게 되면 체중감소를 떠나 몸의 곡선이 점점 없어지고 주기적인 생리마저 끊기게 된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콜레스테롤은 성호로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주된 원료이기도 하니 굶주려서 깡마른 남자는 아무래도 몸에 털도 적은 편이고, 목소리도 좀더 가늘고 높으며 성적 매력 역시도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은 초고도 비만인 남자나 여자의 성적 매력이나 성호르몬은 어떻게 되는걸까?
가끔씩 체중이 200kg이 넘는 남녀를 해외 토픽에서 볼 수 있는데, 그네들 역시도 먼저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 성별을 추측하기가 까다롭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너무 뚱뚱한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다 남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로 에스트로겐이 너무 많아지면 일부는 테스토스테론으로 변하기도 한다. 여성의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으면 에스트로겐 합성도 활성화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에스트로겐이 테스토스테론으로도 변환되어 여성속에서 일부 남성의 모습도 나타나게 된다. 너무 뚱뚱한 여자들에게서 콧수염이 잔잔히 나거나 생리가 불규칙해지다가 끊기기도 하는 모습도 여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극극은 통한다는 격언이 여기서도 통용되는 듯 하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어떤 방면에서도 똑같이 적용되겠지만 역시 건강과 의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