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지나간 과거의 한 시절, 어느 희미한 한 풍경에 열광하는 걸까. 촌스럽고 우중충해서 더욱 정감이 가는 푸근한 곳, 그런 사람들, 표정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1988’ 열풍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영화 세트장에서나 봄직한 추억 속 7080볼거리가 경주에 있다.
경주 시민은 물론, 경주로 여행을 온다면 무장해제하고 가볍게 들리기 좋은 새로운 명소로 ‘추억의 달동네(근대사 박물관)’를 권하고 싶다. 기억의 자락들로, 추억의 힘으로 우리는 나이를 먹고 위안받으며 산다. 추억의 달동네는 코흘리개 시절 우리의 골목마다에 있었던 추억의 집합소가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낮은 건물들로 구성돼있다.
여느 박물관처럼 유리관 속 진열품이 아니라 보고 만지고 사진을 찍고 체험하는 장소로.
손에 잡힐 것 같은 근현대 서민들의 풍속도를 실감나게 재현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고의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5일 이곳을 다녀왔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연인들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언덕배기 골목을 따라 ‘추억’을 관람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교복과 교련복을 입어보고 일명 ‘쫀득이‘와 ‘국자’를 연탄불에 달궈 먹으며 즐거운 웃음을 연신 터뜨렸다. 추운 날씨 속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관람객들은 ‘전국구’였다.
-잊혀져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과거 향수 자극하며 공감대 형성...11가지 컨텐츠에 150여 개 코너로 6만5천여점 소품 보유
추억의 달동네(근대사박물관, 영화촬영장)는 2014년 12월 개관해 경주민속공예촌 옆 경주시 보불로 토함산 자락에 전체 200여 평 정도의 부지에 위치해 있다. 경주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할 수 있는 색다른 볼거리로서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나이가 있는 관람객이라면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환기시킬 것이며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바탕으로 기능한다.
60~80년대 패션과 경제 상황, 시대적 상황 등이 최근 불고 있는 복고 코드에 부합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잊혀져가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특색이 잘 살아있어 보였다. 급하게 지나가듯 본다면 별로 볼 것 없는 곳일 수도 있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지인들과 공유하고 다양한 체험도 하면서 관람한다면 기대 이상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굴된 지하 유물이 아니라 지상의 유물로 근현대사를 장식하고 있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의 자화상을 돌아보게 한다. 11가지 컨텐츠(테마)에 150여 개의 코너로 나뉘어져 있다. 코너별 테마로는 골목길(순이 점빵, 장터 국밥, 월성복덕방, 공동변소 등), 봉건사회관(신혼 첫날밤, 대장간, 가난했던 시절댁 등), 학교 가는길(우물, 버스승강장, 소망초등학교, 매점 등), 저자거리(천수목욕탕, 똘이네 분식, 삼천리 연탄, 삼천리자전거 등), 7080상가(브라더 미싱, 국제 전파사, 왕대포집, 왕중왕 고고장, 그릇전 등), 약전골목(광동한의원,전당포 등), 산책로, 군막사(내무반, 행정실 등), 경주실크로드 횡단열차, 체험장, 민속관, 영화관, 휴게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생활소품들과 상점, 거리풍경 등을 재현해 놓아 좁은 미로 같은 골목을 걷는 즐거움을 선사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단위로도 많이 찾고 있었다.
부모세대들은 보자마자 추억을 다시 되새길수 있어 공감하는 표정이었고 자녀들은 처음보는 소품을 보며 TV나 영화가 아니면 보기 힘든 소품들을 실제로 보며 신기해했다.
-“‘로봇태권브이’와 ‘헐크’ 두 점의 대형 피규어 유치해 동심의 세계로 소환하겠다”
추억의 달동네(근대사 박물관, 영화촬영장) 서이환 원장은 “경주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각됐다고 본다. 정적인 관람에서 동적인 관람으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직접 체험하고 만져보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장(場)이다”고 일성을 건넸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으로 중장년층도 찾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편이다. 50~60대로 타겟을 맞추었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요즘은 특히 방학을 맞이해 전국에서 관람객들이 찾아 추억의 회포를 풀고 간다“
“소품이 많지 않은 다른 유사한 컨텐츠의 지자체에 비해 테마에 적절한 소품을 자랑 할 수 있다. 건물 재현도 그렇지만 소품으로 가득 채워 놓았는데, 현재 6만5천여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계속 보완하고 있으며 더욱 관람객들에게 다가가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립박물관으로 개관 당시 선대들이 사용하던 소품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했다. 김찬일 대표가 평생을 두고 수집한 소품들로 구성했다. 계속 구입도 하고 기증도 받고 있다. 경주시에서도 행정적 지원과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관람객의 추이에 대해선 단체 관람객보다는 삼삼오오 승용차나 택시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으며 연중 연휴 기간에 특히 많이 관람한다고 한다.
대부분 꼭 찝어 찾아서 이곳을 오는 것으로 단체 패키지 관광의 한 코스로 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스타들도 많이 다녀갔다고 했다.
또, “구정 전까지 1차적으로 ‘로봇태권브이’와 ‘헐크’ 등 두 점의 대형 피규어를 먼저 유치하고 차츰 30여 점을 더 비치하려고 한다. 동심의 세계로 소환하겠다(웃음). 그리고 올 연말까지는 인공지능로봇을 비치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충족시키고 체험을 통해 줄거움을 배가 시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는다”, “ 예전 엄마아빠의 생활을 이해하게 됐다”
오후가 되자 추억의 달동네는 점차 관람객이 늘어났고 각 코너별 골목에서는 웃음소리가 넘쳤다. 대전에서 온 박가영 커플은 “재밌게 봤다. 상황에 맞는 마네킹의 표정도 좋았다. 대표적인 포토 스팟을 지정을 해주면 좋겠다. 병영생활체험, 탈곡기 작동 등의 디테일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더 많았으면 한다”고 했다.
울산에서 온 중년의 주부 다섯 명은 인터넷 검색으로 이곳을 알게 됐고 옛 생활풍경이 재현돼 있어 즐거웠다고 전하며 이곳과 다른 유사한 곳으로는 순천시, 의성군, 문경시, 군위군 화본 등과 제주도에도 있지만 짜임새있고 아기자기한 곳은 경주의 이곳이 최고인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유사한 곳에 비해 생활소품이 많아서 더욱 풍성했다. 경주를 여러 번 다녀갔음에도 이곳을 안 것은 최근이다.
특히, 교복을 체험할 수 있어 재밌었다. 다음에 애들 데리고 또 오고 싶다. 부모들의 어린 시절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소녀들처럼 쫀드기를 구워 먹으며 깔깔댔다. 소위 불량식품이라 할 수 있는 주전부리는 그들을 즐겁게 했다.
대구서 온 이성민, 김주희 커플은 이곳 근처 펜션에서 머물다가 알게 됐다며 덜 알려진 것에 비해 알찬 구성이라고 했다. 예전의 생활을 말로만 들었던 것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경기도 이천에서 온 네 명의 고등학생들은 (김희재, 강성현 외 두 명)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왔다면서 “초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경주에는 두 번째 오는데 너무 재밌다. 지게를 져보는 새로운 체험을 통해 예전 엄마아빠의 생활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창원에서 온 모녀는 “잊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는다. 엄마랑 대화하면서, 추워도 즐겁게 다니고 있다”고 했다.
추억의 달동네 관람료는 성인 기준 7500원이며 관람 시간은 하절기 8시 30분에서 오후 7시, 성수기엔 8시 30분에서 밤 8시, 동절기엔 8시 30분에서 일몰시까지 운영한다. 경주시민은 신분증을 지참하면 30% 할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