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음악소리,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음료들, 정장과 드레스를 잘 빼입은 선남선녀들이 얼굴에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여유롭게 춤을 추기도 하는 광경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파티의 장면이다.
서양에서는 파티와 같은 모임을 가질 때 초청장에 ‘화이트 타이(White Tie)’ ‘블랙 타이(Black Tie)’ ‘포멀(Formal)’ ‘세미 포멀(Semi-Formal)’ 등의 표기로, 참석자가 어떤 옷차림을 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나비넥타이 차림은 초대장에 ‘블랙 타이’ 또는 ‘포멀’이라고 명기된 경우다. 이때는 턱시도에 검정 나비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가야한다.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는 어떤 격식의 파티에도 무난한, 남자들의 대표적인 예복이라 할 수 있다.
나비넥타이는 말그대로 나비모양의 넥타이다. 흥겨운 파티와 같은 자리에 잘 어울리며 반대로 무거운 장례식장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런 의상인데, 어떻게 나비넥타이는 파티와 잘 어울리는 걸까?
인체의 목에는 갑상선이라는 내분비기관이 존재한다. 내분비기관은 쉽게 말해서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를 뜻하는데, 갑상선 역시 여러 가지 호르몬들을 분비해 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갑상선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어떻게 자리하는지 살펴보자.
갑상선은 전형적인 나비모양을 가지고 있다. 나비의 양 날개가 목안을 감싸듯이 입체적으로 위치해 있는데, 한쪽 날개의 폭은 대략 2cm 정도이고 양쪽다 합치면 5cm, 크기는 15-20g 정도의 내분비 기관이 다 그러하듯 작은 장기이다.
이 갑상선은 상당히 피부 표면에 위치한다. 그래서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너무 비대해지면 한눈에 보기에도 목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보인다. 그래서 갑상선 제거 수술과 같은 치료를 할때도 이 갑상선에 접근하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딱딱한 뼈와 여러 가지 보호막이 감싸고 있는 심장이나 뇌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이다.)
갑상선의 기능은 뭘까? 내분비기관의 특징상 호르몬을 분비해내는데, 갑상선의 대표적인 호르몬이 바로 갑상선호르몬이다. 생리작용으로는 세포 내의 이화작용을 촉진하고, 총대사량을 증가하여 체온을 높이며, 뇌의 흥분성을 강화한다. 또 단백질 동화를 돕고 간에 있는 글리코젠의 분해를 촉진시키며, 지방질대사에도 관여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갑상선 호르몬은 몸의 대사량을 관장해 내는 호르몬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늘어나면 대사량이 증가되어 굉장히 활동적인 경향을 띤다. 말수도 늘어나고, 움직임도 많아지고, 체온도 높아지고 쉽게 배도 고파지지만 체중은 오히려 감소하는, 게다가 몸이 피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움직이려는 그런 혈기왕성한 상태가 된다.
갑상선 호르몬이 줄어들면 반대 증상이 나타난다. 귀찮아지고, 가만히 있고 싶어지고 식욕도 없어지고 종종 추위에 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흥겨운 파티장에서 나비 넥타이를 매는 전통은 상당히 오래 된 듯 싶다. 넥타이의 유래가 17세기부터라고 하니 나비넥타이 역시도 수백년의 역사를 가지지 않았을까?
흥겨운 자리에서 나비넥타이를 매는 모습이 무난하고 좋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나비넥타이는 자신의 갑상선을 크게 강조하는 소품은 아니었을까? 실제 갑상선의 크기, 위치, 또 색깔까지 거의 똑같이 흉내내어 목에 맨 나비 넥타이는 ‘내 갑상선은 이렇게 크니 나는 즐겨운 이 자리에 정말 잘 어울리는 혈기왕성한 사람이다’ 라는 것을 뽐내는 무언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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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