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작가가 큰 일을 해냈다. 설화 속, 가야국 시조의 어머니인 정견모주(正見母主)의 표준영정이 동국대 명예교수 손연칠 화백에 의해서 제작된 것. 가야국 시조의 어머니이자 가야산신으로 숭앙되었던 정견모주가 정부 표준영정 지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정견모주 표준영정은 세로170cm × 가로113cm의 크기로, 가야국 시조의 어머니로서 위엄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상이며 위풍당당한 국모로서의 풍모와 근엄함을 갖추고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작가인 손연칠 화백은 그간 성삼문·이익 선생 등 다수의 표준영정을 제작한 전문가다. 손연칠 화백은 2015년 1월 고령군으로부터 제작 의뢰를 받았다. 3월, 국가표준 영정 심의위원회에서 제공한 초안에 기반해 2015년 12월 제작을 마쳤다. 손 교수는 “의상 등은 4세기경의 고구려 고분벽화를 참고했으며 인상은 가야인들의 두개골을 모두 조사해 다소 인중을 길게표현하는 등 얼굴형을 길게 했다. 머리 형태도 수십번 수정을 했다”며 심혈을 기울여 작업했음을 짐작케 했다. “가야국의 설화와도 같은 인물을 형상화해야해서 무척 힘이 들었다. 팔에 걸친 천의(너울)등은 ‘신’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장치였다. 상상속 인물이면서 작가로서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4월부터 매월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거쳐 완성했다” 자문위원들과 의상 전문가들도 매우 까다로웠다고 하는데 이는 그간 기 제작된 표준 영정이 논란이 되어 왔으므로 더욱 신중을 기한 것. 경북 고령군에서는 가야국가의 역사적 시작을 알려주는 건국설화에 대한 객관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정견모주의 영정 사업을 추진해왔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서 고증과 수정 작업을 거쳐 2015년 12월 표준영정으로 최종 지정(제96호)받았다고 밝혔다. 가야는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지 못하고 520년간 여러 개의 국가로 병립했으나 대체로 전기에는 금관가야, 후기에는 대가야가 맹주국이었으며, 두 나라에는 각각 서로 다른 건국설화가 존재하고 있다. 그 중 정견모주는 대가야국의 시조인 이진아시왕과 금관가야국의 시조인 수로왕의 어머니다. 즉 가야국의 시조모로, 가야산신으로 숭앙됐으며 대가야 왕실 세계에서 최정점에 자리하고 있는 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해인사에는 정견모주를 모시는 사당인 정견천왕사가 있었다. 고령군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지정한 표준영정이 없어 문화관광 자원으로 정견모주를 활용할 때 혼선이 야기됐으나 손 화백이 제작한 정부 표준영정이 지정됨으로써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특히, 가야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고대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야의 진면목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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