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김일호(63), 김광희(59) 부부시인이 최근 시집을 함께 발간해 지역 문화계 이슈다. 이들 부부는 서악동에서 그동안 부부가 꿈꿔왔던 게스트하우스 ‘시인의 뜨락’을 운영하며 시를 쓰고 있다. 전국의 문학인들이 찾아 와 묵으며 문학 이야기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부부는 함께 발간한 시집을 겸손해 한다. 김일호 시인은 도서출판 시산맥사에서 ‘구름을 배달하다’ 를, 김광희 시인은 도서출판 목언예원에서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면 날개가 된다’ 를 펴냈다. 두 권 모두 2015년 경북문예진흥금으로 펴내 더욱 의미가 깊다. 김일호 시집 ‘구름을 배달하다’는 4부로 나눠 ‘대추나무, 풍경을 수놓다’, ‘달빛으로 짠 무늬’, ‘구름을 배달하다’, ‘분홍 돌고래는 힘세다’ 등으로 서정시의 친숙함과 이를 넘어서는 방법적 탐구를 보여주는 시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인 손진은 교수는 “김일호 시인의 시는 전형적인 서정시로 자아와 세계의 거리가 없는 동일화를 본질로 구축돼 있다. 그의 시는 서정시의 친숙한 문법을 끌어들이면서 치열한 자의식으로 시인의 상상력을 긴장시키고 서정시의 질적 깊이를 갱신하면서 서정의 현실적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희 시집 ‘발뒤꿈치도 들어 올리면 날개가 된다’도 4부로 나눠 ‘바람 들어 좋은 날’ , ‘바탕골 여름밤’, ‘늑대 소년’, ‘소래꽃집 살해 사건’ 등 당대의 현실에 빛나는 시적 위엄을 지닌 시어들을 펼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경복 교수의 작품해설에서는 ‘동일성의 고향으로 치닫는 신화적 상상력’이라고 압축하면서 “사라져가는 사물에 대한 주시와 서민의 애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인은 일상의 무미건조함과 비생명성을 신화적 세계의 소환으로 치유해 신명과 화해의 공존적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광희 시인은 “우리 부부는 시가 되겠나 안되겠나를 두고 서로 신랄하게 비판을 한다. 각자의 스타일 대로 요구를 하고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일호 시인은 “김광희 시인과의 인연은 행운이라고 본다. 시 세계는 다르지만 이번 시집을 내곤 제가 위축이 많이 됐다. 시인들도 많고 시인들도 많이 배출되지만 아내같은 시인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광희 시인은 2006년 전북도민일보에 ‘물가자미’로 신춘 등단하고 이어 김일호 시인은 2008년 경남신문에 ‘대추나무’로 등단했다. 김광희 시인은 또 2014년 경주문학상 수상, 2015년 오누이 시조 신인상 수상, 올해 농민신문에 시조 ‘바다가 끓이는 아침’으로 신춘 등단한 바 있다. 그들은 천생연분이다. 앞으로 공동 시집을 내서 딸의 그림과 함께 엮고 시화전도 가져보고 싶다는 이들 부부는 자신들을 위한 작고 소박한 출판기념회 잔치를 벌인다. 부부의 첫 시집 발간 출판회는 15일 오후 6시, 경주예술의전당 지하 샌텀샐러드뷔페에서 열린다.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격려해주던 두 시인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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