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창옷을/ 입자니 때가 묻고/ 개자니 살이지고/ 짓만 잡아 걸어놓고/ 오동장속 까가수는/ 베기좋고 있어좋고/ 아들 딸 삼형제는/ 키울듯이 낳아놓고/ 무주비단 한 이월에/ 덮을듯이 더져놓고/ 원앙침 갓비개는/ 벌듯이 놓아두고/ 비가너머 쏘이되어/ 오리 한쌍 오개 한쌍/ 떠들어 오네// -경남 하동에서 구전돼 온 잠농 민요 중 ‘비단요’ 전문. 실크로드 동쪽 경주, 비단길의 끝 경주. 손 명주(silk)를 짜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이 있다. 바로 양북면 두산리가 그곳이다. 손 명주의 모든 과정을 전통 그대로 간직한 두산마을과 손 명주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어르신들을 지난 10일 찾았다. 경주명주전시관이 위치해 있는 두산리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전국 유일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손 명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 모여있는 장인들은 한 평생 대부분을 손 명주 짜기에 바친 이들이며 대부분 30~60년의 손 명주짜기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은 경주시티투어 동해안권 코스 경유지 중 한 곳이다. 목, 금, 토, 일 오후 12시 30분~ 1시 30분 사이에 방문하면 할머니들의 베틀 시연을 볼 수 있다. 10일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관광객들과 함께 사라져가는 풍경을 영상에 담고 있었다. “요즈음 옷감이 얼마나 잘 나와요?”라는 이 곳 주민의 반문을 되새기지 않아도 대량으로 생산되는 질 좋은 섬유의 홍수 속에 우리 여인네 손끝으로 탄생하는 결 고운 전통 명주는 그 값어치를 따질 수 없다. 그 명맥을 우리 경주의 여인네들이 잇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전통 손 명주 생산기술 계승발전과 손 명주 명품 마을 육성위해 경주시전통명주전시관은 2010년부터 운영됐다. 전통 손 명주의 생산 기술 계승 발전과 더불어 동해안 지역의 농촌체험관광과 연계한 손 명주 명품 마을 육성으로 새로운 농가 소득 창출을 위해 건립됐다. 이 전시관은 현재 두산마을 할머니들이 베틀 시연을 보여주는 ‘명주작업관’, 명주 원사에 빛깔 고운 천연 염색을 하는 ‘명주염색관’, 양잠과 실크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명주전시관’ 등 3동의 한식골기와 건물이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자리잡고 있었다. 두산리 주민 이외자씨는 “두산 명주는 한 필 당 70만원 정도에 팔립니다. 초보자가 서투르게 할 경우 5만원 정도는 싸게 팔지만 거의 예외가 없지요. 이분들이 작업해 놓은 물량은 전량 소비되는 편입니다. 예전에는 수의(壽衣)로 많이 소비됐지만 화장(火葬)문화 확산으로 이마저의 수요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지요. 명주는 생지 자체로 매우 우아한 멋이 있어요. 이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이들은 아직도 여전히 명주를 찾고 있지요”라고 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이 명주로 자녀들 공부도 시키고 생계에 큰 도움이 됐으나 지금은 명맥만 이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전 어르신들이 한참 베를 짤때는 일년에 한 사람당 20~30필이 나왔어요. 그래도 판로가 걱정이 없었지요. 그랬던 수요가 요즘은 현격히 줄어들었고 기술 보유자도 줄었습니다. 그래도 짠 베가 안 팔리는 경우는 없어요” -한 필의 명주 천이 나오기까지...전 공정 까다롭고 정성 많이 필요한 전통 수작업 한 필의 명주 천이 나오기까지는 모든 전 공정이 까다롭고 정성이 많이 필요한 전통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먼저, 누에 알을 부화시켜 잎을 먹이고 키워 고치를 얻는 작업부터다. ‘실뽑기’는 솥에 물을 붓고 끓을때 고치 한 줌을 넣고 젓가락으로 저어 실끝을 찾아 물레에 묶어 손잡이를 잡고 돌려 실이 풀려 나오게 하는 작업이다. ‘실내리기’는 물레에서 내린 실을 물에 우려 말린 다음 실올을 풀어 다시 실패에 감는 작업이다. ‘베날기’는 열 개 날상이의 구멍으로 실끝을 통과시켜 한 묶음으로 날틀에 걸어 한 필의 길이에 맞춰 실을 나는 작업이다. ‘바디 실꿰기’는 올을 바디에 한올한올 꿰는 과정이다. ‘베메기’는 밀가루 쌀풀을 솔에 묻혀 골고루 칠한 다음 왕갯불에 말리면서 도투마리에 감는 과정이다. ‘꾸리 감기’는 북안에 넣어서 씨실을 공급할 수 있도록 알맞게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다. ‘베짜기’는 날실이 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에 올리고 잉아를 걸고 실꾸리를 북에 넣은 다음 짜는 과정으로 이러한 여러 복잡한 과정이 전통 명주를 짜는 전 과정이다. -“열아홉에 이 마을로 시집와 지금까지 명주 짜고 있지요. 대학도 시키고 유학도 보냈어요” 할머니 네 분이 시연을 하고 있는 명주작업관을 찾았다. 일요일 오후 1시경, 경주시티투어단이 한꺼번에 몰렸다. 바짝 말린 고치를 70~80℃의 물에 불리며 실을 뽑아내고 있는 김분순(77) 할머니는 연신 가늘디 가는 흰 실을 뽑아내고 있었다.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것이 첫 과정으로 하얀 고치에서 가는 실이 뽑아올려져 나오는데 만져보니 탄성이 매우 강했다. 거미줄처럼 가는 실이 흡사 낚시줄같이 탄탄했다. 고치 하나당 1.5~2미터 길이의 실이 나온다고 했다. 이정애(62)씨는 실 내리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광치’에 실을 감고 있었다. 김봉선(75) 할머니는 감긴 실을 다시 실패에 감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경력의 88세 이수봉 할머니는 최고 맏언니였다. 베틀에서 천을 짜고 있었다. ‘바디’를 잡고 실꾸리가 든 ‘북’을 좌우로 ‘탁탁’ 소리를 내며 반복적인 동작을 하고 있었다. “열아홉에 이 마을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명주 짜고 있지요. 슬하에 7남매를 두고 있는데 농사도 짓고 이 일도 했어. 길쌈으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대학도 시키고 유학도 보냈어”라며 베 짜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베틀의 각부 명칭은 ‘도투마리’, ‘뱁댕이’, ‘최활’, ‘나부손’, ‘잉앗대’, ‘눌림대’, ‘비개미’, ‘가롯대’, ‘안친널’, ‘바디’, ‘북’, ‘꾸리’, ‘쳇발’ 등 생경한 이름들이었지만 할머니 발음 그대로 옮겨 보았다. “우리도 뽕 밭이 있고 누에 농사도 짓고 있는데 앞으로는 힘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지을 것 같아요. 우리가 못하게 되면 아랫 사람들이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귓전을 맴도는 말이었다. -이 곳 두산 마을에서 베틀에 올려지는 명주 실은 모두 경주산 두산리에서 생산되는 누에고치는 물론, 경주 서면에서 양잠을 하는 농가와 계약 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누에고치를 전량 구매해 명주실을 뽑아낸다. 뽕나무부터 누에를 거쳐 명주실까지 이 곳 두산 마을에서 베틀에 올려지는 명주 실은 모두 경주산 실인 것. 경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향후 두산리 양잠 농가 고치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전시관 연접지에 대규모 뽕밭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베짜기 후계농업인을 육성 지원하고 30~50대 주부를 대상으로 3년간 교육비를 지원해 후계자를 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염색관은 현재, 거의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폐수 처리시설 외에 실질적인 염색 하수 처리규정이 강화돼 어려움이 있어서라고 한다. 염색관도 운영돼야 하는데 지금은 전통의 계승과 수제자 양성정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에서는 시설물 관리 및 양잠업에 드는 비용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시연에 드는 누에고치 재료 구입비, 할머니들 기술제공 시연비, 개인 베틀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 명주 짜는 작업에 드는 재료비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 기능보유자 몇 분 대상으로 경북도 무형 문화재 신청한 상황 두산명주 회원수는 현재 16명이다. 16명 중 10명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할머니들이고 나머지 6명 정도는 기술을 전수받고 있는 전수자들이다. 일주일에 네 분씩 돌아가며 시티투어단을 위한 시연을 하고 있으며 회원 중 50~60대는 다섯명 정도라고 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너무 힘든 일이라 기피의 작업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시어머니의 일을 전수받는 것으로 그나마 두산 마을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이 일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이 마을 기능보유자 할머니 몇 분을 대상으로 경북도에 무형문화재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1월에 문화재위원들이 심사를 오기로 한 상황이고요. 지정이 될 경우 얼마간의 지원금을 확보할 뿐더러 자긍심 고취에도 도움이 돼죠”라고 했다. 또 예전부터 추진해온 길쌈을 무형문화재로도 추진하고 있다. 그나마의 명맥 보존의 명분을 경북도문화재 지정을 통해 다질 수 있을 정도여서 기능보유자들의 경북도 문화재지정을 촉구해야 할 시점이었다. 귀하게 대접받을 우리의 소중한 전통 콘텐츠인데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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