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경주시가 건립 중인 황룡사 역사문화관이 통일신라시대 석축 연못 바로 앞에 건축 중인 것으로 드러나 유구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건립터 지하의 유적 여부 확인은 지하 물리탐사를 실시했지만, 발굴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부터 실시한 문화재청 사적분과 문화재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당시 사적분과위는 역사문화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연못 호안 석축으로 추정되는 석축 및 내부 퇴적층이 확인돼 북쪽으로 2m 이동해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변경되는 부지는 당초 예정부지와 바로 인접한 곳으로, 이 부지에 대한 지하 물리탐사결과 지상에서 4m 깊이까지 예상 유구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0년 7월 사적분과위원회는 황룡사 역사문화관 건립 위치를 당초 의견대로 북쪽 2m 위치로 변경하도록 결정했다. 이는 현재 황룡사 역사문화관 부지는 연못 바로 앞에 건립 중이며, 발굴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지난 4일 한 중앙 언론사에서 제기한 것처럼 연못터 바로 위에 황룡사 역사문화관을 건립하지는 않았지만, 연못터 바로 앞에 건축 중인 것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또 문화재법상 유적지에 건물신축 등 현상변경을 하려면 땅속 유적 여부를 확인하는 시굴 또는 발굴조사를 거치게 돼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위치변경으로 연못터가 신축건물 아래 건립되는 것은 피했지만 만약 연못을 원형복원하게 된다면 역사문화관 건물의 철거는 불가피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지난 4일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황룡사 역사문화관 건립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연못터가 확인돼 관계 전문가 자문회의(2010년 4월) 및 문화재위원회 심의(2010년 7월)를 거쳐 연못 유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당초 위치를 변경해 건립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해명에도 시굴 또는 발굴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과 역사문화관 처마가 연못터 위 2m 가량을 덮고 있는 등 유구 훼손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장방형 연못으로 확인···조경학적 중요한 의미 지녀 이곳에서 발굴된 연못은 신라 연못 중 최초인 장방형 연못으로 조경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1년 11월 작성한 발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신라 정원연못(苑池) 가운데 최초로 장방형 연못(方池)이 확인됐다. 동서 너비 37m 남북길이 44.6m 크기의 발굴부지 가운데 동서 22.3m 남북 33.7m의 연못터가 확인된 것이다. 특히 이 연못은 지금까지 경주시내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진 연못 가운데 격을 갖춘 최초의 방지(方池)로 확인됐다. 안압지, 용강동 원지, 구황동 원지 등 곡선형태로 축조한 곡지(曲池)에 비해 소규모의 연못이며,정원석 등과 같은 경관을 위한 꾸밈이 배제됐다. 그러나 안압지, 용강동 원지, 구황동 원지 등에서 확인되는 곡지 구조와는 뚜렷하게 구분되고 있어 연못의 형식, 변천과정 등을 연구하는 조경학적 자료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황룡사 인근에 위치하지만 황룡사에 편입되지 않았던 이 석축 연못은 황룡사와 일정기간 공존하면서 나름대로의 고유한 역할을 담당했던 유적으로 판단했다. -경주시, 철저한 유적확인 투명성 바탕 건립 중 연못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경주시도 문화재청에 이어 지난 6일 해명자료를 내고 황룡사 역사문화관의 건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황룡사 역사문화관은 1983년 발굴 이후 30여 년 동안 방치된 황룡사와 9층 목탑 건립에 대한 국민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건립 중에 있다. 특히 현재 발굴복원 중인 경주 월성을 비롯한 동궁과 월지 등 주변 사적지와 연계한 새로운 경주관광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연못터와 관련해서는 문화재청과 마찬가지로 2010년 4월 관계전문가 자문회의와 7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못 유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당초 위치를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또 관련발굴조사 보고서는 2012년 3월 언론에 배포했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등 철저한 유적확인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건립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개관 예정···황룡사 9층 목탑 1/10 전시실 등 갖춰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총 사업비 130억 원을 투입해 부지 1만4320㎡에 지상 2층, 연면적 2865㎡의 규모로 건립 중에 있다. 지난 2013년 7월 착공해 오는 5월 개관할 예정이다. 내부에는 황룡사 9층 목탑의 1/10 목탑 전시실과 건립부터 소실까지 전 과정을 담은 영상실이 들어선다. 또 황룡사와 천년신라 역사 이야기를 담은 역사실, 실물 크기의 중금당과 9층 목탑의 기둥, 치미와 발굴 시 출토된 각종 자료의 복제품 전시, 황룡사 유적층, 신라왕경·황룡사 불상 이야기, 포토존 등 체험실, 황룡사 유적에 가상현실 복원 전각을 볼 수 있는 전망대 등으로 꾸며진다. 또 국립경주박물관과 협의를 통해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진품을 기획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경주시는 지난 7월 공모를 통해 당초 ‘황룡사 연구센터’의 명칭을 ‘황룡사 역사문화관’으로 확정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황룡사 역사문화관은 올해 5월을 개관을 앞두고 현재 8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개관 후 연간 25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천년고도 경주의 위상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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