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학대상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협 경주시지부(회장 김명석)가 주관하는 제27회 신라문학대상작이 발표됐다. 시 부문에 김미순 당선자(부산)는 ‘감은사지에서’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시조부문에서는 백윤석(서울)의 ‘스팸메일’이 , 소설부문에서는 서형숙(경주시 현곡)의 ‘칠불암’이, 수필부문에서는 박경혜(대구)의 ‘씨오쟁이’가 각각 당선됐다.
이번 수상작과 관련해 시부문 심사평을 맡은 문효치, 강희근, 정민호 심사위원은 ‘전설속의 싸인 운무(雲霧)같은 시’라고 총평을 하면서 “‘감은사지에서’는 우선 시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시적인 뿌리를 역사적 사실에 두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를 풀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에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 너무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더구나 신라문학대상은 신인을 등단시키는 관문이기에 더욱 그렇다. ‘은밀한 내간체는 설화가 되고’에서 이 시인의 능력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고 평했다.
김미순 당선자는 깨어 있는 현실 속에서 시로를 열겠다면서 “아직도 신라의 혼은 살아 감은사지 동, 서탑이 내 속에 박히고 만파식적이 들리듯 금당 올라가는 계단 태극문양이 오늘따라 크게 다가온다.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지만 힘을 빼고 물결 흐르는 대로 자연과 공유하며 시어에 전염하는 시인으로 남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조부문 심사평을 맡은 한분순, 이정환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스팸메일은 첨단 인터넷 시대를 급박하게 살아가며 겪고 있는 일상의 애환을 밀도높게 노래하고 있다. 구절구절이 실감실정이다. 시종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징하게 형상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소재로 볼 때 서정성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육화하는 과정에서 밀도높게 실존적 자아를 투영하고 있다. 3장 6구 12마디는 유기적 체계로서 다채로운 변용과 변주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조의 전개 유형은 시인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팸메일은 특별히 주목되는 작품이다. 네 수 한 편이면서 두 수씩 묶은 점도 효과적이었다. 이 시인은 오랫동안 절차탁마에 힘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백윤석 당선자는 소감에서 “절필했던 5년과 칠레 생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신춘문예에 도전했으나 최종심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절치부심했다. 꼬박 1년을 신작과 초고 다듬기로 보내다가 27회 신라문학대상에 도전했다. 이번 기회를 더 열심히 쓰라는 대선배님들의 채찍으로 알고 짧은 글이라도 헛되이 놓지 않고 치열하게 우리 가락을 노래하겠다”고 밝혔다.
소설부문 심사평을 맡은 이광복, 김선주 심사위원은 심사평에서 “이번 신라문학대상 응모작들은 27회를 이어온 역사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백여 편이 넘는 열기를 보여 주었다. ‘칠불암’은 한 가족이 소박하게 살아가던 중, 남편이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10여 년 동안을 간호하면서 살아가는 여자의 삶을 잔잔하고 차분하게 그렸다. 문장은 간결하고 깔끔했으며 칠불암에서 제를 지내는 삶의 모습이 슬프고 애잔하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가 치밀하며 격조가 높았다”고 평했다.
서형숙 당선자는 “삶이 시지프스의 바위굴리기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 바위도 언젠가는 닳아지리라 생각한다. 비록 자주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그럴수록 더 쉽게 놓지 못하는 아득한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부족한 글 뽑아주셔서 계속 나아가 보라고 용기를 주시는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 드릴뿐이다”고 당선 소감을 전했다.
수필 부문 심사평을 맡은 지연희, 장호병 심사위원은 ‘참신한 비유와 형상화’라며 총평했다. “응모된 많은 작품들이 사실의 기록에 머물러 있었다. 주제를 향한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작품, 제목과 거리가 먼 작품, 새로움이 결여된 작품 등을 제외하고 ‘씨오쟁이’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하는데 심사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30년 만에 들른 고향집에서 보게 된 씨오쟁이와 대를 이을 아들을 얻기 위한 어머니의 지난한 삶속 핏빛 씨오쟁이. 참신한 비유, 탄탄한 긴장감, 그리고 의미화와 형상화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박경혜 당선자는 “ 수필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은 지 삼 년여가 되어간다. 곁에서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쳐주니 멋모르고 마구 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졌다. 수필이라는 장르에 더는 다가서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머뭇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신라문학상이라는 큰 선물이 제게는 수필로 한 걸음 다가서는 디딤돌이 되리라 확신한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글 쓰라는 엄중한 말씀이라 마음에 새겨두겠다”며 당선소감을 전했다.
제27회 신라문학대상 시상식 및 경주문협의 밤은 오는 26일 오후 4시부터 The-k호텔(구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며 당선자에게는 시부문 600만원, 시조와 수필 500만원, 소설 1000만원의 시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당선작은 ‘월간문학’2월호에 발표하고 한국문인협회가 인정하는 기성문인으로 대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