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빠들이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이 하루 6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짧다고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런 류의 기사는 기분을 무겁게 한다. 부모와 아이가 보내는 시간이 많은 오스트레일리아(256분), 오스트리아(253분), 아일랜드(223분), 미국(211분)과 비교해도 그렇고, 특히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경우 오스트레일리아 (72분), 미국(76분)에 비해 턱없이 초라한 우리의 현실에 또 화가 치민다.
내용만이 아니다. 가령 ‘한국, OECD 36개국 중 행복순위 ‘27위’ 식의 기사제목도 마음에 안 든다. 굳이 OECD라는 권위(authority)가 정해줘야 우리가 행복해지는 건 아닐 텐데도 꼭 몇 개국 중에 우리는 몇 등이라는 식이다.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에게 예외 없이 “두 유 라이크 김치(김치 좋아하세요)?”하고 묻고, 외국인 골퍼 ‘미쉘 위’나 ‘리디아 고’ 이름 옆에 괄호해서 기어이 ‘위성미’, ‘고보경’하고 한국명을 집어넣는 식이다.
여기서 잠깐!! 아빠가 아들하고 교감하는 시간이 6분이라는 사실 이면에 어떤 문화사적 함의가 있는지 환기하고 싶었는데 잠시 이야기가 옆길로 새버렸다.
그럼 결론을 내자. 오늘의 결론은, ‘남자는 여자와 다르다!’ 이다. 신생아 102명에게 여자의 얼굴 사진 한 장하고 움직이는 모빌을 한꺼번에 보여주었더니, 남자아기는 움직이는 모빌을 더 많이 쳐다보았고, 평균 응시 시간도 남자아기가 더 길었다고 한다. 대조적으로 여자아기는 사람의 얼굴사진을 쳐다본 아기가 더 많았고 평균 응시 시간도 남자아기에 비해 길었다고 한다.
남자는 아이고 어른이고 간에 자동차 같은 기계나 움직이는 물체에 관심이 많기 마련이고, 여자도 어른이고 아이고 간에 사교적이며 타인과의 관계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누구나 아는’ 결론에 도달했다.
캠브리지 대학의 사이먼 코헨교수가 태어난 지 하루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했다니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르게 태어난다는 사실은 더욱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는 실험 대상을 긴꼬리원숭이로 해보았다. 전형적인 남자 아이용 장난감(공과 경찰차)과 역시 전형적인 여자 아이용 장난감(봉제인형과 장난감 주전자)을 수컷과 암컷 긴꼬리원숭이 각각 44마리에게 제시해 보았다.
그랬더니 암컷은 여자아이 장난감에 두드러지게 많은 관심을 보인 반면, 수컷 원숭이는 남자아이 장난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실험을 시도한 알렉산더(Gerianne M. Alexander)와 하인즈(Mellisa Hines)는 논문에서 암컷원숭이가 마치 여자아이가 그렇듯 인형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내려고 아랫도리를 살피는 사진과, 수컷원숭이는 남자아이들처럼 장난감 경찰차를 앞뒤로 밀었다 당겼다 하는 흥미로운 사진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 또한 종(種)을 막론하고 암수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웅변한다.
퇴근 후 귀찮은 마음에 양말을 홀라당 뒤집어 그것도 세탁기 옆에다 던지는 내 습성을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는 와이프를 보더라도 남자는 여자랑 분명 다르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왜 하필 6분일까?
진화심리학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든다. 그 하나가 부성(父性)의 불확실성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의 잉태는 여성(암컷)의 체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남성(수컷)은 자식이 자신의 친자식인지를 결코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부성은 불확실하고 모성은 언제나 확실하다.
아빠가 자식에게 덜 헌신적인 그 두 번째 이유는 번식 성공률의 차이다. 남자는 잠재적으로 여자보다 훨씬 많은 자식을 둘 수 있는 반면, 여자는 번식수명이 짧다. 일단 임신을 하면 9개월 동안 태아를 잉태하고, 낳은 후에도 적어도 몇 년간은 갓난아기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야 하니, 그 동안 엄마들의 번식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번식 성공률이 높은 남자는 이 와중에도 바람을 피우는 등 본능(?)에 충실하기도 한다(물론 안 그런 남자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오해 마시길 바란다). 여자는 번식의 성공률이 낮다보니 차라리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부성애보다 모성애가 더 강할 수밖에….
하루에 겨우 6분을 자신의 아이와 교감하면서도 남자가 당당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끝을 낼 지점이지만, 결론은 선명하다.
“여보, 미안해, 내년에는 애들이랑 좀 더 놀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