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물질로만 취급받고 있는 삼중수소가 1g에 3000만원을 호가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사실이다. 지난 18일 현재 금시세가 1g에 4만141원대인 것에 대비하면 약 747배나 비싼 셈.
삼중수소가 귀한 몸으로 대접받는 것은 생산이 어려워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삼중수소는 의료용으로 백혈구 검사, 호르몬 분석, 독성영향연구 등에 사용되며, 연구용으로는 지하수 흐름 탐사 연구, 지하수 연대 측정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 산업용으로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로 고급시계 야광, 공항 활주로 유도등, 건물의 비상구, 형광 광섬유, 군사용 조준경 등에 사용된다.
특히 공항의 검색대에도 삼중수소가 붕괴된 헬륨 -3이 쓰인다. 공항에서는 액체물질은 일일이 가방을 검사해 비행기 반입을 막는데, 중성자 검색대를 이용하면 이런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중성자 검색대는 물체의 형태만 검사하는 X선 검색대와 달리 물체의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어서다.
-미래 에너지원 핵융합로 핵심연료는 ‘삼중수소’
향후 삼중수소가 활약할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미래 에너지원인 ‘핵융합로’다. 전문가들은 21세기 말경 세계인구가 100억 명에 도달하게 되면 에너지 사용량은 인구증가 속도보다 3배 이상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발생과 자원 고갈,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전력생산량이 낮고 제한된 조건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이 때문에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가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핵융합 발전소가 오는 204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융합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미래 에너지 소비량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생산성이 뛰어나 미래 에너지원 중 하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핵융합이란 태양과 같은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하나의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를 핵융합 에너지라고 한다. 핵융합 에너지를 얻으려면 태양의 중심보다 뜨거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플라즈마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핵융합 장치와 핵심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핵융합 에너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라고 강조한다. 폭발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한 에너지라는 것이다.
이는 여러 안전장치를 했기 때문에 안전한 것이 아니라 플라즈마를 매개로 해 핵융합 반응을 얻고자 하는 시스템의 특성 때문이다. 즉 연료공급, 진공상태 등 조건이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꺼지는 시스템으로, 연료주입만 차단되더라도 몇 초안에 즉시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것.
국가핵융합연구소 관계자는 “핵융합 발전소에서도 소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기는 하나 이 때 발생하는 삼중수소는 에너지가 약한 비교적 안전한 방사성 물질이기 때문에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우려가 거의 없다”며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등 세계적으로 핵융합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삼중수소의 주가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월성원전서 보관 중인 삼중수소 수출 가능
핵융합로와 관련한 연구가 향후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성원전 내 보관 중인 삼중수소의 수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삼중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캐나다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삼중수소를 군사용 위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현재는 캐나다가 세계 시장에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캐나다는 중수로원자로인 CANDU에서 방사성 폐기물로 나오는 삼중수소를 자원화하고 있다.
월성원전에 있는 4기의 발전소도 캐나다의 CANDU 중수로 원전이다. 월성원전은 지난 2007년 7월 TRF(Tritium Removal Facility-삼중수소 제거설비)를 준공해 가동 중이다.
월성원전에 따르면 이 설비는 세계 최초의 액상촉매방식 설비로서 중수 중의 삼중수소를 액체 상태에서 분리하고 초저온(영하 256도) 상태에서 농축하는 선진기술이 적용됐고, 우리나라에서 촉매기술과 저장용기 등을 자체 개발했다. TRF는 중수로형 원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중수에서 삼중수소를 분리해 따로 저장하는 설비다. 원전 인근지역으로 삼중수소가 배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함이다.
월성원전 관계자는 “이 설비를 본격 가동함에 따라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연간 방출량 등이 종전보다 대폭 감소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안전성을 높이는 성과 이외에도 현재 전량 수입하고 있는 고가의 원소인 삼중수소를 연간 700g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210억원이다.
삼중수소의 상업화로 안전성에다 경제성까지 확보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향후 삼중수소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로의 핵심연료로 월성원전에서 생산되는 삼중수소의 수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한국과 유럽연합,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가 공동으로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건설 중에 있다. ITER는 2020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으로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핵심연료인 삼중수소의 수요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삼중수소 공급국인 캐나다는 ITER의 회원국이 아닌데다 연료공급에 필요한 연간 생산량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수출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쉽고 안전하게 분리하는 방안 연구 활발
월성원전은 향후 TRF에 보관 중인 삼중수소를 상업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향후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TRF에 보관 중인 삼중수소는 티타늄이라는 금속에 결합돼 있기 때문에 분리하기가 까다롭다는 것.
이에 따라 원전 측은 이미 삼중수소만을 분리할 수 있는 설비구축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삼중수소가 현재 시계의 야광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처 럼 위험성이 높지 않은 만큼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는 과거 방사성 폐기물로 취급받던 삼중수소가 엄청남 가치를 지닌 물질로 탈바꿈했다는데 있다. 안전하게 삼중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막대한 경제적 수익과 함께 핵융합로 연구를 통해 미래에너지원 개발에도 크게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희소가치 높은 삼중수소는?
삼중수소는 자연계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보통 수소보다 무거운 수소를 말한다. 보통 수소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삼중수소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다. 무거울 뿐만 아니라 보통 수소에는 없는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가 크지 않아 종이나 물을 뚫지 못하고 사람의 피부도 통과할 수 없어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입하거나 섭취하면 몸의 특정 장기에 모이지 않고 골 고루 분포하다가 10일 만에 신진대사를 통해 호흡, 땀,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자연 중에는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자·양성자 등과 대기권의 질소가 반응해 약 0.34Bq/㎥로 일정수준의 삼중수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