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경주문학상 수상자가 선정 발표됐다. 경주문학상운영위원회는 운문부문에 김영식 ‘피데기를 손질하며’와 산문부문은 안병태 ‘문병 유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19일 오전 11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시상식이 개최된다.
...중략...팔삭둥이처럼 그 팔삭둥이의 에미처럼 자신의 생을 반 밖에 완성하지 못한 것들의 쓸쓸한 건조// 피데기를 손질하다보면 안다 눈물 같은 것 눈물의 속살 같은 것 밤바다는 무슨 기도가 많아 수평선 가득 연등을 매달아놓은 걸까 심해에 제 생을 드리우는 채낚기어선들의 어로// 나는 쪼글쪼글해진 오징어를 펴고 어머닌 차곡차곡 축을 만들고 처마 끝에 별이 뜰 때까지 그 별 몇 개 감나무 끝 까치밥으로 흔들릴 때까지// 피득피득 상강(霜降)의 하늘 위로 오래 날아가는 것들이 있다
-김영식, ‘피데기를 손질하며’중에서.
김영식 시인의 ‘피데기를 손질하며’는 어부의 아내로서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의 생애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모곡이다.
김 시인은 “‘피데기’...,다 마르지 않은 상태의 오징어를 말하는 이 3음절의 단어에는 삶의 애환이 묻어 있다. 그건 평생을 바다에서 생활하는 어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척박한 삶의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완성되지 못한 삶, 반쯤만 살아내야 하는 삶, 선천적 불완전성들이 숙명처럼 묻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피데기처럼 완성되지 못한 삶을 살다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며 시작노트를 전해왔다. 또 “큰 상을 받게 돼 어깨가 무겁지만 더 좋은 시로 보답하겠다”며 소감을 덧붙였다.
김 시인은 강원일보, 동양일보신춘문예 당선,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시집 ‘숟가락 사원’ 출간, 산문집 ‘부록에 관한 세 가지 옴니버스’을 출간했다. 현재 포항해양경비안전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의는 고맙지만 문병 좀 오지 마라. 문병을 왔으니 응당 내가 병상에 누워있는 사연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없는 시간 할애하여 문병해주는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성의껏 대답해야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 말이지, 발병 원인으로부터 작금의 와병용태까지를 매번 브리핑하기에도 이젠 지쳤다. 오죽하면 녹음기를 이용할까 조차 생각했으랴. ...후략’- 안병태, ‘문병 유감’중에서.
산문부문 안병태 수필가의 ‘문병 유감’은 정년퇴임 후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 작가가 경주동산병원 생활에서 채굴한 작품으로 ‘문병’을 비틀어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
안 작가는 “엄마의 요절, 첫사랑과의 애환, 이름도 모른 채 초례청에서 맞닥뜨린 ‘영원한 맞수’와의 투쟁, 정년퇴임 후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 경주동산병원 생활은 제 수필 소재의 무궁무진한 광맥이다. ‘문병유감’역시 병원생활에서 채굴한 작품으로 경주문학상까지 연결됐다”며 작품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2015년 저물녘에 귀한 선물을 받았다. 제 생노병사의 다음 단계는 ‘病’이다. 병원 마당을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다가 마침내 병실로 옮겨지는 날이 오면, 거기에도 백지가 있고 연필이 있는 한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눈물샘을 자극하겠다. 문학의 싹을 틔워주시고 길러주신 구림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안병태 수필가는 대한민국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최우수상, 대한민국근로자문화예술제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에 빛나며 현재 경주동산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