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동리목월문학관 위탁관리 운영과 관련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문학관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동리목월문학제 개최지원’과 ‘한국터키 문학심포지엄 개최’ 등 민간행사보조금도 전액 삭감돼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경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4일 경주시가 제출한 2016년도 세입·세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에서 총 132건, 80여억원을 삭감했다. 이중 동리목월문학관 위탁관리 1억1900만원, 동리목월문학제 개최지원 1억8000만원 중 시비 9000만원, 한국터키 문학심포지엄 개최 1억원 중 시비 6500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끝난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예산안 심사에서도 이들 예산은 전액 삭감됐었다. 특히 삭감 예산 중 동리목월문학관 위탁관리비는 인건비와 운영비 등 위탁운영비와 사무관리비, 공공요금, 시설유지비 등이 포함돼 있어 결국 내년 동리목월문학관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동리·목월 유품 기탁 관련 논란 표면에 드러나 이처럼 예산이 전액 삭감된 배경에는 문학관 내 전시되고 있는 김동리, 박목월 선생의 도서 등 유품 소유권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4일 시의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한 뒤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유품 기탁의사를 밝혀 왔기 때문. (사)동리목월기념사업회 소유의 이들 유품은 지난 2006년 동리목월문학관 개관을 앞두고 김동리, 박목월 선생의 유족들이 기증했었다. 경주시에 따르면 유품의 수는 문학관 내 2층 전시관 중 동리관 64건 316점, 목월관 42건 970점 등 총 106건 1286점이다. 시의회는 시가 문학관 건립 예산 일부와 매년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들 유품은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경주시로 기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경 경주시로 기탁 관련 의사를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자 이번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자 동리목월기념사업회는 14일 오후 늦게 경주시에 이들 유품들을 기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로 전송했다. 그러나 예결위 심사가 확정된 이후 보낸 기탁의사여서 예산 삭감을 돌이킬 수는 없게 된 것. 한순희 문화행정위원장은 “솔거미술관 개관의 경우 박대성 화백이 작품 800여점을 기증한 뒤 예산을 통과 시켰다”면서 “동리목월문학관 역시 시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형평성에 맞도록 동리·목월의 유품을 경주시에 기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리목월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지난 10월경 기탁 관련 사항을 들었다. 기증된 유품이지만 유족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고, 기념사업회 이사들의 협의과정 또한 길어지면서 기탁 결정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경주시의회는 17일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심의를 끝낸 예산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유품을 기탁하기로 한 만큼 본회의에서 삭감된 예산을 살려 수정 가결할 수 있지만, 경주시의회 개원 이래 이 같은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어 의회로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방법으로는 내년 상반기 내 열릴 예정인 추경예산 심의에서 가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심의 때까지 여러 구설수에 휘말릴 수 있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16일 현재 시의회 내부에서 이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본지는 마감시한 관계로 17일 열린 제2차 본회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다음 호인 1222호에 보도할 예정이다.) -해묵은 갈등 예산삭감으로 이어졌다? 이번 동리목월문학관 운영비 등에 대한 예산 전액 삭감이 오랫동안 지속된 동리목월기념사업회와 경주시문인협회 간의 갈등으로 빚어졌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설을 뒷받침하는 것은 지난 4월 경주시가 동리·목월문학관 위탁관리자 모집공고를 하면서다. 그동안 위탁관리를 해오던 동리목월기념사업회에 대응해 경주시문인협회가 모집공고에 신청 접수한 것. 당시 2개 단체는 사업자 선정을 위해 신경전을 벌였지만, 지난 5월 12일 열린 심사 결과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선정됐었다. 또 수년 전부터 2개 단체 간에 여러 갈등이 있어왔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감정이 번져 시의회의 예산 삭감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경주문협 관계자는 “동리목월기념사업회와 경주문협이 갈등을 빚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4월 동리목월문학관 위탁관리자 모집공고에 문협이 신청한 것은 그동안의 갈등이 나타난 한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시의원은 “동리·목월 유품 기탁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또 이를 관리·감독하는 집행부 측의 잘못도 있는 사안”이라며 “예산 삭감과 2개 단체 간 갈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시의회의 역할에 충실 했을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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