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주변지역에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삼중수소 영향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극미량이어서 인체영향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등 여러 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
삼중수소 영향평가는 경주시 월성원전·방폐장 민간환경감시기구가 동국대 예방의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삼중수소와 관련,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삼중수소에 많이 노출되는 점을 우려하는데 반해 한수원측은 주변지역이나 타 지역이나 기준치의 0.1%도 안 되는 수준이라 인체 영향을 언급할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경주시 양북면복지회관에서 열린 삼중수소 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서는 3개 연구기관이 연구내용과 결과치만 발표하고 수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인체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호에서는 삼중수소 영향 평가를 바탕으로 삼중수소 검출 수치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기준치가 무엇인지, 기준치 대비 검출치가 어느 정도이며 이에 대한 인체의 영향이 있는지 등 주변지역 주민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월성주변 평균 5.5, 울진 4.2, 경주시내 3.2 순
‘월성원전 주변주민 삼중수소 영향평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동국대, 조선대, 원자력의학원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 250명과 대조군으로 경주시내 주민, 울진원전 주변지역 주민 각 125명씩 총 250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통해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했다. 또 이중 50명을 대상으로 염색체 이상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월성주변지역 주민들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5.50 Bq/L(1리터당 베크렐)로 울진원전 주민 4.29 Bq/L, 경주시내 주민 3.21 Bq/L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평균치가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경우 89.4%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돼 울진 40.8%, 경주시내 18.4%에 비해 원전주변 주민들이 삼중수소에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왔다.
김종욱 월성원전 방재대책팀 차장은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삼중수소 검출률과 검출농도가 적어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삼중수소 농도가 기준치와 비교해 어느 수준이며 인체 영향이 있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대 검출 28.8 Bq 83년간 노출되면 X-레이 한 번 찍는 꼴
방사능이 얼마나 검출되는가는 베크렐(Bq)로 나타내고 인체에 미치는 방사능영향은 밀리시버트(mSv)로 표기한다. 베크렐(Bq)보다는 밀리시버트(mSv)로 표시되는 방사선량이 일반인에게 훨씬 의미 있는 수치다.
방사선 관련 학계에 따르면 인체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사선량은 100mSv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에게 허용되는 연간 기준 방사선량은 1mSv로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번 삼중수소 영향조사에서 월성원전 주변주민 중 가장 많이 나온 삼중수소 양 28.8Bq/L을 방사선량으로 나타내면 0.0006mSv이다. 연간 일반인 방선선량 기준치인 1mSv의 0.06%로 인체영향은 무시해도 될 만큼 매우 적은 수준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수준의 삼중수소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을까. 연간선량 기준 1mSv를 삼중수소 농도로 환산하면 4만7416 Bq/L로 실제 주변지역 주민들의 소변에서 검출된 삼중수소는 극히 미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출된 삼중수소 양에 대한 방사선량을 일반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엑스레이 검사와 비교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대 검출수치 28.8 Bq/L는 엑스레이 1회 방사선량(0.05mSv)과 비교 하면 83년 넘게 노출되어도 엑스레이 한 번 찍는 영향 정도. 더 쉽게 비교하면 이는 1년에 바나나 6개를 섭취하고 노출된 자연방사능의 양과 같은 것이다.
방사선 관련 전문가들은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정서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과학적으로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변지역 주민들은 “작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환경운동가도 있다”면서 “건강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불안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자연방사능 칼륨(K-40), 삼중수소의 방사선량 380배 영향
검출된 극미량의 삼중수소 인공방사능의 영향에 대해 방사선 전문가들은 자연방사능과 비교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환배 경북대 방사선과학연구소장은 “방사능은 지구탄생과 함께 생성돼 누구나 영향을 받는 자연방사능과 병원의 X선·CT 검사, 방사선치료, 원전운영에 의해 생성된 인공방사능으로 나누지만 인체 영향을 기준으로 볼 때 자연이든 인공이든 똑같다”면서 “인공방사능이 자연방사능 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밝혔다.
삼중수소와 같은 베타선을 내는 칼륨(K-40)은 토양에 주로 존재해 누구나 영향을 받고 있는 자연방사성 물질이다. 칼륨은 삼중수소의 베타선 에너지 5.7keV(kiloelectron volt·킬로전자볼트)보다 100배 큰 508keV의 베타선을 내는 방사성물질로 인체 영향은 더 크다.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칼륨(K-40)이 인체 내에 약 4000Bq이 있으며 이것에 의해 연간 0.23mSv 방사선량을 받고 있다. 칼륨의 방사선량은 월성원전 주변지역 주민 중 최대 삼중수소 검출자에 대한 방사선량 0.0006mSv의 383배나 많다.
방사선분야 한 전문가는 “주민 검출수치 중 최대치를 기준으로 해도 삼중수소 방사선량이 자연방사능의 300분의 1 수준의 미량이라면 안심해도 된다”라며 “잘못 인식된 정보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방사능 관련 정보는 반드시 기준치와 인체 영향에 대해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 근무자 삼중수소 농도 8000배 많아도 건강이상 없어
수치가 많고 적음을 떠나 원전과의 거리가 관계된다면 삼중수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원전에서 일하는 종사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월성원전 방사선 관련 종사자들의 삼중수소 노출과 인체 영향을 알 수 있으면 주변지역 주민의 인체 영향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원전 측의 설명이다.
김종욱 월성원전 방재대책팀 차장은 “2014년 월성원전 방사선 작업종사자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는 4만9000Bq/L로 주변지역 평균(5.5Bq/L)의 8000배가 넘는다”면서 “종사자는 연간 방사선량 기준치(20mSv·삼중수소 94만8330 Bq/L)가 일반인에 비해 20배 높은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인체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경우 종사자의 방사능 노출 수치를 1년뿐 아니라 근무기간 내내 누적해 관리하고 있고, 매년 건강검진을 실시하지만 방사선으로 인한 건강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
이규찬 월성원전 홍보팀장은 “삼중수소의 인체영향이 없더라도 2007년부터 삼중수소제거설비를 가동해 삼중수소 수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캐나다 등 해외의 중수로 원전과 비교해도 6분의 1수준으로 삼중수소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방사선량 자연방사선량과 차이 없어
자연방사선은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 있어온 방사선이다. 우주방사선이나 음식물에서 나오는 방사선처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에 미량 존재한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사람의 인위적인 행위에 의해 생겨나는 인공방사선이다. TV나 전자렌지 같은 가전제품, 공항에서의 보안검색장치, 원자력발전소, 의료용 X선 등에서 나온다.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은 방사성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눈 기준일 뿐으로 그 성질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특성은 같다. 이러한 인공방사선량은 원전 인근에서 특히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기도 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면서 발전소에서 많은 양의 방사선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방사능관련 사고를 감시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공하는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의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5시 45분 기준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이 자연방사선량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 결과 서울 평균 자연방사선량이 시간당 117nSv(1nSv=1/1000mSv), 경주는 102nSv인데 비해 월성원전의 평균 방사선량은 92nSv, 한빛원전 104nSv, 한울원전 106nSv, 고리원전 100nSv, 한국원자력환경공단 93nSv로 각각 나타났다.
이에 대해 원전 관계자는 “원자로에는 여러 겹의 방사선 차폐시설이 적용돼 방사선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며 “인공방사선이라도 자연 상태의 방사선과 세기에 차이가 없다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