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Care Farming)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회복을 위해 농사일과 농촌 경관을 활용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일컫는다.
사회·치료적 원예, 동물매개 개입, 녹색운동, 생태치료, 야생치료와 함께 녹색치유(Green care)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이슈로 떠오른 치유농업은 국가마다 용어와 집중하는 분야, 추진 주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각 지자체도 점차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치유농업이 각 지자체가 갖고 있는 농업과 자연환경 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강원도와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회적 기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신문·성주신문·영주시민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으로 ‘농업의 가치, 치유농업에서 찾는다’ 주제로 치유농업의 국내 여건과 농업선진국인 외국 사례를 취재해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미래를 제시한다.
#유럽, 치유농업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
치유농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정책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 등 유럽에서는 국가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치유와 고용, 교육, 사회재활 등의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사회복지차원에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치유대상을 보면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이 직접 치유농장에서 생활하면서 사회적응력을 키우고 사회 및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농가소득과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정부가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공기관인 건강연구소(보건소)와 개인 또는 법인이 가족형태의 치유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치유농장에서 환자들의 치유와 돌봄, 건강증진이 모두 이루어지며 소득은 농업생산과 치유활동에서 얻는다.
그리고 치유농장 이용비용은 농림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국가 또는 전국 단위의 치유농업협회(Federation of care farm)에서 각종 기준을 만들어 적정수준의 치유농장을 지정하고 있다. 이용층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자폐아, 치매, 중독자(마약, 알코올, 게임) 등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에는 학교 부적응자나 비행 청소년 등 대상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벨기에 치유농업은 사회복지와 결합한 성격으로 공공성격에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한 형태다. 요양기관 등 시설에 입소한 환자들에 대한 부담보다는 치유농장이 사회적 복지비용 절감효과가 있다고 보고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아닌 사회복지기관이 개입해 치유대상과 농장과 직접 연결하고 있는데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 전문가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기관과 농장과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벨기에는 농장에 1명씩 보내 1대1 치유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그룹별 치유를 하고 있는 네덜란드와는 차별화 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치유농장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치유대상자에게 직접 지원해 원하는 치유농장에 지불하도록 하는 형태로 바꾸고 있다.
독일은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농장주에게는 수익을, 이용자들에게는 다양한 농촌 교육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농촌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 및 유통판매, 문화, 체험, 관광, 서비스, 치유를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의 전형이다. 친환경 생산품과 공동체 생활을 통한 농촌체험, 농가소득 창출, 치유 등을 지향하고 있다.
#걸음마 단계 우리나라 치유농업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부터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치유농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은 2013년 전국 최초로 치유농업지도사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청주성신학고, 원예치료센터 뜨락, 강원도내 농장주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치유농업지도자협동조합’ 등이 단순 농업체험 수준에서 벗어나 치유농업 농장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돌봄을 필요로 한 치유환자(자폐아, 장애인, 치매환자, 학교 부적응자 등)의 치유를 위한 농장 운영보다는 농촌체험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고려하는 힐링트랜드를 지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예치료, 동물매개치료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농촌진흥청 ‘상처를 어루만지는 농업’(김형득 등. 2014)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힐링산업은 크게 확산돼 쉽게 체험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으며 캠핑, 템플스테이, 운동과 같은 부분적으로 건강에 기여하는 상품은 많지만 본질적인 건강을 위한 콘텐츠는 부족한 형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에서도 치유농업은 아직 시장 진입단계이기 때문에 후발국인 우리나라는 더욱 집중적인 연구투자가 필요하며 의료, 복지, 교육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포함되므로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국가주도의 기반연구가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경주의 힐링자원화 사업과 치유농업의 가치
경주는 역사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이 우수하고 농·축산 생산력이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리고 농촌체험마을과 템플스테이 등을 운영, 휴식과 체험을 필요로하는 관광객과 가족,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농촌체험마을은 안강읍 세심마을과 산내면 다봉마을이 있으며 전통농업 생활문화 체험과 꽃을 통해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 농촌체험마을은 치유환자들의 치유를 위해 운영하기 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객 유치 차원에서 더 접근하고 있어 유럽형 치유농업 형태와는 거리가 있다.
경주시가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힐링자원화사업 또한 치유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의 참여보다는 광범위한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치유산업과는 거리가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독일 등 치유농업 선진국은 사회복지 차원에서 치유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보다는 사회복지기관과 농가, 치유환자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 실질적인 치유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정책적인 접근이 미비한 상태에서 경주시의 치유농업은 치유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차원에서의 접근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경주가 갖고 있는 1차 산업(농산물, 특산물 생산 및 농촌의 유무형 자원)과 2차 산업(식품제조, 특산물제조 가공, 공산품 제조 등), 3차 산업(유통판매, 체험관광축제, 외식 및 숙박, 컨벤션, 치유교육 등)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복지기관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나들이 형태의 사회참여보다는 농촌체험이나 참여가 가능한 치유환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이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 회복을 도와주는 적극적인 복지시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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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문=최성고 발행인
경주신문=이성주 편집국장
영주시민신문=오공환 편집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