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가 대규모 할인상품 기획전을 유치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하이코는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의류 도소매유통 전문 업체에 2270㎡ 넓이의 1층 실내전시장과 외부 통로를 사용하게 했다. 이 업체는 대규모 해외명품 제품과 함께 유명 아웃도어 용품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실제 행사장에 진열된 제품은 광고와는 사뭇 달랐다. 전시장에 입점한 100여 개 업체 중 명품관은 고작 3곳에 뿐이었으며 그나마도 제품의 종류도 몇 가지 없었고 중고 제품을 진열 및 판매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대부분의 제품들은 흔히 말하는 ‘땡처리’ 제품을 비롯해 주방용품, 헤어용품 등의 일상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하이코, 지역 경제 활성화 대신 실리 챙기기 ‘급급’ 하이코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유치하자 지역 상인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역상인들은 하이코가 굴뚝 없는 산업으로 일컫는 MICE(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 산업을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대규모 유통업체 행사를 유치해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상인 A씨는 “경기 위축으로 상인들의 손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외지의 대규모 유통업체 할인행사를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설립된 하이코에서 허가해 준 것은 문제 있다”고 말했다. 하이코가 이번 행사를 허가한 것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이코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허가해 주며 3000여 만원의 대관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코는 3월 개관 이후 지금까지 자체 행사 기획 한 건도 없이 오직 대관료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센터 내 뷔페와 커피숍 등의 부대 시설을 유치해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컨벤션 행사 대부분이 봄과 여름, 가을에 집중돼 겨울철에는 전시장 가동률이 떨어지게 된다. 대관에만 의지한 하이코가 컨벤션 행사 비수기인 겨울철 컨벤션센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유통업체 행사를 유치하게 된 것이다. 하이코 관계자는 “업체 측의 요청과 비수기 수익성 강화를 위해 사용허가 했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행사를 임대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이코만 대형 유통업체 행사 허락했나? 다른 지자체 컨벤션센터도 대형 유통업체의 대규모 할인 행사가 개최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임대해 주지 않고 있다. 가까운 대구 엑스코는 할인행사에 전시관을 빌려줬지만 현재는 임대하지 않는다. 부산 벡스코는 대형 유통업체 행사 대신 다른 성격의 행사에만 센터를 임대해 주고 있다. 대구 엑스코 관계자는 “엑스코 개관 초기 적자 보전을 위해 할인 행사를 1회 임대했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컨벤션센터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할인행사 임대는 더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산 벡스코는 외지 유통업체 대규모 할인 행사는 허가해 주지 않는 반면 지역 단체가 개최하는 할인 행사는 연 2회 개최하고 있다. 벡스코 관계자는 “보훈단체와 장애인 단체가 주관하는 바자회 등의 할인 행사는 개최하고 있다”면서 “지역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부산시와 협의해 개최한다”고 밝혔다. #수익성 증대 위한 ‘대관’ 아닌 ‘자체 행사’ 필요 컨벤션 관계자들은 하이코 할인행사 허가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 밝혔다. 대구 엑스코 관계자는 “컨벤션센터 개관 초기 부대 시설 수익성도 떨어지고 자체 행사 개최도 어려운 센터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관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관이 어려운 겨울철에는 자체 기획한 행사를 개최해 센터 수익성도 높이고 가동률도 높여야 한다”면서 “자체 행사 개최는 하이코를 알리는 효과도 크다”고 밝혔다. 한편, 수도권에 위치한 컨벤션센터들은 자체행사 없이 대관만으로도 수익을 올리지만 지방 컨벤션센터들은 대관만으로는 적자를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코엑스와 일산 킨텍스는 대관만으로도 일년 행사를 채울 정도로 예약이 밀린 상태지만 부산과 대구 등지의 지방 컨벤션센터들은 전시 컨벤션 행사 유치를 비롯해 자체 행사를 기획해 가동율과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