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변화하는 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려는 행정기구 개편 계획이 나오자 지역농민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지난 2일 경주시의회 정례회에 이어 열린 전체의원간담회에서 ‘경주시 행정기구 개편 계획’을 보고했다.
이날 보고에서 시는 노사협력과, 원전지원과, 통일전관리소 등 3개 과·소를 신설하고, 업무 조정을 위해 10개 팀(종전의 계, 담당)을 신설하고, 4개 팀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11개 부서의 명칭을 변경하는 계획도 설명했다.
시의 핵심 정책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과 조직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행정 수요에 부응하는 조직 신설로 행정서비스 및 시정운영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는 것.
그러나 농정과와 축산과를 농업기술센터에 통합하는 개편안이 포함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농·축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경주지역에서 농정과와 축산과를 축소시키는 개편은 농·축산업을 경시하는 행정이라는 것이다.
현재 4급 서기관이 국장인 경제산업국 아래 농정과와 축산과를 5급이 소장인 농업기술센터에 통합하는 것은 시의 농·축산 규모를 배려하지 않았고 농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한농연경주시연합회, 쌀전업농경주시연합회, 한우·한돈협회 경주지부 등 지역 농민단체들이 오는 15일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정과·축산과의 농업기술센터 통합 계획 즉각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김형철 한농연경주시연합회장은 “FTA 체결 등으로 농·축산업이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현실에서 관련 부서를 통합해 축소시키는 것은 경주 농·축산업을 경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경주 농업 규모로 보면 농정국이 만들어지는 것이 맞다. 제도상 당장 국을 편성하지 못한다면 현행대로 농정과와 축산과를 존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대 의견은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에서도 나왔다.
김동해 의원은 “FTA 체결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농업경쟁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농정과, 축산과를 격상시켜도 시원찮은데 어떻게 농업기술센터에 통합시킬 수 있느냐”며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4급으로 격상시키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잦은 행정기구 개편으로 인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권영길 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너무 잦은 행정기구 개편으로 시의원과 공무원, 시민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며 “형산강프로젝트팀이나 형산강팀 등 이름이 별반 차이가 없는 만큼 자주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FTA 체결 등으로 농업분야 지원업무가 증가하고 농업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농축산과 농업기술센터의 통합 필요성이 있다”며 “부서장의 직급과 업무의 효율성은 관련이 없고,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4급으로 예우하는 자리여서 염려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경주시는 이달 말까지 경주시의회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조직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경주시 업무 효율성 위해 반드시 필요
경주시는 논란이 일고 있는 농정과와 축산과의 농업기술센터 통합에 대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합에 따라 조직도 기존 4과 17팀 76명에서 인원이 3명 증가한 79명으로 확대된다는 것.
팀도 FTA식량대책과 친환경농업팀을 신설하고 가축방역팀을 증원해 농업분야 지원업무를 증가하고, 방역업무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 2개 부서에서 담당한 귀농지원 사업을 일원화 해 민원 불편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농정업무와 지도업무의 일원화를 통해 중복업무에 따른 낭비와 혼란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정과, 축산과, 농업기술센터에 대한 예산편성과 관련해 올해 840억원에서 내년 844억원으로 4억원 증가하는 등 농업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농업기술센터 소장 4급 서기관 상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법과 지방자치단체의행정기구와정원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현재로서는 직급 상향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의회 통합 계획에 ‘부정적’
이날 전체의원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시의원들은 시의 이번 조직개편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경주지역의 농·축산업의 규모와 FTA 체결 시점에서 농정과와 축산과가 농업기술센터로 통합되면 향후 농업지원 정책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김동해 의원은 “농업경쟁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어떻게 농정과 축산과를 농업기술센터에 통합시키느냐. 격상시켜도 시원찮다”면서 “통합은 결국 이들 과를 축소시키는 것 밖에 안된다. 소장의 직급을 5급에서 4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덕규 의원은 “농업기술센터에 통합해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대전제를 만들지언정 농민들이 피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농업정책을 평가절하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면서 “농업 관련 부서를 모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명칭을 농축산산업국이라고 하고 4급 서기관이 국장을 맡는다면 농민단체들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주 의원은 “안강·강동 책임읍제 시행으로 4급 서기관 1명 증원을 행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4급이 정말 필요한 부서는 농업기술센터, 평생학습센터 등이다”면서 “진정 시민을 위해 필요한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문락 의원은 “시가 통합을 추진하면서 농업인과의 설명회 등이 없었다. 농업인이 조직개편안에 대해 충분히 받아들인 후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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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행정기구 개편 계획 들여다보니…
경주시가 이번에 추진하는 행정기구 개편에서는 노사협력과, 원전지원과 등 2개 과와 통일전관리소를 확대 신설하기로 했다.
시에 따르면 노사협력과는 노사정책, 일자리창출, 노사지원, 외국인지원 등 4개 팀으로 구성했다. 지역 내 1752개 공장에 4만여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기업도시로 노사협력과 노무문제에 대한 발전방안과 정책수립, 선제적 갈등해소 등을 위해 신설키로 했다.
원전지원과는 원자력발전 관련 종합정책 수립 및 체계적인 방사능방재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다고 밝혔다. 원전정책, 원전사업, 원전방재, 국책사업 등 4개 팀으로 구성했다.
통일전관리소는 삼국통일의 정신이 깃든 통일전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관광산업을 연계·재편해 고부가가치 참여 중심의 글로벌 관광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신설하기로 했다.
이들 과·소의 신설로 창조경제과, 안전재난과, 사적관리과는 각각 인원과 팀이 축소된다. 문화예술과 국제교류, 농정과 농업지원, 세정과 과표팀, 기술개발과 원예특작 등 4개 팀은 폐지된다.
◆10개 팀 신설
신설팀은 △기획예산담당관 국제협력 △관광컨벤션과 교촌마을 △체육청소년과 청소년상담 △창조경제과 친환경에너지 △기업지원과 투자통상 △세정과 체납기동, 세외수입징수 △평생학습문화센터 기획운영 △농정과 FTA 식량대책, 친환경농업 등 10개 팀이다.
◆11개 부서 명칭 변경
△기획예산담당관→정책기획담당관 △미래사업추진단 미래발전팀→정책개발팀 △미래사업추진단 형산강프로젝트팀→형산강팀 △해양수산과 문무프로젝트TF팀→미래사업추진단 문무프로젝트팀 △창조경제과 에너지팀→에너지정책팀 △노사협력과 노사협력팀→노사지원팀 △평생학습문화센터 교육팀→평생학습팀 △경제산업국 농정과→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경제산업국 축산과→농업기술센터 축산경영과 △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과→농업진흥과 △농업기술센터 기술개발과→농촌개발과 등이다.
그러나 경제산업국 산하 농정과와 축산과 등 2개 과는 농업기술센터에 통합하기로 해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이에 대해 효율적인 조직운영과 농업업무의 원스톱 처리 등을 위해 농·축산업의 유사중복업무 기능을 통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