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맛집은 있다. 강원도하면 강릉 송정의 해변막국수, 부산하면 동래 할매파전이고, 서울 성북동은 삼청각 한식당 뭐 이런 식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이견도 별로 없어 보인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은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런 곳일수록 내부 인테리어는 정말이지 별로다. 의자나 조명, 하다못해 그릇 하나 특별난 구석이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기표 한 장씩 손에 든 채, 식당 안으로 난 기다란 줄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일행이라도 있으면 지루함이라도 달랠 수 있다. 남자가 그것도 혼자서 그 줄에 서 있다면 여간 고역이 아니겠다. 차라리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린다.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가려는 층보다 닫힘 버튼부터 누르고 보는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이 어떻게 맛집 앞에서는 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지... 음식은, 맛집은 당연히 맛이 우선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 대기표 들고 기다렸더라도 대통령도 자주 시켜먹는다는 그 삼계탕이 내 앞에 놓여 있다면 숟가락 들기도 전부터 행복하다. 정말이다. 의자는 딱딱하고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가 아무리 무뚝뚝해도 숟가락 그득히 전해오는 맛이 있으면 모든 게 용서된다. 정말이지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한다. 당연하다. 그럼 음식이 맛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음식이 맛있다고 하는 걸까? 김치찌개만 해도 그렇다. 우리 집사람은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아예 안 먹는다. 딱 보면 안단다. 참치는 정말 아니라는 거다. 비계가 적당히 들어가 씹히는 맛이 있는 삼겹살이 들어가야 비로소 김치찌개라 부를 수 있단다. 하긴 먹음직스러운 자장면은 고춧가루로 완성된다며 벌건 가루로 범벅이 된 자장면 사진을 올린 블로그를 본 적 있다. 그 밑에 설탕을 넣어야 자장면을 진짜로 즐길 줄 안다고 호기를 부린 댓글도 말이다. 누가 나에게 줄 서는 걸 감수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의 기준을 물어본다면, 나는 조용히 음식을 우물거리며 ‘○○답다’라는 말과 어울리는지 살펴보겠다. 냉면이라 치면 누가 먹어도 ‘오장동’ 냉면다운지, ‘오장동’ 냉면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지 하고 말이다. 그러니 아마추어라고 옆에 있는 집사람이 핀잔이다. 음식도 지역화 하냐고 말이다. 음식 맛있다고 전국적으로 소문난 맛집에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조건을 갖춰야 한단다. 지금부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점유율 1위’가 그 첫 번째. 갈비탕이면 갈비탕, 냉면이면 냉면별로 얼마나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느냐가 중요하단다. 업계 최초나 원조(元祖)라는 단어를 써서 홍보가 된 음식점이 소문나기 좋다. 무언가 가장 먼저 시도했다면 맛의 완성도를 떠나 호기심이 먼저 생기는 법이다. 장충동 하면 자연스레 족발하고 떠오르고 왠지 원조라니까 전통의 맛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두 번째는 ‘오직 하나’뿐인지 여부다. 어느 특정 지역에 가야만 먹어볼 수 있는 음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서울 사람들도 경주 쌈밥이나 황남빵 정도는 머리에 집어넣고 온다. 타 지방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거나 전통성을 확보 받았다면 더욱 확실하다. 자기 아이 주민번호도 가물가물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되려면 특별한 이야기나 에피소드가 가미되면 금상첨화다. 서울 안암동의 번개반점이 그 좋은 예다. 농구 한 게임 마치고 배가 출출해진 대학생들이 대학 운동장에서 자장면을 주문했는데 웬걸, 전화를 끊기도 전에 음식이 도착했다나? 소문난 맛집이 되기 위한 그 세 번째 조건은 ‘최고’인지 여부다. 이것은 아마추어인 필자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당연히 맛이 맛집의 기준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다수의 2등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그 식당만의 맛이 있어야 한다. 엄청난 경쟁을 통해 구축한 타협할 수 없는 맛의 세계, 거기에다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운동선수들이 다녀갔다면 더 효과적이다. 자리가 많은 식당보다는 사람으로 바글대는 식당이 더 맛있을 것 같고, 이왕이면 유명인들이 다녀간 식당이 왠지 단무지 하나라도 더 맛있을 것 같은 기대 말이다. 경주에서 줄 서서 먹는 식당을 목표로 하신다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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