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서울역사박물관앞을 지나는데 입구에 전차 한 량과 그 시대 생활상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았다. 막 출발하려는 전철안에 탄 아들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려고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들쳐업고 헐레벌떡 손을 내미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잊혀졌던 향수가 꾸역꾸역 밑바닥에서 기어올라 고장나 꺼지지 않는 가로등처럼 지금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서울 어느 한곳에서 운행을 하고 있었다면 좋은 관광명소가 되었겠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경주에서 기차가 없어진다는 소식에 가슴이 짠하기도하고 먹먹해지는 느낌은 아마도 기차가 전철의 역사를 따라 사라져 눈감아야만 떠올릴수 있다는 불안감이나 우리 삶의 일부가 또 이렇게 사라져 간다는 상실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이땅에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지 100여 년, 그동안 주요교통수단으로 이용되면서 국민의 삶과 애환이 서려 있기에 기차, 철로 ,기차역 등을 바라보면 5일장처럼 두런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인간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오르세’ 라는 미술관이 있다. 폐기차역을 개조해서 1986년에 개관했는데 6천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고 한다. 개발과정에서 폐기와 보존을 놓고 시민과 관련단체간의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최종 미술관으로 개관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어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폐건물이 유명관광지로 탈바꿈한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데 하나같이 옛문화의 정체성에 현시대 사람들의 요구를 덧입힌 것들이다. 일본 오타루시의 창고건물을 복원한 ‘시립미술관’, 수도원을 개장한 알프스의 ‘드노피아 박물관’, 서울 철도역사를 개조한 ‘문화역 서울284’, 학교를 개조한 제주도의 ‘김영갑 갤러리’ 등을 들 수 있다. 서울 인사동, 대구 진골목, 인천 배다리마을 등 오래된 거리와 골목이 명소가 된 곳들도 있다. 경주의 폐역사와 철도는 이미 100여 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시민의 애환이 담겨있고 고졸하고 옛스런 모습이 지역특색을 살린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철길따라 살아있는 전시관이 되기에 충분하다. 기차역사별로 떼어서 발전시키기 보다는 철도로 연결된 박물관, 문화재와 도심을 통과하는 세계 유일의 미술관, 박물관 투어코스로 개발 한다면 규모면에서나 세계화의 흐름속에서 장래 경주시의 중요한 관광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사업에서 재정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는데 철로와 역사를 그대로 사용하면 다른 어떠한 개발시도 보다도 작은 비용으로 옛문화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기차역사의 개수가 많으니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철도시설 공단과의 분쟁도 피하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면 원형이 보존되어있기 때문에 10년, 20년 후에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보완해 나갈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세 개나 보유하고 있는 세계속의 도시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삶과 문화에 대한 인식 또한 남달라야 할 것이며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울타리안에서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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