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윤 전 국회의원은 4선 의원을 지낸 지역의 정치원로다. 파란만장한 인생역경만큼이나 정치역경도 순조롭지 않았다. 이제 정치일선에는 물러났지만 왕성한 대외활동은 물론 경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여전하다.
천년고도 경주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신라수도문화연구회를 설립해 학술대회를 개최, 실크로드에 대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는데도 적극적이다. 또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단체인 헌정회 부회장을 맡아 대외활동도 분주하다. 김일윤 전 의원을 만나 그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와 경주의 미래에 대해 들어 보았다.
#요즘 근황은 어떻습니까?
저는 평생 여백 없는 삶이 어쩌면 숙명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일본에 광부로 끌려갔다가 탄광 사고로 겨우 목숨만 건져 해방과 더불어 불구의 몸으로 귀국하셨지요. 당시 손바닥만한 땅 한 평 없는 박달 촌에서 아버지는 야산에 화전, 천수답 만드신다고 고생하시는데, 초등학교 학생인 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를 도와드린다고 일에 골몰하였고, 중고등학생 때는 학비를 벌고자 전교생에게 학습지 보급 등 이리저리 분주히 뛰면서 고학시절을 보냈습니다. 또 대학을 마칠 때까지 고학으로 이어졌으니, 하루도 한가하게 보낸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은 교육사업과 정치일선에서 일에 파묻혀 청춘을 바쳤고 지금도 일에 쫓기고 있으니 내 근황은 ‘아직도 별보고 나가고 별보고 들어온다’라고 하면 답이 될까요?
얼마 전 셋째 딸 결혼식이 있었는데 서울에 올라온 누님이 저녁에 집에서 저를 기다리다가 하루는 11시경에 집에 왔고 다음날은 밤 12시에 와서 저녁 먹는 것을 물끄러미 보고는 “동생은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구나. 그렇게 무리하게 일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동생 나이가 얼마인지 아느냐? 나이 생각 좀 해라. 6남매 중 아직 3남매를 시집 장가도 못 보냈는데, 그 아이들을 돌봐주어야 되고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네 몸은 누가 돌본단 말인고?”라고 꾸중을 듣기도 했지요.
#헌정회 부회장을 맡으셨다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십니까?
국회의원을 역임한 분들이 1062명인데 현역 국회의원 297명이 특별회원이니 총 1359명이 헌정회 회원입니다. 올해 4월 회장선거가 있었고 어쩌다가 제가 헌정회 부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부’자가 붙은 자리의 사람은 부작용이나 내지 말고 조용히 있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시간과 심신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 이 나라 국정을 주름잡았던 분들이라 각자 개성이 강하고 남이 흉내낼 수 없는 특징들이 있지요. 전직 대통령이 소속된 원로회의와 고문단, 이사회, 운영위원회 등 13개 위원회와 지역별, 대수별 등 다양한 모임과 정책연구위원회에서는 다양한 연구 활동이 운영되고 있고 전국의 길흉사까지 참석해야 할 경우가 있어 회장이 다 소화 못 하고 때로는 함께, 때로는 부회장들이 분담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헌정회 활동이란 이렇게 국회 연장선상의 정책활동도 있지만 대다수가 회원들을 위한 봉사 활동이니, 바쁘지만 보람있게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제헌절 날 헌정회 임원들이 청와대 초대받은 오찬자리에서 대통령께 어떤 건의를 하였다는 기사를 본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17일 제헌절 날에 헌정회 임원들이 청와대 대통령의 오찬 초청을 받았습니다.
오찬장에서 헌정회 회장을 사이에 두고 대통령과 나란히 앉았는데, 저는 경주 문제에 대해 건의를 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70년대에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세계 고대사에 아주 귀한 천년고도 경주의 왕경과 황룡사 등 신라의 옛 모습을 복원해 대한민국의 화려했던 고대 천년문화를 세계무대에 올리고, 한편 외곽의 보문단지에는 호텔, 카지노를 비롯한 각종 위락 시설 등 국제 수준의 관광 도시를 건설해 세계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입국을 이루고자 하는 혜안과 선견지명으로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시다 불행히도 유명을 달리하시는 바람에 모든 사업이 중단된 채, 왕경 터와 황룡사는 40년간 잡풀만 무성하고 보문단지는 카지노 등 모든 시설들이 들어 올 것으로 믿고 먼저 대형 호텔들만 덩그렇게 지었다가 운영이 되지 않아 부도가 나거나 자주 주인이 바뀌는 등 보문단지와 경주 전체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재개 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씀 드린바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저의 건의를 경청 하시면서 일일이 메모를 하셨습니다.
그 후 저는 최양식 경주시장을 만나 대통령께 말씀드린 내용을 전달하였고 대통령께서 9월 7일 갑자기 경주를 방문하신다 하기에 저는 9월 2일 시장실을 방문해 대통령님의 경주 방문 시 신라왕경 복원과 보문단지 대책 등 경주시가 안고 있는 현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말한 바 있습니다.
9월 7일 박근혜 대통령께서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경주에 오셔서 계획되어 있던 엑스포 공연장 방문이나 만찬도 모두 취소하고 월성지구를 방문해 신라 왕경 복원을 위해 재원과 인력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하셨고, 정부가 10년에 걸쳐 1조여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왕경복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막혀있던 천년의 숨결을 깨운 우리나라 문화진흥의 큰 사건으로서 왕경의 원형을 복원해 3국 통일의 위업을 되찾고 세계사에 우뚝 세움으로서 후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주게 되었으니 경주시민과 대한민국의 국민이 크게 환영 할 일이요, 경주 발전의 큰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께 건의 드렸던 보문단지 카지노 시설 등 국제 관광단지 조성 문제는 마침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자 제안서를 받는 등 정책을 펼칠 때 경북도와 경주시가 과감하게 여건을 만들어 참여한 후에 힘이 필요하면 대통령께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이 기회를 꼭 잡아서 경주에 카지노복합리조트 선정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경북도와 경주시가 이일을 도외시하고 있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경주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주시가 안고 있는 현안 중에 가장 큰 문제가 영세도시를 벗어나는 길입니다. 인구가 최소한 40만명은 넘어서야 합니다. 인구가 증가 하려면 일자리 창출이 따라야하고 시민들의 평균소득이 증대해야 합니다.
아주 원론적인 얘기 같지만, 이 3가지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면 수십 년이 흘러도 제 자리 걸음이거나 퇴보 할 뿐입니다. 이것을 해결하자면 경주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타도시보다 가장 차별화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과감하게 앞서나가야 합니다.
우선 가장 필요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탈바꿈입니다. 희귀한 천년 고대수도 경주를 가꾸고 복원해 세계의 5대 천년 고대수도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의 보배인 천년 고대수도 경주가 세계사에 얼마나 귀한 도시인지 경주시민들이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요?
세계사의 천년 고대수도가 이탈리아의 로마, 중국의 서안, 터키의 이스탄불, 일본의 교토, 대한민국의 경주인데, 다른 도시는 모두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어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대한민국 경주만은 첩첩히 숨겨져 있습니다. 답답하기 짝이 없고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경주를 빨리 천년 고대수도로서의 반석위에 올리기 위해선 왕경복원과 황룡사 복원 등 신라 천년을 복원해 신라가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도시였음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둘째, 보문단지를 국제 관광도시로 만들어야 합니다. 외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카지노 복합리조트 단지조성이란 절호의 기회에 우리 경주가 지혜를 모아 반드시 받아내야 보문단지가 살고 경주가 삽니다.
셋째, 감포 항구를 국제 수준의 크루즈 관광 항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감포의 문무대왕 수중릉, 감은사지 주변을 제대로 복원해 보게 하고 이들을 경주시내와 보문단지로 끌어 들여야 합니다. 크루즈 관광은 국제 관광시대에 필수이며 경주가 이니셔티브를 장악하고 추진에 앞장서야 합니다.
넷째, 원자력, 방폐장, 한수원 관련 산업단지 조성입니다. 당초에 한수원 관련 업체들이 100여개 이상 한수원을 따라 경주에 오겠다고 했는데 한수원이 토함산 너머 장항에 가는 바람에 인근에 생긴 고속도로를 따라 울산이나 포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경주시 도심 인근에 오도록 인센티브를 주어 과감히 유치해야 KTX역세권에 새 도시가 형성되고, 경주시가 크게 바뀝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클러스터 단지 건설, 제2 양성자 가속기사업, 국가 첨단 R & DB 단지구축, 국가재난 안전 클러스터조성, 원자력 해체 연구원 등 각종 관련 있는 연구원을 경주로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다섯째, 도시계획을 재정비해 경주의 시가지가 살아야합니다. 4~5만평의 폐철도 되는 현재 경주역 부지에는 시청을 비롯한 중요 관공서와 각종 문화시설, 면세점, 위락시설, 관광종합타운, 광장 등을 계획적으로 만들고 뒷편으로는 넓은 주차시설 등 보문단지와 고속철도를 바로 연결하는 사통팔달의 도로를 만들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경주에 오는 모든 관광객은 누구나 다 이 경주 광장에 오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소위 경주에 관광을 온다는 방문객들이 정작 경주 시가지가 어디 있는지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실정인데 경주가 전국 즐겨찾는 순위에서 5번째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교통은 KTX와 고속도로 및 크루즈로 접근하고 국제공항이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생긴다면 국제관광 도시로서 교통 요충지가 될 수 있고 경주에는 트램, 경전철 등 관광교통시설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몰려드는 중국관광객(요우커)들에게는 경주가 중요 관광코스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 됩니다. 고대 중국의 한나라 등 고대국가와 신라국과의 관계 등 역사에서부터 흥미를 가지도록하고 경주를 즐겨 찾도록 하는 특별 대책이 시급합니다.
#경주와 관련된 활동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아시다시피 젊을 때부터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경주의 교육사업 즉 신라고등학교, 서라벌대학교, 경주대학교를 발전시켜 이 경주 지역사회에 또 나아가 국가에 크게 기여하는 인재를 키우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고향 경주는 할 일이 너무 많지만 저는 현직이 아닌 무대밖의 관객입장에서 고함소리 지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힘이 닿는 데로 이것 저것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세계수도문화연구회’가 주축이 되어 경주를 더 연구하고 땅 밑에 묻혀있는 경주(신라)라는 보석을 찾아 국내외에 알리고자 국제학술대회를 국내외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계 고대사나 세계지도를 보면 실크로드는 중국의 서안에서 터키나 로마 등 동쪽으로만 나있고 서쪽방향 즉 경주(신라) 방향으로는 아예 없습니다.
옛날 실크로드의 길이 신라까지 연결된 역사적 근거를 세계의 권위 있는 학자들을 통해 끊임없이 연구시키고 발표하게 해 세계사를 바꾸고, 구름떼처럼 몰려다니는 실크로드 관광객을 경주까지 끌어들이는 일이 이 시대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2013년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리 연구회에서 주관해 개최한 학술대회에서는 중국학자가 고 희랍문서에서 ‘신라는 동쪽의 끝이다’라는 문서를 찾아내고 많은 연구결과 신라는 실크로드의 끝이요 출발이라는 연구발표를 했습이다.
더군다나 해외학술대회에서 외국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발표돼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관심과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올해 ‘2015 경주국제학술대회’에서도 600여명이 모인 행사에서 신라는 실크로드의 중요 거점도시 역할을 했다는 연구발표들이 잇달아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주 방문 시의 왕경복원 지시 이후에 가장 중요한 후속 조치는 정권이 바뀐 후에도 정파를 초월해 꼭 이루어지도록 국책사업으로 정책이 확정 되어야하고, 내년부터 예산이 국회에서 확정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청와대 비서실장 방문이나 국회예결위원회 방문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일이 가까이오니 나에게 선거 출마를 권유하는 분, 물어보는 분, 떠보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헌정회 부회장으로서의 활동이나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께 건의한 것 또 실크로드 국제 학술대회 활동이나 심지어는 얼마 전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 경주 초청 연주회까지도 선거와 관련지으면서 말들이 있는데 제가 수차례 뜻을 밝혔듯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말을 듣게 되는데 경주시민들이 현재 현실정치에 불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불만 중에 하나가 한수원 본사를 추령재 넘어 장항리에 신축하고 있는 문제인데 당초 한수원 본사가 경주 도심지에 오고 한수원보다 규모가 더 큰 협력업체인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수백개의 협력업체들이 따라 오겠다 해 경주는 포항종합제철이 포항을 발전시킨 것 못지않게 인구증가, 고용창출, 소득증대를 기대했습니다.
이 업체들이 장항근처에 생기는 고속도로를 따라 약 15분 거리의 포항, 울산으로 다 빠져버리면 경주시는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게 되고 동경주 마저도 당초 기대했던 꿈이 사라지고 허망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들입니다.
저도 이 지경까지 될까봐 걱정해 일찍이 경주대 부지를 한수원에 주겠다고 여러차례 공언 했지만 한사람도 이 문제를 걱정하며 말을 붙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거로 당선된 책임 있는 분들이 경주의 사활이 걸린 이런 큰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했거나 아니면 시민들이 앞세운 지도자가 할 일을 똑바로 하도록 만들든지 둘 중에 하나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습니다.
#원로 정치인으로서 마지막으로 경주를 위해 하시고 싶은 일은?
일에 욕심이 있고 정치를 해온 사람이 이 일, 저 일 보이는데 왜 하고 싶은 일이 없겠습니까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말을 아끼겠습니다. 다만, 시민들부터 먼저 주인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지역의 문제점을 고민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등 선거로 뽑은 지도자들이 잘 하는 일이 있으면 인정하고 박수 쳐 줄줄 알아야 하고, 잘못한 일은 따갑게 책임을 추궁하면서 할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경주를 바꾸고, 하고 싶은 일도 되며, 사람도 제대로 키울 수 있습니다.
정리=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