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쓴 글을 태우면 종이만 없어질 뿐 먹은 재 속에서도 희미한 존재를 남깁니다. 인간은 백 년도 살기 힘든데, 천 년 세월을 견디는 먹을 보면 경이롭지요”
은은한 묵향이 천년을 이어가게 한다는 먹. 평생을 먹의 마음을 닮아가고자 했던 먹 기능전승자 유병조선생의 먹전시가 문화의 거리내 청와 갤러리에서 오는 12월 1일까지 열린다.
13세때부터 먹 인생을 시작한 덕산 유병조 먹장은 소나무 그을음을 주원료로 아교와 섞어 만든 송연먹과 기름을 태운 그을음으로 만든 유연먹 등 다양한 전통 먹의 제작기법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유리에도 갈아지는 송연 먹을 개발하고, 끊어져가는 먹의 맥을 잇기 위해 후진 양성에 노력하는 등 우리 고유 문화유산인 전통 먹의 전승·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붓을 사용하는 동아시아 사회에서 전통 먹 만들기는 고유의 문화자산으로 역사적 가치가 크고 그 기능을 가진 자가 적어 보존전승이 필요한 종목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전통 먹을 생산하는 곳은 경주와 대전 등에 2~3곳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병조 먹장은 대한민국전통미술대전 입선, 신 미술창작전 특선 2회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2007년 8월 송연 먹 제조방법 특허등록을 한 바 있다. 2009년 경상북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5호 경주 먹장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