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고향인 이상식(50) 대구지방경찰청장은 “경찰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라며 “그동안 기초치안 확립과 공감 받는 경찰활동 전개 등을 통해 큰 사건사고 없이 치안을 유지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켜왔던 것이 제일 큰 보람이다”고 강조했다.
“경찰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는 이 청장은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고향인 경주에 대해서는 자랑스런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물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세워나가길 바라기도 했다. 본지는 지난 20일 대구지방경찰청을 찾아 이상식 청장과 인터뷰했다.
-최근 근황은?
파리 테러를 계기로 테러대비태세를 강화해 250만 대구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조희팔 사기사건 관련자 9명을 구속하고, 은닉자금을 추적 중에 있다.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인내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향후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경찰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고향 인근 대구에서 청장으로 취임한지 1년여 지났다. 그간 역점적으로 추진한 일과 성과는?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기초치안 확립이다. 제일 먼저 현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할·기능을 불문한 112신고 총력 대응태세를 정비하고, 지구대·파출소의 인력을 대폭 충원했다.
민생 치안의 핵인 5대 범죄(살인·강도·성폭력·절도·폭력)에 대한 집중 검거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서민 생활의 근간을 흔드는 동네조폭도 엄중 단속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4대 사회악 근절을 경찰의 영원한 숙제라고 여기고 취임 시부터 적극 매진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3년 연속 전국 최저라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공감 받는 경찰활동(Policing by consent)을 전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단속과 처벌 위주의 강압적 경찰력 행사는 한계에 이르렀다. 시민의 동의와 공감에 근거한 경찰활동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공감은 치안정책의 순응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발적인 시민지지를 유도해 경찰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미한 생활범죄를 처리하는 전문수사팀 운영과 폭행사건에 대한 무분별한 쌍방 입건 관행 개선으로, 시민의 편에서 더 나은 수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부터는 전국 최초로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의 전 경찰서 확대 시행으로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는 한편, 자라나는 청소년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선도 심사위원회’도 적극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인 교통 무질서를 바로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거의 단속 일변도 행정에서 벗어나 환경 개선, 홍보 교육, 교통 단속이라는 종합 교통질서 확립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환경 개선을 통해 교통 혼잡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착한운전마일리지제’, ‘찾아가는 교통안전교육’ 등 홍보교육 활성화로 자발적인 법규 준수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사고 요인 행위 위주의 단속을 지속 전개해 교통사고 발생을 줄임과 동시에 선진교통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강조하고 싶은 경찰상과 직원들을 위한 정책이 있다면?
경찰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다. 직원들의 마음자세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곧 시민에 대한 더 나은 봉사로 이어진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 내 내부 만족을 통한 치안서비스 제고를 위해 우수 직원을 적극 발굴해 포상을 시행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부 전산망에 ‘이야기모락모락’이라는 코너를 개설해 상하 간 또는 동료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한편, ‘카페 休’라는 휴식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바쁜 업무 속에서도 잠시나마 차를 한잔하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외국 주재관 등 다양한 근무경험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경찰 조직을 벗어나 주영국대한민국대사관 경찰주재관 등 외국 근무 2회를 비롯해 대통령실 민정1비서관실, 행정안전부 등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기간은 약 7년여 정도다. 이러한 폭넓은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갖출 수 있었던 점은 제게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울수서경찰서장 등 서장 2회, 청장 1회 근무기간 동안 지역 내 치안유지에 소홀함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경찰의 임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가장 기본이다. 서장과 청장 직을 맡은 동안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무난하게 치안을 유지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켰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경찰에 입문한 계기와 향후 계획 등은?
학창시절 집안 형편이 썩 좋지 않았다. 당시는 경찰이 돼야겠다는 큰 사명감보다 국비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진학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경찰대학교를 지원해 입학하게 됐다. 입학 후 제복을 입는 조직이라는 점,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는 점 등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경찰로서의 향후 계획이라면 역시 경찰 본분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경주에서 가장 떠오르는 추억은?
어릴 때 눈 오는 교정에서 친구들과 눈싸움하던 게 엊그제 같다. 겨울방학 때 이 마을 저 마을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놀던 기억도 새롭다. 확장되기 전 플라타너스가 줄지어선 7번 국도를 따라 학교를 오가던 등굣길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고향은 영원한 제 마음의 안식처이다.
-출향인으로서 느끼고 있는 경주는?
경주는 풍부한 문화유산과 산과 바다 등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볼거리에 비해 즐길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외국 유명 관광지에 가면 그 도시가 자랑하는 역사극 같은 볼거리가 있다. 우리 경주도 황룡사지 복원 같은 하드웨어 정비는 물론 자랑스런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물 공연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상식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외동읍 출신인 이상식(50)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연안초와 외동중을 졸업한 뒤 대구 경신고, 경찰대,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경찰행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경찰대 5기 출신으로 행정고시 34회에 합격했다.
주 영국주재관,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장, 서울 수서경찰서장, 대통령 민정1비서관실, 안전행정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두루 거쳐 지난해 9월 1일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취재후기]
지난 20일 오후 3시 30분.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이상식 청장을 첫 대면하면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겸손’이었다.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경찰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는데 더욱 열중했다.
“권위는 있어야겠지만 권위주의는 필요 없다”는 이 청장. 그래서인지 인터뷰가 진행된 지방청 접견실에는 비서실이나 홍보실 직원조차 대동하지 않고 홀로 기자를 찾았다. 일상에 쫓기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고향 이야기를 할 때는 천상 경주사람이었다. 어릴 때 했던 눈싸움, 미꾸라지잡기, 자전거 여행 등 경주에서의 추억을 풀어내는가 하면, 출향인으로서 경주 발전을 논하면서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경찰 본연의 업무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답할 때는 사뭇 달랐다.
“경찰은 치안유지라는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을 할 때는 단호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처럼 평소 조용한 어투와 부드러운 그의 인상 속에서 강력한 의지가 비춰졌다. 이는 고향 지인들이 경찰 내·외부 조직을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해왔던 그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