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주현대호텔에서는 경주솔거미술관 개관전 학술세미나 ‘경주, 한국 근현대미술의 중심’이라는 주제로, 경주출신 1세대 작가들의 예술과 업적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날, 김준식 선생의 아들, 김만술 선생의 며느리, 손일봉 선생의 딸 등 1세대 작가들의 후손들도 참석해 세미나의 의미에 무게를 더했다.
이번 세미나는 경주 첫 공립미술관인 경주 솔거미술관의 개관을 기념해 기획한 ‘경주 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과 맥이 닿아있다. ‘경주 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토대를 마련해 영남화단의 전개와 정착에 큰 역할을 하며 한국 화단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높이는데 이바지한 황술조, 손일봉, 김만술, 박봉수, 김준식, 손수택, 손동진 선생을 통해 경주 출신 1세대 작가들의 예술과 업적을 조명하고 그 맥을 따라가보고자 기획한 전시다. 이번 세미나는 1세대 작고 작가 7인의 작가론과 이들로 하여금 뿌리내린 경북미술의 전파와 경로를 탐색하고
해방후 남한 최초의 예술학교를 설립했던 그 당시의 역사와 문화를 학술적으로 이해하고자 마련돼 경주 미술의 위상을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다.
이 세미나는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주관했다.
박선영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박경숙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사의 ‘한국 근대미술사에서의 경주의 재발견-1세대 작가 7인을 중심으로’, 송재진 영주미술협회지부장의 ‘경북미술의 시작과 전파 경로-60년대 이전, 회화 분야를 중심으로’, 경주미술사 연구회 수석연구원이자 서양화가인 최용대 선생의 ‘경주예술학교의 꿈과 좌절’,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의 ‘문화 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필요로 하는 천년고도 경주’ 라는 발표가 이어졌다.
박경숙 포항시립미술관 학예사는 ‘한국 근대미술사에서의 경주의 재발견-1세대 작가 7인을 중심으로’에서 우선, 7명의 작가를 발굴하게 된 동기와 전시와 세미나를 열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7인의 한국근대미술사에서의 발자취와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경주 출신 7인의 근대 작가들의 예술적 감수성의 밑바탕은 진한 향토성이라고 전제했다.
◀황술조 선생(1904~1939)에 대해서는 “선생은 한국 미술사의 전설로 풍부한 표현적 수법과 토속적 소재와 독특한 해석이 돋보이는 작가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시대를 앞서가는 예술적 감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 인물이었다”고 했다.
◀손일봉 선생(1907~1985)에 대해서는 “매우 성실히 작업했던 분으로 다작을 했으면서도 수작을 남긴 분이다. 물의 조절이나 음영에 탁월해 단연 수채화가 돋보였다. 1967년 독도스케치는 험난한 시절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또 한국 전쟁 당시 종군 화가로 활동해 한국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고 했다.
◀김만술 선생(1911~1996)에 대해서는 “영남 유일의 조각가로서 묻혀져있는 작가다. 평범한 소재를 탁월한 심미안으로 재해석한 분으로 최초의 근대 조각인 ‘해방’은 한국 조각사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다. 김유신 장군 동상 제작을 비롯해 박목월, 김동리 인물상등을 제작했으며 경주조각공원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박봉수 선생(1916~1991)에 대해서는 “수묵화와 유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등 동서양 미술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한 작가로 경주예술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평생 경주 사찰과 고적을 답사하며 옛 신라인들과 교감을 나눴다”고 했다.
◀김준식 선생(1919~1992)은 “경주의 정신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한 작가로 잃어버린 자존심을 후세에 알리고자 고고신라 미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이다. 반드시 조명돼야 할 인물이며 경주 미술사 아카이브를 정립할 수 있을 만큼 미술사적 자료를 방대하게 남긴 분이다. 이 자료들은 집중적인 조명과 관리가 필요하며 선생은 1946년 경주예술학교를 주도적으로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손수택 선생(1919~1978)은 “학맥과 인맥 없이 순수하게 열정 하나만으로 경주를 지키며 고군부투한 작가로 작업에 임한 그는, 주로 나이프로 색채를 섞는 유화의 질감을 잘 표현해 상당한 수준작을 남겼다. 그는 경주에서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는 화가였지만 감동적이고 기법이 우수했던 작가”라고 했다.
◀손동진 선생(1921~2014)은 “경주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내포하는 작품을 비롯해 격조높은 작품들을 국제적으로 알려온 이다.
경주의 문화 산업으로까지 발전할, 가치가 무궁무진한 작가다. 특히 벽화 미술을 연구하고 작업한 이로 미의 원형질을 추구하고 추상 미술에서 손꼽히는 작가”라고 했다. 박경숙 큐레이터는 “이들 작가들의 활동은 경주의 환경이 확고한 예술정신으로 구축됐으며 이는 바로 한국 미술사의 결과물로 나타났다. 이 7인은 경주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러한 아카이브와 인재들은 경주의 힘이고 경주가 재발굴해 꽃 피워야하는 과제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경주미술사 연구회 수석연구원이자 서양화가인 최용대 선생은 ‘경주예술학교의 꿈과 좌절’을 발표하기 앞 서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솔거미술관 ‘경주 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의 아카이브 구축과 전시를 핵심적으로 준비했고 개관전 학술세미나를 열기까지의 소회가 복받치는 것 같았다. 경주 미술사에 늘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자료를 수집해 오던 그는 경주 미술의 맥을 잇고자 연구하고 전국적으로 자료를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한 이다.
그는 경주예술학교의 태동과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 예술문화의 연원지로서의 경주에 대해 발표했다.
‘경주 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의 면면이 경주예술학교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을 알리고 이는 산술적 수치로서의 근원지만이 아닌 근대 경주의 미술과 음악의 신세계를 열었고 ‘모던’했던 선각자들의 집결지로서 경주를 알리고자 했다. 해방후 경주에는 도시 규모에 비해 근대 작가군이 매우 다양하게 포진해 있었다면서 이러한 사실은 그간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거의 잊혀지고 있었던 차제였다고 했다.
그는 “원대한 꿈을 지녔던 선배들이 1956년 당시 경주미술관 건립위원회 추진중이던 자료 사진을 보고는 놀랐다. 분명히 그분들이 재평가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주근대미술의 출발과 전개, 경주예술학교의 태동과 문화적 기반, 경주 예술학교의 설립, 경주 예술학교의 위기, 경주예술학교의 해체까지를 정리해 발표했다.
한편, 사회자인 박선영 경부미협 지부장은 “‘경주 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의 200페이지에 달하는 도록을 작성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가 경주시립미술관 건립의 동력을 다시 일깨우는 자리이길 바란다. 격변의 시대에 치열하게 열정과 꿈을 펼쳐 온 작가들의 작품과 활동을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의 중심인 경주를 재조명하고 작품매입 등 경주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장으로서 계기가 됐다”고 피력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1세대 경주 작가들의 지난한 업적과 빛나는 예술관은 경주 현대 미술이 나아가야 할 정신성과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등불로서 지역의 작가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민들에게는 큰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