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Care Farming)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회복을 위해 농사일과 농촌 경관을 활용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일컫는다.
사회·치료적 원예, 동물매개 개입, 녹색운동, 생태치료, 야생치료와 함께 녹색치유(Green care)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이슈로 떠오른 치유농업은 국가마다 용어와 집중하는 분야, 추진 주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각 지자체도 점차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치유농업이 각 지자체가 갖고 있는 농업과 자연환경 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강원도와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회적 기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신문·성주신문·영주시민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으로 ‘농업의 가치, 치유농업에서 찾는다’ 주제로 치유농업의 국내 여건과 농업선진국인 외국 사례를 취재해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미래를 제시한다.
네덜란드는 1995년 50개의 치유농장으로 시작해 97년에 75개, 2010년에는 1000개, 2015년 현재 1100개로 증가했으며 매주 2만명 이상이 치료를 받고 있는 치유농업의 선도국가이다. 농업 분야의 민간에서 시작된 치유농업이 국가 지원으로 더욱 발전해 농촌 혁신과 사회 치유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치유농장이 농가 소득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정부가 2001년 농가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본격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 공공기관인 건강연구소(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곳이 전체의 10% 정도이고 개인 또는 법인이 운영하는 90%의 치유농장은 가족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젖소(우유), 동물, 도시 녹지대, 채소 등 농장의 종류도 다양하다.
치유농장에서 치유, 돌봄, 건강 증진이 모두 이루어지며, 소득은 농업 생산과 치유 활동에서 얻어지는 형태이다. 비용은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당 하루 평균 비용은 농장주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77유로(한화 9~10만원), 기관 또는 조합을 통해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50유로(한화 6~7만원) 정도다.
이용비용은 농림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부담하고 있다. 과거에는 절차가 복잡했지만 2005년부터 간소화돼 환자가 직접 시, 정부와 계약한 후 병원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의료보험 책정 예산이 있어 의료 시설과 직접 계약할 수도 있고 지역 치유농업 협회에 대부분 농가들이 가입돼 있어 그 지역 협회와 계약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국가(전국)단위 치유농업협회(federation of care farm)에서 각종 기준을 만들어 적정 수준의 치유농장을 지정하고 있다. 이용층 또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자폐아, 치매, 중독자(마약, 알콜, 게임)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학교 부적응자나 비행 청소년 등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후퍼 클라인 마리엔달 치유농장
네덜란드 동부지역 아른헴(Arnhem)에 위치한 ‘후퍼 클라인 마리엔달(Hoeve Klein Mariendaal)’ 농장은 농업연구분야에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와게닝겐(Wageningen)대학 수석연구원 얀 하싱크(Jan Hassink) 교수가 직접 운영하는 치유농장이다.
얀 하싱크 교수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RDA)과도 함께 협업을 하고 있으며 치유농장과 관련해 국내에도 여러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이 농장은 3.5ha(1만평)의 농지에 치유농업의 샘플(견본)이 모두 모여 있다.
직원은 10명이 채소 텃밭, 동물농장, 식당, 치유 작업실, 목공예실 등에서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회계와 어린이 담당, 노인담당이 별도로 있어 치유농장 치고는 규모가 큰 편이다.
매일 25명씩, 일주일에 90명 가량이 방문해 치유를 받고 있다. 환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수요일과 토요일은 자폐아가 방문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노인 치매 환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얀 하싱크 교수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병원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치유농장으로 보내지고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치유농장에서 자신감을 회복, 농장일을 배우기도 하고 돕는 직업으로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치유농장 ‘더 호이란든’
네덜란드의 동부지역 와게닝겐 베네콤(Bennekom)에 위치한 ‘더 호이란든(DE HOOILANDEN)’농장은 55ha의 초지에 젖소 80두를 키우는 유기농 농장이다.
호이란든(HOOILANDEN)은 우리말로 ‘마른풀이 많은 지역’을 뜻한다. 농장의 주인은 토목 전공인 남편과 시티 플래너 전문가였던 부인 플로어 더 칸터(37)씨 부부가 농촌으로 귀농해 11년째 운영하고 있다. 평균 하루 10명 정도의 환자를 받고 있고 관리는 부부 둘이서만 하고 있는 소규모 치유농장이다.
부인 플로어 더 칸터씨는 “사회적 활동이 불가능한 사람이 의료보호 처방을 받고 오게 된다”며 “다운증후군 환자는 그냥 있다 가기도 하지만 사회적응을 못하는 사람 중 실제로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우유값이 떨어지고 해서 케어 팜을 선택해 운영하고 있다”며 “아프거나 소외된 사람 30%는 완전히 격리하고 70%는 포기했지만 30%라도 격리하지 말고 사회로 복귀시켜 보자는 것이 네덜란드의 분위기이다. 시나 정부의 근심거리는 도시로 많이 나가서 들판이 비는 것이기 때문에 귀농차원에서라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라다이스’ 치유농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동남쪽으로 100㎞ 떨어진 바르너펠트 지역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치유농장(농장주 카롤린)’은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갖춘 종합 치유농장이다.
유기 농산물 생산 농장이 사회적 돌봄 서비스와 결합된 형태로 연매출 17억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반인부터 치매 노인과 어린이까지 다양한 고객에 맞춰 코디네이터가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간호사 등 전문 인력 20여명이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생산된 유기 농산물은 농장내 상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고 하루평균 20~25명의 고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펜션도 있어 자폐아들이 그룹별로 하루동안 숙박을 하면서 농장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 농장은 사회복지 컨설팅을 하던 농장주 카롤린씨(여)가 이 지역에 치유농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현재의 농장을 인수,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농장 규모는 6.5ha~7ha 정도이고 10ha는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자동화된 친환경 계사에 닭 6000수가 유기농 계란을 생산하고 있고 돼지 70두, 젖소 30두, 비육우 30두를 비롯 유리온실과 텃밭(1ha 40종 재배)을 갖추고 있다. 종합농장이기 때문에 맞춤형 치유 활동이 가능한 이 농장의 모든 농산물 생산에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농장 직원 프랑크(27)씨는 “처음에는 닭 10~20마리로 출발했지만 고객(환자)과 함께 직접 생산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지금은 6000수 규모로 키워냈다”고 자랑했다.
농장주 카롤린씨는 “처음 수입은 케어부분이 많이 차지했지만 지금은 농산물 60%, 케어 40%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나무공작실도 만들고 고객들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할 상점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흐-브룩(Hoog-Broek) 농장
네덜란드 동부지역 라이엔덴(Lienden) 지역 호흐-브룩(Hoog-Broek) 농장은 농산물을 생산하지 않는 농업치유센터이다. 농장규모는 2ha정도로 농장주 아너미커 더 콕(Annemike De Kock.41) 부부가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주로 치매노인, 어린이 자폐증 환자들이 주요고객이고 가장 큰 소득은 힐링팜 케어쪽에서 얻고 있다.
오전 9시 30분부터 돼지, 소, 염소 등의 동물에게 모이를 준뒤 티타임 갖고 공작, 목공예 등의 활동을 한후 오후 4시면 집으로 돌아간다. 겨울에 활동하기 위한 유리온실도 마련돼 있다. 하루에 25명이 방문하고 있고 15명의 케어전문가가 두그룹으로 나눠 치유을 맡고 있다. 하루 비용은 60~100유로지만 스페셜 케어는 비용이 더 올라간다.
아너미커 더 콕 씨는 “12살의 자폐증 어린이가 정원이 다 차서 학교도 못가고 산수도 몰랐는데 농장에서 말뚝을 박으면서 숫자를 이해했다”고 치유사례를 소개했다.
또 “한 중년부인이 정신적 문제로 치료를 받고 호전되면서 자원봉사(박물관 그림전시)를 하다가 지금은 자신의 아뜰리에를 갖고 있다”며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고객들이 사회에서 자신감 가지면서 다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치매는 병이다.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함께 어울리면서 요양원 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치유농업의 효과를 강조했다.
또 “제일 중요한 건 일단은 소득원이 있어야 하고 소득적으로 안정된 기반이 돼야 살아 남을 수 있다”며 “대규모로 하기보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가 바쁘고 급속도로 변하고 있어 자기 일을 찾는 공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와게닝겐 대학 수석연구원 얀 하싱크 교수
치유농업의 성과, 수치화해 보여 줘야
-보건복지부 정책 변화는 어떻게 이끌어 냈나?
농장에서 환자들을 받으면서 관심 있어 하니 보건복지부도 궁금해 했다. 환자가 치유농장에 가길 원하고 치유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정책도 이에 따라 올 수밖에 없다. 가장 주효했던 것은 책상에 앉아서 한 게 아니라 직접 보여 주니 그 효과를 인정한 것이다.
물리치료사나 의사 등 전문의료인들이 자주 눈으로 보여주고 성과를 확인해 줬다. 미국에 출장을 가서 치유과정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았다.
-케어팜(치유농장)의 미래는
치매 노인이나 자폐아 등의 환자에서 최근에는 새로운 고객층이 생겨나고 있다. 학업중단자나 학교 부적응 아동, 비행청소년 등이 치유농장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있어 교육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고 있어 희망적이다. 농가에서 교육을 담당 할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치유농업에 대해 조언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복지부가 관심을 갖도록 시범 프로젝트를 기획해 추진하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를 유도하고 그 결과를 수치화해 홍보해야 한다. 결과를 수치화하면 설득이 가능하다. 직접 참여하면 관심이 더 커진다. 제대로 된 치유농장을 시작해야 하고 간호사 등 의료 전문가도 참여하면 결과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수 있다.
[인터뷰]‘더 호이란든’ 농장주 플로어 더 칸터 씨
전체 수익 중 30%가 치유농업 소득
-어려운 점이나 치유가 안된 사람은?
어려운 점은 80시간 일주일동안 집중해야 하는데 환자의 레벨이 달라 방해가 되기도 한다.
어떤 고객을 받을지 결정하는 것이 고민이다. 어린이, 정신지체, 자폐증 환자, 일이 가능한 사람 위주로 받아 치유하고 있다. 치유 결과에 대한 충족 기준은 없다. 농장에 오지 않아도 비용은 받는다.
-환자 한 사람당 수익은?
고객도 정말 하기 싫어하고 일을 안하면 다른 농장으로 인계하고 있다. 하루 4시간이 기본인데 타지역 환자는 시간당 11.5유로, 요양원에서 보낸 환자는 10.5유로를 받고 있다. 하루만 오는 환자도 있고 3일을 오는 환자도 있어 케어 기간은 환자마다 다르다.
대부분 요양원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오고 있고 환자가 아니더라도 시에 신청하면 시가 판단해 지원한다. 고객층도 다양하다. 청각, 시각장애인은 시간당 40유로를 받고 있다. 전체소득의 70%가 젖소를 키워 얻는 소득이고 30%가 케어팜(치유농업) 소득이다.
-치유 결과나 성과사례는?
그동안 40여명이 농장을 거쳐 갔다. 정신적으로 안좋은 상태에서 왔는데 4명(10%)정도는 사회에 복귀했다. 병원안에만 있다가 농장에 오면 활발해진다. 개인차가 있고 의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성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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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문=최성고 발행인
경주신문=이성주 편집국장
영주시민신문=오공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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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