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성지인 용담정과 관련한 약식설문조사 결과 인식 부족으로 잘 알지 못한다는 대답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박임관(인물사진) 경주학연구원장은 지난 6일 ‘동학발상지 경주의 위상제고’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직접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주를 찾아 방문한 곳에 대한 설문(복수응답)에서 전체 응답자 중 동학 발상지인 용담정은 1%에 그쳤다. 보문관광단지가 52%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불국사 46%, 대릉원 44% 순이었다. 응답결과 용담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 것. ‘동학에 대해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들어봤다’ 59%, ‘알고 있다’ 18%, ‘잘 알고 있다’ 7%로 알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무려 84%였다. 그러나 ‘용담정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질문한 결과 ‘모른다’ 80%, ‘동학의 발상지를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른다’가 84%로 동학과 용담정, 동학발상지를 연계한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발상지의 홍보를 위해서는 응답자의 70%가 확대를 희망해 홍보 부재가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동학발상지 추가 복원 및 정비하는데 소요되는 경비 부담 주체에 대한 질문에는 중앙정부가 56%, 자치단체 23%로 나타났다. 반면 홍보를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7%로 나타나 동학 또는 천도교에 대한 반감과 오해, 종교 갈등 등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하는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박 원장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경주는 동학 발상지로서의 용담정과 생가를 홍보하지 않고, 또 관광객과 시민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유도하는데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용담정보다는 동학을 전면에 부각시켜야 인지도를 높이는데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원장은 수운선생이 깨달은 근본정신이 동학인 만큼 천도교 일색의 분위기를 전환해 동학을 전면에 세워 이해관계 당사자 간 새로운 갈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용담정에 이르는 국도 명칭 ‘용담로’를 ‘동학로’로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동학발상지의 문화재 지정을 서둘러야 할 것과 인터넷과 SNS, 방송, 신문 등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동학에 대한 정기학술세미나와 교육 개최, 동학과 관련한 문화상품 개발, 동학의 길 개척, 매년 시행하고 있는 동학문화제의 확대, 기념일 제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임관 원장은 끝으로 “동학에 대한 인식은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지역에서 태동한 동학에 대한 학문적 견인과 발상지의 면모를 일신해 고도 경주의 이미지를 한층 더 높여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발상지 유적을 관광자원화 해 종교의 성지 이상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주동학교당 세계기록유산으로 가치 충분 김문기 경북대 교수는 ‘동학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방안’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상주동학교당에 보관돼 있는 동학기록물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상주동학교당에는 전적, 책판, 복식, 기타유물 등 289종 1425점이 보관돼 있다. 천도교 중앙총부의 동학기록물은 교서, ‘동학혁명·3.1운동·독립운동’ 운동사, 유물 등 총 4063점의 보존돼 있다. 또 동학농민혁명재단의 동학기록물은 일반자료, 지역사례, 진압기록 등 167건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총 3942건 등 4109건이 보관돼오고 있다. 김문기 교수는 “상주동학교당 기록물은 당대 각종 경전 출판사업과 종교의례 등에 사용됐던 유물이어서 상주 동학이 추구했던 사상과 가치가 온전히 담겨져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라면서 “1995년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민속자료 111호로 지정돼 보존·관리돼왔고, 2013년 12월에는 국가지정 주요기록물 제9호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동학교당의 기록물은 동학이 내포하고 있는 사상적·철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종교적 특징과 역사적 의의 및 당시의 인쇄술과 복식 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며 “이들은 모두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용적 특징도 보여주고 있어 세계기록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상주동학교당 기록물은 근대 종교이면서 사회개혁사상이었던 동학의 정수를 온전히 담고 있는 진본이기에 진정성 부분에 매우 우수한 기록물”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민족뿐만 아니라 전 인류적 차원에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만한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문기 교수는 동학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 방안에 대해 3개 안을 제시했다. 1안으로는 상주동학교당과 동학농민혁명재단 기록물을 함께 등재 신청하는 방안, 2안은 1안에 천도교중앙총부 기록물을 포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3안으로는 상주동학교당 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재단 기록물을 각각 독자적으로 신청하는 방안이었다. -상주·정읍 별도 등재 신청된 기록물 통합해야 동학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와 관련, 정읍시와 상주시가 별도로 등재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나 통합 신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동학 발상지인 경주의 역사성을 함께 부각해야 유네스코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경주시 등에 따르면 경상북도와 상주시는 지난 8월말 상주동학교당에 남아 있는 기록물 1425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청으로 등재 신청했다. 또 전북 정읍시에 있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도 비슷한 시기에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해 등재를 신청한 상태다. 상주동학교당은 경전과 가사를 찍어낸 목판도 793판을 비롯해 모두 1425점의 동학 기록물을, 동학농민혁명재단은 동학농민군 임명장과 회고록 등 동학농민군 기록 27건 등 총 171건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들 2개 단체가 각각 별도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청에 신청을 하자 최근 들어 두 기록물을 묶어 신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경북도 등 관련 지자체들이 이들을 통합해 신청을 해 선정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다 동학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의 생가와 성지인 용담정 등의 유적이 있는 경주의 역사성을 내포해 동학기록물의 가치를 높여야 등재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등재여부는 1년여 걸리지만 상주와 정읍이 별도로 신청해서는 유네스코 등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면서 “비록 경주에는 동학기록물은 없지만 발상지로서 동학의 뿌리인 만큼 경주를 제외하고 등재 신청을 진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주 코모도호텔 계림홀에서 열린 ‘2015 동학발상지 경주 인문포럼’은 경주시 주최, 대구한의대산학협력단이 주관했다. 박임관 경주학연구원장과 김문기 경북대 교수 이외에도 한국국학진흥원 윤용섭 부원장의 ‘한국 전통사상과 동학’, 방정환한울어린이집 정진숙 원장의 ‘동학정신의 현대적 계승’ 등의 연구 주제가 발표됐다. 이번 포럼은 동학 기록물의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등 동학의 발상지인 경주에서 개최돼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됐다. 동학은 우리나라 근대사상의 뿌리이자 민족사상의 꽃으로 혼란기였던 19세기 후반 조선사회의 개혁을 위해 새로운 사상의 필요에 의해 대두됐다. 또한 유·불·선 교리의 융합을 통해 인내천 사상을 주장함으로써 동학 농민운동의 사상적 배경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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