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제13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가 열리고 있던 페루 아레키파(Arequipa)에서 차기(2017년) 세계총회 개최지로 경주가 결정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져 왔다.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 남미에서의 쾌거이기에 더욱 뜻이 깊었다.
세계유산도시기구(OWHC)는 1993년 9월 8일 모로코 페즈에서 설립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록된 145개국 269개 도시들로 구성한다.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 지속 가능한 발전 및 21세기 도시발전 비전 등을 협의하며, 상호 경험과 지식의 교류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전세계를 7개 지역으로 나누어 아프리카·중동(5개국 7도시, 튀지니 튀니스), 아시아·태평양(6개국 10도시, 한국 경주), 유로·아시아(3개국 3도시, 러시아 카잔), 중·동부유럽(12개국 18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남미·카리브해(7개국 7도시, 칠레 발파라이소), 북·서부유럽(13개국 20도시, 독일 뤼겐부르그), 남유럽·지중해(11개국 29도시, 스페인 코르도바)에 각각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67개국 94개 도시가 회원이다.
이번 제13차 세계유산도시 총회는 45개국 98개 세계유산도시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발 2380m의 안데스 고원인 페루 아레키파 시에서 열렸다. OWHC 총회 유치의 의의는 상대적으로 회원수가 적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일찌감치 유치전에 돌입한 스페인 코르도바, 멕시코 푸에블라, 브라질 올린다 등 4개 도시와 겨루어 승리했다는 점이다.
이들 유치신청 도시들은 하나같이 벅찬 상대였지만 특히 스페인은 이미 OWHC 최다의 12개 도시가 회원으로 있으면서 남유럽·지중해지역 사무처가 있는 도시였다.
경주는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도와 경주시 등 유치단이 총회 기간 동안에 한국의 세계유산을 소개하는 책자를 일일이 배포하고 홍보부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유치전략을 펼친 끝에 아시아 태평양지역 최초로 세계총회를 유치했다.
경주는 세계역사상 유례가 드물게 1000년에 이르는 동안 신라의 왕도가 있었던 유서 깊은 도시로서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영남지역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기에 국보, 보물, 사적 등 국가지정문화재 수에서 전국의 6%를 넘게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문화유산에서도 석굴암과 불국사(1995년), 경주 역사지구(2000년),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마을(2010년)이 등록되어 있다.
경주는 이러한 역사성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OWHC 아태지역 사무처를 유치하고 지난해 9월에 제1차 OWHC 아태지역회의를 개최한바 있다. 2년마다 짝수년도에 개최되는 지역회의의 제2차 아태지역회의도 내년에 경주에서 열린다.
2017 경주 OWHC 세계총회는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된 경주의 위상을 더한층 높여 줄 것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 도시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하여 혈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심지어는 세계유산의 등록 수를 가지고 역사와 전통문화의 척도로 삼기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관광수요자들도 가장 먼저 세계유산에 등록된 목록을 고려하여 방문지를 선택하는 경향이다.
따라서 경주에서 열리는 OWHC 세계총회는 세계 역사의 중심도시들에 천 년 왕도 경주의 유구한 역사를 깊이 각인시키고 나아가 한국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OWHC 아태지역회의는 내년, 그리고 세계총회는 내후년으로 다가왔다. 이 기회에 역사도시 경주시민은 한마음 한뜻이 되어 어렵게 성사시킨 국제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되도록 온 힘을 다 써야 할 것이다. 기왕이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행사와 신라문화제도 세계총회와 연계하여 개최하면 어떠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또 신라시대 경주에서 만들어져 내려오고 있는 처용무도 세계인류무형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이를 이용한 다양한 행사도 기대한다. 이밖에도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문화, 자연, 복합유산)이 12개소에 이르고 세계기록유산 13개, 세계인류무형 문화유산이 17개에 달하는 만큼 이를 어떻게 꾸미고 다듬어 세계무대에 선보일까 하는 연구도 서둘러야 하겠다.
정부는 정부대로 우리나라 10여개 문화유산도시들이 모두 OWHC에 가입하도록 종용하고 나아가 아직까지 방관만 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세계유산도시와 동남아시아의 각국 도시까지 회원도시로 가입시켜 아태지역의 위상까지 높이는 데 일조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총회 개최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도 중앙 정부차원에서 지원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제고하는 OWHC 세계총회는 경주의 국제행사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제행사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일련의 계획과 추진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시민은 시민대로, 출향인은 출향인대로 저마다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정부의 관심을 유도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