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정으로 방문한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에 경주를 다시 방문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그리고 또 다시 찾았을 때는 미술사 공부라는 목적이 분명한 방문이었다. 그 뒤로 매년 들리고 그때마다 감동했지만, 필자에게 경주는 늘 신라만 있었다. 그 외의 역사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가을 솔거미술관에서 뜻밖의 경주를 만났다. 바로 한국 근대미술의 중심지에 서 있는 근대의 경주였다. 경주미협이 기획한 솔거미술관 개관 기념전인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은 근대시기 경주에 뛰어난 화가들이 있었다고 외치는 듯했고, 새로운 한국근대미술사를 쓸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경주는 울분에 가득했던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문화를 지닌 민족임을 일깨워주는 성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화가들이 경주를 찾았고, 경주를 그렸다. 그러나 경주의 근대미술은 거기에서 멈추어버렸고 더 이상 연구되지 않았다. 가까운 대구의 근대미술이 한국근대미술사에서 확고한 중심으로 자리 잡은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전’은 이러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듯이 보였다. 기획전시실 정면에는 당시 아시아 최고의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했지만, 화폭을 다 펼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황술조(1904-1939)의 두 작품이 걸려있다. 그리고 같은 방에 손일봉(1907-1985)이 있다.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홋카이도에서 공립학교 미술교사로 재작하던 시기에 그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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