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합창단 김강규 지휘자(54)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김 지휘자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가 하면 파안대소 하는 유쾌함이 넘쳤다. 무대에서 단원들을 이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연유를 알 수 있었다. 어떻게하면 시립합창단 연주에 시민들을 오게 할까가 최대 관심사라는 그는 합창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문화를 향유하도록 하는데 고심하고 있었다. 또한 경주에서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도 구상중에 있었다. 지난달 28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는 경주시립합창단의 커피가 있는 모닝콘서트로 ‘김광석의 보석같은 노래들’공연이 있었다. 경주시립합창단의 곱고 열정적인 노래와 마음으로 고 김광석에게 편지를 써 보낸 것. ‘김광석’이라는 탁월한 소재를 어떻게 합창으로 소화할런지가 관심이었던 것에 감동이라는 해답을 선물해주었다. 김광석이라는 콘텐츠를 선택한 것부터 히트의 조짐이 보였고 곡 해석 또한 기막히게 해낸 것. 오전에 관객을 모은다는 것, 특히 거의 만석에 가까운 700여 명을 모은다는 것은 흔한 예가 아니다. 시민들은 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호사를 누리며 싱그러운 가을 오전 음악회를 즐겼다. 관객들의 박수가 공연을 완성한다면 이번 시립합창단의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제3의 스텝인 관람자들은 이미 합창단원과 혼연일체가 됐다. 문턱을 낮추면서도 수준을 세심하게 안배해 격을 유지하는 그는 고수다. 김 지휘자는 정기 연주회로 ‘목월의 노래’, ‘크리스마스 캐럴’ 등을 통해 경주 무대에서 실력과 실험적 시도를 인정받은 바 있다. -합창의 지평 확장...‘김광석’을 합창으로 풀어낸 경우는 전국에서 최초 김 지휘자는 이번 공연뿐만 아니라 여러 연주에서 합창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제1회 모닝 콘서트로, 오전에 하는 음악회를 기획한 것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작으나마 위로와 배려를 해드리고 싶었고 주부들이 입소문을 내 합창단 공연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테마로서 김광석 음악은 추억도 많고 가슴을 후벼파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택했죠. 그 사람의 음악을 지휘하면 아프지만 위로를 전해주죠. 김광석의 뛰어난 음악성, 훌륭한 노랫말, 추억과 향수라는 요소는 좋은 소재였고 그것을 합창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공연을 이끌면서 중간중간 해설을 곁들여 관객에 더욱 다가갔다. 김광석을 합창으로 풀어낸 경우는 전국에서 그가 최초다. 김 지휘자는 오는 12월 15일 정기연주회때 다시 김광석을 주제로 하는 앵콜무대를 가질 것을 무대에서 약속한 바 있다. -“합창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문화 운동입니다” 청소년시절 교회 합창단원이었던 그는 음악적 감수성의 바탕을 배운다. 영남대 공과대 재학중 합창 지휘를 하게 되었고 이는 음악적 감성을 배출할 수 있는 통로였다고 했다. 공대 수업을 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됐고 대학 진로를 달리 하기로 결정한다. 서울대 음대를 목표로 학업과 레슨에 매진했고 그 꿈은 이뤄졌다. “무대에서 합창으로 관객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합창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문화 운동입니다. 합창이 주는 유익은 너무 많지요. 합창은 서로를 알 수 있게 해주고 배려하는 장르입니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며 힐링하게 하거든요” 김 지휘자는 공연 인터미션 시간에나 공연을 마친 후 공연장 밖에서 제2의 연주를 즐겨한다. 이색적 시도기도 하고 즉홍적일때가 있다고 하지만 공연의 과정들을 규모있게 잘 연결시키는 그를 보는 청중은 즐겁다. 그의 톡톡 튀는 센스, 감각적인 무대 구성과 표현, 친숙한 진행 등의 발상은 관객에 더욱 다가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청중들이 경주예술의전당 공연장을 들어서면서부터 흡족해하며 즐거워하고 행복했다는 잔상을 가져가기를 원합니다. 음악은 고귀함도 있어야 하지만 남녀노소에게 가까이 다가가 편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청중은 공연시간뿐만 아니라 공연이후에도 감동의 잔상으로 일상을 위안받는다. 그리고 다음 공연을 기다리는 것. “경주시립합창단은 아주 비전이 있습니다. 합창단원의 평균 영령이 30대 초반으로 다른 도시의 합창단보다 매우 젊은 편입니다. ‘최고로 잘 할 수 있다. 행복하게 노래 부르자’고 격려합니다. 14일, 서울예술의전당서 2015한국합창대제전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며 서울 청중들도 감동시키고 돌아 올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합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힘이고 원천입니다” “저의 철학은 결국 저를 소진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능력은 많지 않고 늦게 음악을 시작했지만 합창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통해 많은 이가 행복해하는 것이 기쁨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원들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합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힘이고 원천인거죠” -“창단 20주년 되는 내년, 예산 확보된다면 경주 소재로 하는 합창 오페라 올리고 싶어” “앞으로 일반 시민합창단을 창단해 경주시립 정기연주회때 같이 공연을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시민과 함께 합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중에 있죠. 또 시대와 호흡하는 트렌디한 테마를 정해 유명아티스트들이나, 음악전문가를 통한 해설 등을 도입해 함께 작업해보고도 싶고요” “1996년 창단된 경주시립합창단은 내년 창단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예산이 확보된다면 경주를 소재로 하는 합창 오페라를 올리고 싶습니다. 합창이 주가 되는 오페라, 즉, 위안부 이야기,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의 소재를 연주로 녹여내기도 하고 경주를 소재로 하는 공연도 계획하고 있죠. 이런 공연은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 합창이 주가 되는 오페라라서 예산도 적게 듭니다. 특별한 장르이고 음악적 조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하면서 적은 예산으로 교육적 효과도 유발하고 경주를 알릴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강규 지휘자는… 지난해 9월, 경주시립합창단 신임지휘자에 위촉됐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 독일 쾰른(부퍼팔)음대, 화란 마아스트리히트 음대에서 합창지휘를 전공했으며 현재 한국합창조직위(KCI) 예술위원장이다. 합창이 좋아서 공학의 길을 과감히 중도 포기하고 음악을 시작한 1999년부터 12년간 부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면서 ‘합창오페라’라는 차별화된 장르로 신선하고 특별한 활동을 펼쳐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 2002년 부산합창올림픽 예술부장과 부산아시안게임 개·폐막 위원, 전국 시립합창연합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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