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에 걸쳐 경주관광의 현주소, 교토 전통시장의 보존과 활용, 관광정책, 오사카의 관광상품과 정책, 나라시의 축제와 특산품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에는 박종구(동국대 경주캠퍼스 경영관광대학 교수) 관광학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느끼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과 그 과정 속에서 경주에서만 가능한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다.
#경주 소재는 많지만 ...
일본의 주요 관광지를 보면 그 지역의 특징과 이야기를 상품화로 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잡는다.
교토의 경우 기모노의 상품화, 여관, 전통시장, 나라시는 사슴의 캐릭터화, 사슴모양의 먹거리, 오사카의 경우는 눈이 즐거운 많은 볼거리와 본래의 의도는 아니지만 간판에도 의미를 부여해 관광객을 찾아오게 만드는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에 비해 경주는 관광도시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특징적인 상품이 없다. 이야기는 많지만 이야기를 상품과 연계하거나, 구현할만한 구심점이 없다.
박종구 교수는 “경주는 이야기는 많지만 이야기를 상품으로, 물질로 구현할 업체가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들기에는 환경이 열악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본의 장인들처럼, 장인들이 상품만을 만들고, 만들어진 상품을 팔수 있는 마케팅 시스템에 대한 경주시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기모노를 렌탈 하듯이, 화랑복을 렌탈하는 것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며 “화랑과 연관있는 관광명소 등에서 옛 화랑들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겐 색다른 추억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경주에서 촬영한 사극들의 옷들을 단순 전시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런 옷들을 직접 입어보고 촬영지를 거닐 수 있게 연계하는 것이 좋다. 몇몇 곳에서 화랑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있지만, 이동이 제한적이고 옷의 보관상태가 전문적이지 못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상인들 대부분이 생계형이다보니 자산이 넉넉하지 못한 관계로 국적불명의 저가형 상품들이 많다고 분석하며, 시가 직영으로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영역을 확보, 그 후 판매권한을 상인들에게도 나누어주는 식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시가 경주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역의 장인들과 재능이 있는 젊은 인재의 발굴·육성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모방과 복사를 방지, 전통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민원의 빠른 개선이 필요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APP을 통해 관광객들이 어려움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다. 버스의 노선, 특정장소를 지날 때면 유명 콘텐츠를 알려주는 등의 유용한 편의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관광지도 같은 경우에도 다국어로 제작해 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라도 쉽게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너무 친절한 것이 불편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은 불편사항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경주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사항은 많다. 제기되고 있는 불편사항들이 새로운 것들이면 좋은 현상이지만, 대부분이 개선되지 못하고 계속 문제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체증, 외국인이 쉽게 볼 수 없는 관광지도, 현지상인들과 외국인관광객의 언어소통의 어려움 등은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관광경찰제’의 적극적인 활용이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관광경찰제는 경찰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로 인해 한국 관광을 주저하는 세태를 확인, 이를 막기 위해 관광경찰의 도입을 추진해 기초질서 유지 및 범죄 예방·단속,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벌이는 불법행위 단속·수사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2013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현재 서울과 부산, 인천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경주만의 관광경찰제가 필요하다. ‘경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경찰관의 모습은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관광명소에서 경찰들이 말을 타고 다닌다던지 하는 모습은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관광객들에게 인증샷을 찍게 하는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공권력으로의 거부감이 드는 접근이 아니라, 경주만의 명물제도로 친근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개발’과 ‘조화’
교토의 전통거리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전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옛것의 느낌’, ‘교토만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것이다. 전통시장 역시 그 도시만의 색을 잘 살려 놓은 느낌이 강하다. 전통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거리와 건물, 상점의 모습은 ‘현대’적인 것이다. 절묘하게 ‘전통’과 ‘현대’를 조화를 시켜놓은 것이 일본만의 ‘브랜드’가 되어 버린 것이며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박 교수는 지역에 구역을 나누어 특징적인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인들의 업종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관광명소와 연계할만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첨성대 인근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소개되기를 ‘카페거리’라고 할 정도로 너무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제 커피전문점 보다는 ‘전통 찻집’이나 ‘공예품’, ‘한복이나 전통혼례복의 체험거리’등의 특징을 살린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기와로 올려 진 건물에 대형 커피브랜드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많이 북적이는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몰리던 곳에 커피전문점이 들어섰을 뿐이다. 개인상인들의 업종선택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특정구역을 지정해 그 구역만큼은 제대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경주는 너무나 많은 자원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한국’적이고 ‘경주’만의 느낌이 물씬나게 거리를 꾸민다면 세계 어느 역사도시에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소비자와 지역 간 연결고리가 필요
박 교수는 “지역과 소비자 간의 연결고리가 없다”고 했다. 현재의 경주는 수요자 중심이 아니고 지역중심 이라는 것.
매번 해오던 것들의 의무적인 반복일 뿐인 축제와 행사는 신라천년의 고도의 이미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주만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상품화하고, 또 그 속에서 경주를 찾는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며,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통되어지고 이해되어지는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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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