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불법건축물 관련 보복성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천동의 한 건물에서 시작된 불법건축물 고발을 시작으로 2차 50여건, 3차 100여건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민원으로 업무가 마비되고 있는 것.
경주시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A씨는 한 달여 전 동천동의 한 건물에 대해 불법건축물이 있다고 전화로 제보했다. 이에 따라 동천동 담당 직원이 이 건물에 대해 지도단속을 벌였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고발을 당한 B씨는 담당공무원에게 “나를 고발한 사람이 누구냐”고 따져 물었고, “규정상 알려 드릴 수 없다”는 답변에 흥분까지 했다는 것.
그리고 B씨는 다음날 동천동 내 주택 등 50여 곳에 불법건축물이 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B씨는 담당공무원에게 1차로 보내는 고발이라고 말한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B씨의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민원 제기 후 10여일 지나자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건축물에 대해)제대로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2탄도 준비돼 있다”고 압박수준으로 몰아 붙였다는게 주변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접수된 고발에 대해서는 현장지도단속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민원이 제기된 주소를 찾아 일일이 단속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단속이 진행되던 지난 23일엔 재앙 수준의 민원이 경주시로 접수됐다.
B씨의 고발로 단속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C씨의 보복성 민원이었다. 동천동 일대 주택 등 무려 100여 호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한 것.
C씨는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로 본인 주택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시정명령서를 들고 와 “우리 집을 고발한 사람이 누구냐. 나도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고발한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로 인해 동천동주민센터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민원이 순식간에 150여건으로 불어나 몸살을 앓게 됐다.
경주시에 따르면 불법건축물 관련 고발이 접수되면 해당 동사무소에서 현장을 조사하고 2~3차례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어 2~3차례 계도와 철거 지시 이후 원상복구가 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돼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건을 처리하는데 일반적으로 5~6개월이 걸린다는 것.
문제는 정당한 고발도 있지만 이 같은 동일한 보복성 민원 때문에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고발성 민원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행정이 보복성 민원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 있다.
그러나 악성민원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로 정당하고 시급한 민원 해결에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본인의 화를 풀기 위해 또 다른 민원을 제기하게 되면 행정 업무가 마비되기 십상이다”면서 “감정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결국 정작 위급하고 어려운 분들의 민원에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제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