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상수도 노후관로 교체 사업에 이어 오수관로 설치사업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황오동, 황남동 등 시내 지역 오수관로 설치 사업은 예산 부족과 문화재 발굴 등으로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악취 등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지난 호 상수도 노후관로 교체 사업에 대한 경주시의 소극적인 예산배정으로 공사가 속도를 내지 못해 일일 3990만원에 해당되는 수돗물이 누수 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경주지역 오수관로에 대해 살펴본 결과 시내 일부 상가 및 주택가 지역의 오수관 설치사업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역 내 오수관로는 총 연장 1887km, 보급률은 90.2%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시내 지역 오수관로 총 972km 가운데 설치된 길이는 876km.
반면 황오동, 황남동 등 도심지역에 오수관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96km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하는 길이만큼 향후 예산을 투입해 오수관로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경주시의 부족한 예산 편성으로 오수관로 설치사업 완료시점은 가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에 매년 특별회계 5억여원 이외에는 일반예산 등의 사업비를 거의 편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업체 등에 따르면 사업비 5억원으로 연간 오수관로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이는 3km정도다.
산술적인 계산으로 따지자면 미설치된 96km를 모두 설치하는데 32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게다가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황오동과 황남동 등 문화재보호구역에는 대부분 발굴까지 병행하고 있어 사업이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업비 1억원 중 40%인 4000여 만원이 발굴비용으로 들고 있어 5억원의 사업비로 연간 1.8km 공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비를 더 투입해서라도 시민생활에 가장 기본이 되는 오수관로 설치사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오동 주민 박모(53) 씨는 “오수관로가 없어 생활오수가 우수관으로 그대로 흘러나와 특히 여름이면 악취와 모기 등으로 창문조차 열 수 없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오수관로 설치사업에 경주시가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시는 지난 7월부터 하수도 사용료를 톤당 평균 461원에서 696원으로 50% 인상해 수입이 증가하는데도 불구하고 내년 오수관로 설치사업비를 기존 예산에서 겨우 1~2억원 정도 추가 편성하는데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고 있다.
당시 시는 생활하수 처리비용 현실화율을 기존 19.87%에서 30%로 인상해 증가한 수입으로 노후 하수관거 정비 및 공공하수도 확충 재원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사업비 편성이 설치사업에 속도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의회 A의원은 “오수관로 설치는 시민생활에 밀접하고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공사를 찔끔할 만큼의 예산만을 편성한다는 것은 행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맑은물사업소 소관 사업이지만 경주시 전체가 예산 수립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하수관거 정비 및 하수종말처리시설 등과 관련한 BTL, BTO사업 등으로 한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상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주시의 재정 여건상 오수관로 사업에만 많은 예산을 편성할 수만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