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상수도 노후관 교체사업이 늦어 혈세가 줄줄 새어나가는 것도 모자라,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오수관로 설치사업도 지지부진해 치수(治水)정책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오수는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해 수세식화장실, 주방, 목욕탕 등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를 말하는데 처리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악취에 시달리게 되고 하천이 오염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경주시의 오수관로는 총 연장 1887km, 보급률은 90.2%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시내 지역 오수관로 총 972km 가운데 설치된 길이는 876km이며, 특히 도심지역인 황오동과 황남동 지역에 오수관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96km에 달하고 있다. 도심지역의 오수관로가 부족하면 우천시 하수도로 오수와 우수가 함께 섞여 여름철이면 심한 악취를 풍기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오수관로 설치사업에 매년 5억원 가량의 예산밖에 편성하지 않고 있는데 이 예산으로는 3km가량 밖에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남은 지역에 오수관로를 설치하려면 30년이나 걸리게 된다. 그야말로 하세월이다. 황오동과 황남동 지역은 구도심이어서 대부분 문화재발굴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재발굴비도 더 들어가고 사업에 속도를 내는 데도 어려움은 있지만 예산편성을 보면 애초부터 오수관로 설치사업이 경주시 각종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주시는 지난 7월부터 하수도사용료를 톤당 평균 461원에서 696원으로 50% 인상했지만 정작 오수관로 설치에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소극적이어서 시의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오수관리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깨끗한 하천을 가꾸는데도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은 아직도 여름이면 악취가 나고 모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잘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일부 골목길에도 여전히 악취가 풍긴다. 다른 지역에 비해 관광객들의 방문이 잦은 황오동과 황남동 일대는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와 밀접하기 때문에 오수관로 설치를 특히 서둘러야 한다. 경주시는 보여주기식 사업을 멀리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쾌적한 도심환경을 만드는데 기본요건인 오수관로 설치를 서둘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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