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Care Farming)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회복을 위해 농사일과 농촌 경관을 활용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일컫는다. 사회·치료적 원예, 동물매개 개입, 녹색운동, 생태치료, 야생치료와 함께 녹색치유(Green care)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선진국에서는 치유농업, 사회적 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유럽에서 이슈로 떠오른 치유농업은 국가마다 용어와 집중하는 분야, 추진 주체가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각 지자체도 점차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치유농업이 각 지자체가 갖고 있는 농업과 자연환경 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강원도와 경북 일부지역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과 사회적 기업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신문·성주신문·영주시민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발전기금으로 ‘농업의 가치, 치유농업에서 찾는다’는 주제로 치유농업의 국내 여건과 농업선진국인 외국의 사례를 취재해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미래를 제시한다.
원예치료란 식물을 이용해 사회적·정서적·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의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활동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취미로 즐기는 원예활동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치유하는 원예치료 단계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원예활동, 정원 가꾸기 등을 통해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서비스가 국가 기관, 지자체, 관련 협회 등에 의해 제공되면서 치유농업의 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성신학교의 원예치료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에 위치한 청주성신학교(교장 여순금 수녀)는 지자체인 청주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원예치료가 활성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천주교 재단이 운영 중인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2년제 대학(전공)까지 32학급 216명, 교직원 109명의 중증정서 장애인 특수학교로 자폐증, 과잉행동장애, 위축증 등의 병을 앓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청주시농업기술센터로 부터 도시농업 시범 사업에 선정돼 매년 1000만원에서 1500만원씩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원예치료활동을 본격화했다. 별도의 원예작업실과 체험공간인 텃밭(700평 규모)이 마련돼 있으며 전교생의 원예활동 결과를 토대로 학부모 등이 건의해 2년제 원예전공(대학과정)을 신설했다. 그 다음해인 2010년 11월엔 청주시농업기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원예치료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사업은 꽃씨, 분화류, 초화류, 상토를 구입해 꽃씨 심기, 꽃묘기르기, 텃밭 조성과 원예 치료교육에 의한 다양한 생활원예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해 정서순화, 신체적 활동 활성화, 직업교육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회복지 원예치료활동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대한민국 도시농업 경진대회’에서 스쿨 가든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신감 살려주는 원예치료
성신학교의 도시농업은 크게 전공과 장애학생들이 참여하는 ‘원예치료’와 전교생이 함께하는 ‘원예재배’로 나뉜다. 원예치료는 ‘원예활동’에 참여하는 즐거움과 함께 자기표현 능력이 증진되고 자신감을 부여하는 등 긍정적인 정서와 자아형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원예재배는 씨앗 파종, 가식, 정식, 돌봄 등의 과정을 통해 생명의 귀중함을 인식하고 직업 교육 활동과 연계시키고 있다. 원예치료는 이 학교 부장교사와 교감이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해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정희 부장교사는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해 계절에 따라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선정하고 있다”며 “봄에 파종하고 나면 1년 동안 생명의 변화를 보는 활동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정서안정은 물론 각 장애가정의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예 활동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 내가 가꾼 것이라는 소유의식과 돌보는 주체가 된다는 자존감 등 심리적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사회성 길러 주는 원예치료
이 학교의 원예 프로그램은 생명의 변화를 지켜보는 데서 끝나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학교 뒤편 텃밭에서 기른 농산물을 수확하고 판매하는 경제적 경험까지 안겨주고 있다. 특히 원예작업실에서는 허브향 주머니, 허브소금, 허브빵, 화분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고 천연 염색 염료 식물인 메리골드를 직접 채집해 스카프나 손수건, 옷을 염색해 만들어 입고 있다.
장애인학교의 특성상 학교에서의 원예재배 수업은 학교 교육과정과 동 떨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에 통합교과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가령 직업 교과의 범주에 있는 목공과 도예 과목에서 나무화분, 플랜트, 토분 등을 만드는 등 융합교육은 물론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의 강좌와 사회적 기업인 오송도시농업센터 사업 참여, 공군부대 군인들의 텃밭 봉사, 수확물 나눔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장애학생들은 이 같은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가 단지 차이일 뿐임을 깨닫고 서로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몸으로 익혀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있다.
[인터뷰]
청주성신학교 원예전공 김정희 부장교사 “어릴 때부터 자존감을 길러줘야”
“2년 과정(대학전공)이어서 학생들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없지만 과거 식물을 돌봐줬던 경험을 되살립니다. 처음엔 열등감이 많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모든 일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청주성신학교 원예전공 김정희 부장 교사가 말하는 원예 활동에 대한 장애학생들의 변화다. 김 부장교사는 “정서적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며 “정서장애인 학교여서 단순한 원예보다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욕심 때문에 적극 추진했는데 장애학생들의 변화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1년 원예치료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녀는 “자폐아라서 놓치기 쉬운 것이 인성 교육인데 한 마디라도 순화된 말, 긍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아이는 달라진다. 나이가 들면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존감을 길러줘야 한다”며 원예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장교사는 “처음엔 실습실조차 없었지만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해 2년 과정의 원예전공을 개설했고 체계적인 원예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맺은 청주시농업기술센터와의 업무협약은 지자체에서는 드문 일”이라며 “앞으로 지역내 사회적 기업인 오송도시농업센터나 원예치료사 연구회 등과 업무협약 통해 교육을 더욱 더 체계화 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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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신문=최성고 발행인
경주신문=이성주 편집국장
영주시민신문=오공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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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