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수돗물의 누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노후관 교체계획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해 경주지역 수돗물 유수율(요금을 받은 수돗물 비율)은 54.1%로 실제 생산을 한 수돗물의 절반 밖에 요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수도관 공사에 사용되는 수돗물과 소방용수 등에 사용하는 무수율(사용하되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수돗물)과 누수율은 45.9%에 달하고 있다. 이중 누수율은 23%로 전국 평균누수율 10.4%(2013년도 기준)의 2배가 넘는 실정이다.
조사 결과 경주시는 상수도관 노후화로 연간 145억8000여만원의 수돗물이 땅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3900만원에 달하는 세금이 줄줄 세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원인은 경주시가 지역도 넓고 노후관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주지역 총 1754km의 상수도 관로길이에 25%를 차지하는 437km가 20년 또는 3~40년 된 노후관이지만 예산문제로 상수도관 교체사업은 저조한 진척을 보여 왔다. 지난 4년간 경주시가 노후관을 교체한 것은 21.3km에 불과했다. 1년에 5km정도 밖에 공사를 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진행이라면 경주지역 노후관 교체는 100년이 걸려도 다 할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상수도 노후관 교체는 지자체에서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각 지자체마다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경주시처럼 매년 145억8000여만원 달하는 수돗물이 땅으로 새어나간다면 심각함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경주시가 예산이 없어 노후관 교체사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원전건설로 받은 사업비와 방폐장특별지원금 등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있었지만 노후관 교체사업은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지자체마다 세수를 늘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경주시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경주시로선 수돗물을 제대로 관리해 세금이 줄줄 새어나가는 것을 줄여나가는 것이 세수를 늘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경주시는 지역이 광범위하고 도농복합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상수도 보급율이 89.73%에 달해 비슷한 여건의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같이 애써 생산하고 비싸게 사들인 많은 수돗물이 땅속으로 사라진다면 경주시의 제정 개선은 요원하다고 본다.
경주시는 더 늦기 전에 노후관 현황을 파악하고 연차적으로 예산투입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시급하다. 계속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