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쇠는 뜨거운 화로에서 백 번 단련해야 나오며, 매화는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맑은 향기를 발한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주 미소짓는 그녀를 보고 기자는 부끄러워졌다. 맵고 추운 겨울을 혹독하게 보냈을 그녀를 보면서. 지난 18일, 경주실내체육관에서는 제8회 고운서예전국휘호대전 현장 휘호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응모한 한글, 한문, 문인화 분야에서 예심을 통과한 2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특히 시선을 집중시키는 출전자가 있었다. 경추 이하가 마비돼 전신 장애를 가진 박점수(45)씨. 한글 부문에 참가해 손에 붓을 묶어 화선지에 한 획 한 획 휘호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과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 박씨는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박 씨를 경주장애인복지회관에서 만났다. 29세때 당한 교통 사고였다. 경추가 부러졌다. 유치원교사였던 그녀가 결혼 상견례 날을 정하기 위해 가던 길이었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당한 사고였다. 경추 이하 전신마비가 되었으나 다행히 어깨 신경은 살아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죠 뭐. 사고 이후 4~5년동안 세상밖으로 나올수 없었죠.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죠. 죽으려는 시도도 여러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세상속으로 다시 들어가 살기로 마음먹고 지역의 복지관으로 향했고 우선 컴퓨터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이어 서예에도 입문해 7년 정도 연마하고 있다. 아직 살아있는 어깨신경으로 주문제작한 보조기를 끼고 어깨 근육을 움직여 쓰는 것. 그녀의 가방에는 손때묻은 보조기가 여러 개 있었다. “이런 현장 휘호대회는 첫 출전이어서 많이 떨렸죠. 우수상을 받으리라곤 전혀 예상치도 못했죠. 이 상으로 한층 자신감을 얻은 계기가 되었어요” 그녀는 또 10월말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전 탁구부문 경주시 대표 선수여서 목하 체전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탁구도 라켓을 붕대로 싸매서 합니다. 하하” 정적인 붓글씨를 하는가하면 동적인 탁구도 즐겨 하는 것이 박씨의 환한 미소의 비결인듯 했다. “금장리에 있는 우리집에서 장애인 복지관으로 가는 길의 인도 블록이 다 깨져서 경사지고 무너져 보수가 시급해요. 다른 도로의 잦은 보수에 비해 장애인들이 거의 매일 휠체어로 가는 길임에도 일반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주요 인도가 아니어서인지 정작 보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고 했다. 경주시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한 대목이었다. 최근 문인화에도 입문해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다친 이후에 전국장애인근로자문화제에서 금상, 국민은행 편지쓰기대회에서도 대상을 수상하는 등 글쓰기에도 발군의 실력을 가진 재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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