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상수도 시설 노후화로 연간 145억8000여만원(톤당 생산원가 1339원 기준)의 수돗물이 땅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누수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혈세가 지하로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상수도 노후관 교체 등 시설 개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지난 2014년 경주지역 유수율은 54.1%로, 1년 동안 생산된 수돗물의 절반가량이 수도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유수율에 대비하면 지난해 누수율과 무수율은 총 45.9%로, 이에 해당하는 비율만큼의 수돗물이 땅 밑으로 새었거나 요금을 환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율은 수돗물 생산량 중 요금 수입으로 돌아오는 비율로 100%에 가까울수록 경제적인 운영을 의미한다.
무수율은 공급한 상수도를 요금으로 환수할 수 없는 비율을 뜻한다. 상수도관 공사에 사용되는 수돗물과 소방용수 등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수돗물 1일 평균생산량은 12만9717톤으로, 지난 한 해 동안4734만6705톤을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누수. 지난해 누수율은 23%로 1일 2만9800여톤씩, 1년 간 1088만9700여톤의 물이 새어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톤당 생산원가로 환산하면 결국 지난해 무려 145억8000여만원이 누수된 셈이다. 1일 평균 3900여만원의 세금이 매일 땅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
이처럼 누수 규모가 엄청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수도 노후관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주지역 상수도 관로길이는 총 1754km이며, 보급률은 현재 89.73% 수준이다. 1일 시설 용량은 자체생산 10만1500톤, 광역상수도 6만200톤 등 총 16만1700톤 규모이며, 급수인구는 24만2206명에 이른다.
그러나 20년 이상된 노후관이 437km로 전체 상수도 관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전 보급된 상수도 시설은 30~40년이 경과돼 시설 노후화 현상으로 인한 누수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노후관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교체사업은 턱없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시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상수도 노후관을 교체한 것은 21.3km에 불과했다. 4년간 들인 총 사업비는 44억3000만원.
매년 평균 사업비 11억여원을 투입해 5.3km를 교체하는데 그쳤다. 이는 현재 20년 이상된 노후관 437km를 모두 교체하는 데까지 총 87년이 걸리는 셈이어서 누수 방지 대책이 전혀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누수율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경주에서 이렇게 많은 세금이 새고 있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면서 “혈세가 낭비되는 부분을 막는 것이 더 급한 만큼 경주시가 눈에 띄는 사업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당장 상수도 노후관 교체사업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상수도 관로교체 사업은 수도법상 지방자치단체 고유 업무로 사업비 전액을 시가 충당해야 한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충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향후 월성1호기 계속운전 관련 보상금과 상수도 요금 현실화 등을 통해 최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주시의 상수도 행정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과제가 20년 이상 노후된 배수관이 많아 누수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체가 필요하지만 예산 마련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20년 이상된 노후관은 437km로 이를 교체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1000억원 정도.
특히 36년 이상 된 상수도관은 23.6km로 교체비용은 62억여원, 31년에서 35년 된 관로는 137km, 비용은 277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수관로가 노후화될수록 누수 및 수질오염도는 더욱 높아지는 만큼 교체 공사는 시급하다. 그러나 매년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들여 노후관을 교체하는데 그쳐 이 상태대로라면 누수율을 감소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경주시의 상수도 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현재 경주시가 복합스포츠단지 등 대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반해 심각한 누수율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는 것.
경주시의회 한 의원은 “노후 상수도관 교체 및 관리로 땅 속으로 새나가는 수돗물의 손실이 줄어들면 공급에 필요한 물의 생산비 등이 감소해 운영비를 줄이고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면서 “시가 복합스포츠단지 등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시행정에 몰두하고 있고 막상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