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가 제207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2015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신라대종 종각 건립 및 편의시설 설치사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사업은 한국의 대표적인 종인 성덕대왕신종을 모델로 하는 신라대종을 제작 후 설치할 종각 건립 및 편의시설을 조성해 관광객 및 시민들이 타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아래 최양식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한 이 사업은 종각 건립 부지 선정을 두고 집행부와 시의회가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이며 갈등이 지속돼 왔다.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쪽은 경주시에 있었다. 종의 명칭부터 오락가락했다. 시는 처음 성덕대왕 테마공원으로 명칭했다가 통일신라대종→에밀레종 테마파크 공원→신라대종 테마파크로 몇 차례나 명칭을 변경했다.
종각 건립 장소 또한 마찬가지였다. 최초 노동고분군에 조성하겠다는 계획에서 구 시청부지로 변경에 변경을 거듭했다. 시의회의 예산 승인과정과 사업추진도 경주시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지난 6대 시의회 때부터 진통을 겪었던 이 사업은 2013년 말 종 제작과 관련한 예산만 시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어 7대 의회 들어서도 반대가 여전한 가운데 지난 5월 열린 제203회 경주시의회 임시회 추경에서 종각 건립 등에 필요한 예산이 가결됐다.
무게 18.9t의 종과 196㎡ 규모의 종각, 298㎡ 부지에 편의시설을 조성할 수 있는 사업비 30억원(국비 12억5000만원, 도비 3억7500만원, 시비 13억7500만원)을 모두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구 시청 부지에 종각을 건립한다는 경주시의 계획을 두고 시의회와의 논란이 지속되면서 사업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회는 경주시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사업 추진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의원들은 “소음 관련 민원 발생에 대해 중심상가 만이 아니라 또 다른 상인단체, 그리고 주변 주민 등 다수를 대상으로 여론을 수렴해 결과를 의회에 제출했어야 했다”고 질타했다.
또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구 시청 부지에 종각을 건립하는 사업계획을 반복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의원들은 그동안 반대 입장만을 고수하는데서 벗어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따지고 보면 경주시가 지금까지 구 시청 부지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면서 의회에 민원 관련 설문조사 결과나 구체적인 운영방안 등을 명확히 작성해 제출한 적은 없어 보인다.
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 사업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인데도 이런 노력을 한 흔적이 없어 의아할 따름이다. 지난 8월부터 시의원과 관련 공무원으로 구성해 시정현안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시행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경주시가 수년째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시의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명분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