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갑에는 몇 개의 담배가 들어있을까? 20개다. 담배의 종류와는 무관하게 모든 담배는 한갑에 20개비가 들어있다.
국산담배 외제담배는 물론이고 엄청나게 굵은 시가궐련도, 서양여자들이 잘 피우는 가늘고 기다란 담배에도 한갑에는 모두 20개비만이 들어있다. 그토록 20개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흡연자들의 담배피는 평균적인 간격은 한시간이라고 한다. 한시간에 한 대꼴로 흡연한다는 것인데, 하루가 24시간이니 수면시간을 빼면 하루 16시간 정도 활동한다. 즉 하루에 담배를 평균적으로 16개비를 피는 셈이다. 그런데 담배한갑에는 20개비가 들어있다면, 남는 4개비는 어떻게 사용할까?
사람은 보통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출근을 하며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하고 다시 잠에 든다. 그렇게 한평생을 평균적으로 산다. 여기에 담배라는 요소가 들어가면, 흡연자가 담배를 사는 시간은 어떻게 될까? 이 역시도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항상 출근길에 혹은 퇴근길에 편의점이나 마트에 들려 한갑씩 산다.
처음에는 왔다갔다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곳에서 습관적으로 행동한다. 그게 인간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하루 16개비를 피는 흡연자들은 여분의 4개비를 자연스럽게 더 소비하게 된다.
담배 한갑에 20개비가 들어있는 이유는, 소주한병에 7잔이 나오는 이유와 동일하다. 7잔만 나오니 두명이 마셔도, 세명이 마셔도, 네명이 마셔도 딱 맞게 떨어지지 않게 되어 한병 더 소비하게 만드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담배에도 그대로 들어있다. 담배소비를 조금이라도 더 늘이려는 담배 판촉 마케팅 수법이다.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흡연을 하면 한시간이상 연속 집중하기 어렵다는 말이 된다. 담배를 피우면 몸속에 니코틴을 공급하게 되고, 그 니코틴이 교감신경을 억제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흡연자들이 화장실에서 대변을 볼 때 담배피는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가 되어야 대변도 잘 나오는데, 담배의 니코틴에 의존하게 되면 담배없이는 부교감신경 활성화가 힘들어지기에, 담배없이는 대변도 잘 못보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반대로 니코틴을 체내에 공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손이 떨리고, 머리는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심하면 오금이 저려오는 금단증상까지 나타나버린다.
그런데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은 시간이 갈수록 더 좁아지고 협소해진다. 가까운 미래에는 모든 실내흡연이 금지되며 실외에서도 지정지역외에서의 흡연은 금지되는 상황이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안된다기보다는, 흡연구역이 아닌 모든 곳은 금연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당연히 담배 한 번 피려면 소모되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지게 된다. 그만큼 시간낭비도 심해지며, 한마디로 흡연자들이 점점 더 불편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공부를 하던, 작업을 하던, 장사를 하던 한시간 이상 집중할 수 없는 사람과 몇시간씩 연속해서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경쟁을 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별 차이가 나지 않겠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쉽지 않은 규명이겠지만 백전백패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를 모든 분야에서 장기적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금연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더 큰 목적은 더 나은 내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김민섭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