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겨지지 않는 사실 하나, 맥도날드에서 파는 햄버거 열량이 248㎉ 정도다. 그런데 떡국 한 그릇의 열량은 무려 439㎉란다. 하얀 떡국에 고명 몇 조각 올린 한국의 전통음식이 패스트푸드보다 열량에서 거의 두 배다. 작은 햄버거로 비교했다고? 맥도날드에서 파는 제일 큰 빅맥(big Mac)의 열량이 565㎉라니 우리의 기대는 머쓱해진다.
패스트푸드는 주로 세트 메뉴로 제공되니 콜라에다가 감자칩을 다 더해 봤다. 열량이 862 ~1030㎉ 정도가 된다. 우리도 설날에 떡국 한 그릇만 달랑 먹는 게 아닐 테니, 갈비찜에다 동태전하고 고사리나물을 더해봤더니 966㎉나 됐다. 열량은 빅맥 세트와 비슷해졌다.
우리네 먹거리만큼은 ‘웰빙(well-being)’이고 ‘건강식’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닌가 보다. 한식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 쩌~억 하고 금이 가는 순간이다. 칼로리로만 따졌을 때 한식은 건강식이라고 할 수 없다. 아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에 좋고 아니고의 판단 기준을 열량에만 둘 수는 없겠다 싶어 다른 데로 눈을 돌린다.
‘아, 김치하고 된장이나 간장이 있었지?’
한식이 건강식이라는 중요한 근거로 발효 음식을 꼽는다. 그러나 발효 음식도 우리만 먹어온 게 아니다. 프랑스나 서양에서는 치즈를 먹고, 일본도 낫도라고 하여 일본식 생청국장을 먹어 왔으며, 중국·베트남·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콩으로 발효시킨 장(醬)류나 생선·새우 같은 해산물을 발효시킨 젓갈류를 먹어왔다. 그렇다고 발효음식은 안전하냐 또 그렇지만은 안다. 발효음식에서도 우리가 원치않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단백질이 들어있는 음식이 부패하거나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바이오제닉 아민)이 그것인데, 인체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를 많이 먹었을 경우 신경계 및 혈관계에 자극이 되거나, 식품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거나, 체내 대사를 통해 심지어 발암 물질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치즈를 만들 때 원료 우유의 살균, 숙성 시간 등을 조절한다고 한다. 바이오제닉 함량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란다. 당연히 와인이나 맥주 같은 발효주에도 바이오제닉 아민 함량을 규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정도 되면 순진하게 김치나 된장을 맹신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여기서 믿기지 않는 사실 또 하나. 해외토픽에서 본 것인데, 레스토랑 음식이 패스트푸드보다 몸에 더 해롭다고 한다.
정말이지 세상에 믿을 게 없다. 이번 논란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시작된다. 그 대학 공중위생학 연구팀은 음식의 염분, 콜레스테롤 등 몸에 안 좋은 것을 중심으로 비교·분석했다.
하루 권장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기준으로 패스트푸드는 10㎎를, 레스토랑 음식은 58㎎을 웃돈다고 했다.
염분 섭취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 권장 섭취량 기준으로 패스트푸드는 297㎎, 레스토랑 음식은 412㎎을 넘었다. 보고서는 서빙 방식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레스토랑 음식은 코스별로 쉬엄쉬엄 나와 한 자리에서 다 해결하는 패스트푸드보다 총 섭취량은 훨씬 많다고 꼬집는다.
이런 논조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패스트푸드와 레스토랑 음식 모두 하루 권장 칼로리와 지방 섭취량을 웃돈다는 점에서 몸에 좋은 음식은 아니라 결론짓는다.
하지만 이미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게 몸에는 가장 이롭다는 모범 답안도 귀에 잘 안 들어온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은, 텔레비전에서 ‘먹방’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고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