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타워(처녀탑)가 시집을 간다. 신랑은 경주타워 바로 앞에 서있는 출중한 외모의 중도타워(총각탑). 두 탑 모두 신라 서라벌에서 조국의 안녕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며 위용있게 서있었던 황룡사 9층 목탑을 현대에 재현한 탑이다.
지난 16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경주타워 앞 무대에서 경주타워와 동국제강이 만든 중도타워가 혼례를 올리고 부부로 탄생했다. 빛으로 두 탑을 연결해 아름다운 10월의 밤을 수놓았다.
‘천년의 꿈, 두 탑의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치뤄진 이 혼례는 삼국통일의 꿈과 염원을 담은 황룡사 9층 목탑을 천년 후에 재현한 중도타워(총각탑)와 경주타워(처녀탑)가 민족 대화합을 취지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경주타워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했으며 중도타워는 동국제강이 황룡사 9층 목탑을 재현해 건축한 탑으로 경주타워와 도로를 사이에 놓고 마주보게 지어져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은 신부측 아버지로 경주시장, 신랑측 아버지로는 동국제강 대표이사, 풍월주(중매장)에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집례에 경주향교 전교, 상객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맡아 화려한 결혼식과 퍼포먼스가 함께 하면서 한편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모든 참석자들이 축하하는 가운데 경주시장이 세계 연인의 날을 선포하고 비보이 그룹, 농악대, 초대가수 김태우 등의 축하무대로 흥을 돋웠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천여 년 전 백성의 안위와 나라의 안녕을 위해 세워졌던 황룡사 9층 목탑을 사랑의 이야기로 만들고 민족의 화합을 소망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